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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투자란 환경만이 아닌 '미적기준'도 있음을 알아라"
"좋은 투자란 환경만이 아닌 '미적기준'도 있음을 알아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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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원희룡 지사가 강조한 ‘미적기준’에 매우 공감을 하며

얼마전 ES리조트의 이종용 회장을 만났다. 70대인 그는 리조트 업계에서는 이단에 꼽힌다. 리조트를 지으려면 어쨌든 땅을 파괴해야 하고, 환경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개 리조트를 지으려는 업자들은 그런 파괴를 당연시한다.

하지만 이종용 회장은 달랐다. 그는 제주에 리조트를 지을 계획이지만 기자를 향해 나는 개발을 할 때 그 땅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먼저 가진다제주에 리조트를 짓는 이들은 제주 땅에 대한 외경심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옳은 말이다. 그는 옳은 말을 했지만 그렇게 하는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제(6)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자의 귀를 홀리는 말을 꺼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도정시책 간부회의에서 좋은 투자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근 좋은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터여서 원희룡 지사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환경에다 미적기준이 포함돼야 한다. 미적기준을 행정에 체화시켜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행정은 어때왔는가. 기준만 되면 오케이였다. 땅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우선은 그 땅을 살펴야 한다. 무슨 얘기냐면 건축물이 땅에 들어설 경우 주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건축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건축물도 하나의 풍경으로서 주변의 풍경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풍경을 고려했으면 좋았으련만 지금까지는 아니었다. 행정은 마구 허가만 내주다보니 환경 파괴를 나몰라라 한 점이 없지 않다. 건축물 하나가 주변의 풍경을 해치는 그런 행위를 허용해왔다는 게 나무 아쉽다.
 
건축물과 자연이라는 관계 뿐아니라 건축물끼리의 상호관계도 중요하다. ‘풍경은 서로간의 시야를 해치지 않는 것 역시 포함된다. 원희룡 지사가 말한 미적기준이 바로 여기에 들어간다. 건축물을 짓더라도 기존에 들어선 건축물에 해를 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땅에 건축물을 짓겠다며 항변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마구잡이 행위는 결국 제주도라는 커다란 풍경을 해치고 만다.
 
세계적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이 건물 남쪽에 SK핀크스의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경관을 산방산을 바라보는 조망을 해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본태박물관의 얘를 들었다. 그는 일본이나 스위스는 건물이 중첩될 때 10% 룰이 있다. 어떤 각도에서도 10% 이상을 가리면 안되는 룰이다. 본태박물관에서 산방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다른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다. 절충도 없이 이런 행위가 일어나는 건 개발사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기자는 본태박물관 관련 기사를 참 많이도 썼다. 본태박물관에서 어떤 행사가 일어난 걸 쓴 게 아니라, 안도 다다오라는 세계적 거장이 설계한 작품으로서의 본태박물관이 훼손된다는 글이었다. 훼손이라면 부수는 것만이 아니다. 작품의 의도를 해치는 것 역시 훼손이다.
 
본태박물관 인근에 SK핀크스측이 리조트를 지으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안도 다다오가 구상했던 작품은 리조트의 등장으로 깡그리 무너지고 말았다. 원희룡 지사는 이 점을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의 말을 더 들어보겠다. 그는 더 큰 제주가 되기 위해서는 더 아름다운 제주가 돼야 한다. 제주미래비전계획에 미적기준을 어떻게 집어넣을지를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를 가려낼 심의는 없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있기는 있다. 건축물 심의는 수도 없이 진행되는 행위이다. 그러나 심의가 건축물의 입면 등 모양만을 보는 것에 그친다는 안타까움이다.
 
원희룡 지사가 말한 미적기준은 건축물 상호관계까지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매우 공감한다. 이참에 제주미래비전계획에 미적기준이 반드시 포함돼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도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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