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메밀, 친환경재배·순수 손으로 가공·판매…도내 유일”
“제주산 메밀, 친환경재배·순수 손으로 가공·판매…도내 유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7.2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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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12>‘와흘식품’ 김경자 총무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제주산 메밀을 친환경재배, 손수 가공.판매하는 와흘식품 김경자 총무가 도정기계 앞에 서 있다.
“처음엔 척박한 땅에 물주고 씨 뿌리면서도 메밀이 될까 싶었는데 어느덧 20년이 지났네요. 그때 새댁이 이젠 머리 희끗한 중년이 다 됐죠. 겉은 투박해도 진솔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메밀 같은 여인 넷이서 만들어가죠”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생활개선회(회장 김오순) 회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와흘식품 김경자 총무(53)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때 흰 밀가루에 밀리는가 싶더니 다시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메밀을 보면서 기운 얻고 있는 건강미인 4명이 만들어가죠. ‘오리지널 핸드메이드 제주산’ 친환경 메밀을 직접 재배·가공해서 파는 곳은 아마 도내에선 저희뿐인 걸로 알고 있어요”

와흘식품은 1990년 당시 농업지도소 지도사가 농외소득사업으로 메밀을 가공 판매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고 와흘리생활개선회원들이 설립했다.

당시 와흘리생활개선회는 와흘리에 사는 여성 21명이 회원이었다. 재료를 구하기 쉬운 걸 찾다가 메밀을 선택했다. 김 총무는 1986년 이곳으로 시집와 회원으로 가입,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와흘식품은 처음엔 농업지도소에서 500만원을 보조받아 메밀을 쓿어 속껍질을 벗기고 쌀과 가루를 만드는 도정기계를 사들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 자체가 정미소와 같아 힘이 들어가고, 일하는 것에 비해 수입이 적어 본전도 찾지 못했죠. 게다가 회원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 일이 많아 회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 중간엔 6~7명으로 줄었어요”

젊은 사람을 새로 영입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2000년 들어 일당정도 나올 만큼 수지를 맞추게 됐다.

# 와흘생활개선회원 4명이 운영

와흘식품 김경자 총무, 송창완 어르신, 고경옥 회원(왼쪽부터)
현재 와흘식품은 김 총무를 비롯해 김오순 회장(61)과 송창완 어르신(78)과 고경옥 회원(45) 등 4명이 똘똘 뭉쳐 꾸려가고 있다. 송 어르신과 고 회원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농사를 짓고 있다. 송 어르신이 감귤 3000평과 콩 1000평, 고 회원이 감귤 2000평, 김 총무가 감귤 2000평, 김 회장은 한우, 감귤, 콩, 메밀 등 매우 다양한다.

이곳에선 메밀을 계약재배를 통해 메밀쌀과 메밀가루를 한 해 평균 40㎏들이 150~200포대를 가공해서 팔고 있다.

메밀재배면적은 김 회장이 8000평, 송 어른신이 1000평, 나머지 물량은 동네에서 재배한 걸 구입해서 충당한다. 지난해는 메밀 농사가 잘 안 돼 회원들이 수확을 못해, 다른 곳에서 구입해서 썼다고 김 총무는 전한다.

도정기계를 이용해 메밀쌀을 만들고, 분쇄기를 통해 메밀쌀을 가루처럼 잘게 부스러뜨려 메밀가루를 만든다. 가공하는 물량은 메밀가루가 75%, 메밀쌀이 25% 비율로, 메밀가루가 많이 팔린다.

포장은 농협마트용으로 600g들이, 개인판매용으로 1.2㎏들이로 만들어 2만원에 팔고 있다.

메밀은 8월 중순에 씨를 뿌려 11월에 수확한다. 회원들은 메밀에 농약을 거의 치지 않고 ,비료만 약간 써서 친환경적인 건강식품으로 만들려고 힘을 쓴다.

“메밀 농사는 재배기간이 짧고 농약을 쓰지 않는 등 쉬운 편인데, 수확 철이 감귤과 맞물려 일손이 딸리죠. 요즘은 콤바인으로 수확해 좀 나아지긴 했어요. 메밀을 재배했다 해도 전량 수확을 하는 게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죠. 10월에 메밀꽃이 필 때 바람이나 서리를 맞으면 수확을 못해 농사를 망치죠”

메밀가공은 메밀을 껍질 채 들여오면 건조장에서 말린 뒤 이물질 없앤다. 이어 불리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한 뒤 정미기로 1차 가공을 한다. 도정기로 쓿어 채로 쳐서 불리고 분쇄기로 가루를 만든다. 모두 수작업이다.

