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대법원, ‘폭도’로 몰린 4.3 유족들 애타는 사연 끝내 외면
대법원, ‘폭도’로 몰린 4.3 유족들 애타는 사연 끝내 외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6.12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교 목사 상대로 한 4.3유족회 등 손해배상청구소송 원고 패소 확정

 
무려 6년을 끌어온 보수 인사의 4.3희생자 폭도 발언에 대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끝내 유족들의 억울한 사연을 외면하고 말았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김두연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등 유족 100여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2일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8년 1월 외교안포포럼 강연에서 제주4.3진상보고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되는 등 가짜로 작성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4.3유족회 등이 “희생자와 평화공원을 폭도와 폭도공원으로 내몰아 유족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피고인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년 동안 법정공방이 이어진 결과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피고가 ‘제주4.3폭동’이라는 단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한 점, 강연의 전체적인 흐름과 문맥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강연에서 4.3 희생자로 결정된 1만3564명 전체가 폭동에 가담한 폭도라는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목사의 책임을 인정, 손해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에서 광주고법 제주민사부(방극성 제주지방법원장)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강연에서 ‘폭동에 가담한 1만3564명’, ‘폭도공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항소심에서는 “피고가 이같은 표현을 사용해 강연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에 대한 부정적 평가, 지난 국회에 대한 비판, 18대 국회에 대한 요청 등 의견의 표명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강연의 일부 표현만을 따로 떼어내 피고가 제주4.3사건 희생자로 결정된 1만3564명 모두를 폭도로 표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이같은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면서 “명예훼손에 있어서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4.3진상보고서가 정식 채택되고, 올해 처음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상황에서 극우 보수인사들의 4.3 관련 망언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마땅히 제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보수세력의 4.3 거꾸로 되돌리기 시도가 더욱 준동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향후 4.3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