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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졌어도 주민들의 기억이 스며있는 공간, 본향당
마을이 사라졌어도 주민들의 기억이 스며있는 공간, 본향당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5.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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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 곳곳에 산재한 신당 등 보전관리 방안 필요

제주도내 마을 곳곳에 산재한 신당은 해당 마을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기억의 공간이자,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사진은 중문 배릿내 포구 근처에 있는 신당의 모습.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공간에 대한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골목길이나 놀이터, 시골 마을의 퐁낭 그늘 외에도 처음 가본 여행지, 혹은 연인과의 설레는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그 공간이 남아있음으로 해서 오랫동안 사람의 뇌리 속에 남에 있기 마련이다.

<미디어제주>가 지난 1일 제보를 받아 보도한 죽성마을 본향 ‘설새밋당’의 경우는 보다 특별하다. 제주4.3 당시 마을이 아예 불에 타 사라진 ‘죽성마을’이지만, 지금도 이 마을 출신 사람들이 이 곳 본향당을 찾아 치성을 드리던 곳이기 때문이다. 60여년 전에 마을이 사라졌어도 그 마을에 대한 기억을 이어가고 있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특히 이 곳은 마을이 불에 타 사라져버린 것 외에도 4.3 당시 군 주둔지였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제주4.3연구소가 조사한 4.3유적지에도 포함돼 있는 이 곳 설새미는 1948년 6월 초순 11연대 1대대가 천막을 치고 주둔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 병력은 원래 모슬포 주둔 9연대 소속이었으나, 9연대 일부 장병들이 입산한 이후 그 잔여병력을 11연대 1대대로 편입시킨 부대였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 송대진씨의 증언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신목(神木)을 자르려다가 신목에 매단 깃대가 저절로 흔들리는 바람에 포기했다는 기록도 있다.(「4.3은 말한다」 4권, 338쪽)

그렇게 지켜졌던 신목이 수난을 당한 것도 벌써 이번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 담당 부서에서 파악한 바로는 제주도내 산재한 신당은 모두 478곳에 달하지만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5곳 뿐이다.

비지정문화재 473곳 중 서귀포시 지역에 150곳, 제주시 323곳이 있었지만 이미 사라진 곳도 있어 제주시 지역의 경우 현존하는 신당이 170곳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300여곳에 달하는 신당은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공간일 수도 있다. ‘설새밋당’처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 겹쳐지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이야깃거리가 어우러져 있는 이런 공간들에 대한 가치 조명을 통해 관리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하는 이유가, 그 공간에 우리 제주인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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