“메밀가공 작업을 자동화하려해도 조건이 맞지 않아 꺼릴 수밖에 없어요. 메밀이 워낙 가볍기 때문에 자동화하면 작업하는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게 너무 많아요. 메밀을 말리기 위해 곡물 건조기를 쓰면 날려버리는 게 많아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직접 손으로 작업하니까 견디는 거죠”

# 메밀, 제사음식·빙떡·꿩 메밀칼국수·말고기국 재료로 써

메밀가루를 만드는 분쇄기
와흘식품서 가공한 메밀가루와 메밀쌀
메밀은 주로 메밀가루묵, 청묵 등 제사음식과 예부터 제주의 전통음식 빙떡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가을과 겨울엔 꿩 메밀칼국수나 말고기국 재료로 많이 나가지만 여름철엔 거의 소비가 안 되고 있다.

메밀음식은 종류가 한정됐고, 평상시 잘 만들어 먹지 않아 소비량이 많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메밀은 소비층이 주로 어르신 층이고 아름아름 물어 사러오죠. 젊은 층은 메밀을 먹을 줄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게다가 저의 제품은 수입산이 아닌 제주산이어서 원가가 비싸죠. 음식으로 만들어 팔면 사갈지 모르지만 직접 만들어 먹진 않아요, 하지만 메밀 떡국을 만들었더니 좋아하데요”

김 총무는 와흘식품에서 만들어 파는 메밀쌀과 메밀가루는 순수 제주산이고 친환경식품이라고 자랑한다. 특히 제주산 메밀을 취급하는 곳으로 점점 알려져 육지부에도 택배로 심심찮게 나간다고 전한다.

“메밀엔 루틴성분이 있어서 혈압·당뇨 등 성인병에 좋고 피도 맑게 해주는 장점이 있어요. 임산부가 아기 낳은 뒤 미역국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수제비용으로 많이 찾아요. 앞으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질 것으로 봐요”

메밀은 수입산과 제주산 값 차이가 너무 크다. 제주산은 수입산보다 거의 갑절을 받는다. 그래서 메밀 소비량은 수입산이 거의 90%에 이르고 도내산은 !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도내산 메밀은 강원도 쪽으로 나갔다 가공돼 마트를 통해 다시 들어온다.

“젊은이들은 건강을 위해서 다른 식품은 국산을 사먹지만 메밀을 먹지 않는 게 문제에요. 또 비싸면 먹지 않고요. 도내에서 제사를 하는 게 며느리대로 넘어가면서 메밀이 들어가는 전통 제사음식이 줄어들고 있죠”

송 어르신은 “토종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 것도 큰 문제죠. 특히 길거리 음식만 먹는 것도 그렇고, 잔치음식도 이젠 집에서 장만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죠. 맞벌이 때문에 소비도 부진한 것 같다”고 말한다.

송 어르신 며느리인 고경옥 씨는 “메밀소비는 점점 들어드는 추세이지만 젊은이들이 잘 해주면 극복할 수도 있다고 봐요. 메밀이 좋다는 홍보가 필요한 거죠”

FTA와 관련, 김 총무는 “쌀이 이제 개방되면 큰일이죠. 쌀 생산국가가 왜 수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최소한 농업만큼은 우리가 잡고 있어야 할 게 아닐까요. 앞으로 식량자원을 놓고 힘겨루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와흘식품 회원들의 생활신조는 송 어르신이 ‘정직하고 열심히’, 고 회원은‘자연에 순응하며 살자’이며, 김 총무는 ‘자연에서 살자’라고 소개한다.

김 총무는 “지금까지 메밀에 대한 보조는 포장지 정도로, 몇 년에 한번 해줄 정도에요. 이를 더 확대줬으면 좋겠어요. 메밀소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유지만이라도 해 주길 바라죠. 큰 욕심은 없어요”

 
 
※‘와흘식품’은 제주시조천읍와흘리1594에 있다. 연락은 ☎ 010-4606-7062(김경자 총무)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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