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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통령 자격으로 4.3 응어리진 제주도민 만나달라”
“이젠 대통령 자격으로 4.3 응어리진 제주도민 만나달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3.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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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박근혜 대통령의 첫 ‘4․3희생자 국가 추념일’ 참석을 정중히 요청하며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방명록에 '4.3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쓰고 있다.
그 날은 여름이었지만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날은 201281일이다. 81일이면 한여름이다. 푹푹 찌는 열기에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열대야로 사람은 지칠대로 지치게 마련인 그런 날이다.

그런데 이날 4·3평화공원엔 열기보다는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해발 고지가 높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날 4·3평화공원이 마주하는 이들은 예전엔 보기 힘들 이들이어서가 아닐까.
 
2012년은 대통령을 뽑는 해였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이 제주에 발을 디디며 찾은 곳이 바로 4·3평화공원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4·3과는 거리를 둔 상태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의 입김에 4·3의 존재가치를 위협할 때였다.
 
하지만 대통령을 뽑는 해여서인지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4·3 영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여기에 중요한 한 사람이 참석했다. 다름아닌 현재 대통령인 박근혜 후보였다.
 
그날 박근혜 후보는 4·3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분들이 희생된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패봉안소 방명록에 ‘4.3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 후로부터 17개월이 흐른 시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됐다. 제주도민들끼리만 위로하던 4·3이 정부의 행사로 격상됐다. 정부는 24‘43희생자 국가 추념일지정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66년간 억눌려왔던 4·3이 드디어 정부의 행사가 되는 감격스런 날이다.
 
이로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의 잘못이라고 한 지 11년만에 4·3은 당당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젠 당당하게 국가의 행사가 됐기에 정부에서 하나를 더 해줬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주변에서는 보수를 의식해서 참석을 하겠느냐는 우려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엊그제는 보수단체들이 ‘43희생자 국가 추념일지정을 항의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을 정도가 아닌가.
 
그래도 우리는 정부와 대통령께 요구한다. 첫 국가추념일이기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건 당연한 일일테다.
 
야당 당수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도 4·3 국가 추념일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화룡점정을 찍어달라. 직접 오셔서 마지막 남은 도민들의 응어리를 풀어달라. 그것이 제주도민들의 염원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맞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은 제주도민들의 염원이다.
 
덥지만 4·3평화공원만큼은 쌀쌀했던 그날.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자격으로 4·3평화공원을 찾았다. 우리는 1주일 후에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제주에서 보기를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자격으로 많은 분들이 희생된 가슴 아픈 일이라고 하지 않고, 대통령의 신분으로 제주도민들에게 그런 말을 해주길 원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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