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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이라 놀림 받아 자살한 군인…“국가가 배상해야”
‘돌하르방’이라 놀림 받아 자살한 군인…“국가가 배상해야”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1.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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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유족에 1억 여원 위자료 지급 판결 내려
 

군부대에서 제주출신이라는 이유로 ‘돌하르방’이라는 별명 등으로 놀림 받다 입대한지 한 달도 채 안 돼 목숨을 끊은 병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7민사부(재판장 홍동기 판사)는 7일 군 복무 중 사망한 현모씨 가족이 낸 소송에서 사건 사고 일부터 1억 388만 2998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숨진 현씨는 2012년 4월 20일 육군훈련소에 입대하고 5월 18일 소속대로 전입한 이후 사망할 때까지 같은 생활관의 선임병사들에게 제주도 출신이라고 놀림을 당했다.

선임병사들은 현씨의 관물대에 ‘별명 돌하르방, 이상형 귤 파는 여자, 하고 싶은 말 귤 9900원·한라봉 1만 9900원, 전역 후 감귤장사’라고 기재한 자기소개서를 써 붙여 심리적 압박감을 유발시켰다.

취침 소등 이후에도 현씨에게 불필요하게 말을 걸어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수사결과 “현씨는 친구들과의 전화통화 등에서 자신의 관물대 상단에 붙여 놓은 자기소개서 내용이나 ‘이미지 게임’ 등에 대해 화를 내거나 수치심을 느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지난 2012년 3월 12일 육군훈련소에서 실시한 복무적합도 검사 결과 ‘자살 예측, 정신장애 예측’의 ‘사고 예측 관심’ 판정을 받았음에도 군의관 진료 또는 민간병원 치료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군의 관리 소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씨 사망 후 선임병사 2명은 군형법 위반 등으로 육군군수사령부 검찰에 송치됐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다른 2명은 3일의 영창징계나 휴가제한 5일의 징계를 받았다. 또 다른 선임병사 1명은 징계대상이었으나 제대해 ‘불문처리’됐다.

현씨는 2012년 5월 30일 오전 2시께 생활관 2층 창문으로 빠져나가 건물 개보수 공사현장에서 철골구조물에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선임병사들의 행위가 군형법 등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라고 평하기 어려운 정도라 해도 행위의 내용·빈도 등을 봤을 때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불침번 근무자들의 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이들의 잘못 역시 사고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며 “군이 현씨에 대한 배려 및 보호의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씨가 군대 내부의 구제수단을 통해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물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오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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