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窓] 선거구획정위원회 부결과 이에 반응하는 도의원을 보면서
오늘(26일) 아니면 모레(28일)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다. 다름아닌 도의회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획정안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게리멘더링’이나 다름없는 4·5선거구 문제를 바로 잡았다. 그런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획정안에 대해 발목을 잡은 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다. 도의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획정안을 부결시켰고, 이에 대한 문제를 다시 도의원들이 들고 일어나서 본회의를 개최해달라고 요구하는 형국이 됐다.
기자는 이 문제를 몇차례 제기했다. 쓸 기사가 없어 제기한 건 아니다. 얼마전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빗대 ‘김명만 초선 의원 구하기’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기에 글을 쓴 것이다.
일부 의원들, 아니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며 속내를 비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억울하다”는 말로 해소될 게 아니다. 애초에 잘못된 선거구를 바로잡은 것이며,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은 ‘법’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를 부결시킨 자체가 문제이다. 이런 문제의식 없이 “억울하다”면 기자를 포함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24일 도의원 18명이 서명한 연서가 접수됐다.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부결 처리한 획정안을 본회의에서 다뤄달라는 요구이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은 없다. “억울하다”면서 울부짓는 민주당 의원들은 왜 없을까. 자신들의 행동이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문제인가?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률이 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4조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지체없이 따르도록 하고 있다. 법에서 이를 공식화한 이유는 뭘까. 국회에서, 작게는 도의원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선거구를 이래저래 하지 못하도록 한 최소한의 법이다.
그런데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뒤엎으면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답은 아주 간단하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 필요도 없고, 그런 조직 자체를 법에서 삭제해야 한다. 왜냐고? 도의원들 입맛대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뒤엎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선례라는 게 있다. 법은 판례도 있다. 이번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건 선례가 된다. 제주시내에 인구변동이 생기고, 도시계획이 달라질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다시 재조정할 수도 있다. 이 때 다수당이 된 도의원들이 “이건 아니다”고 하면서 뒤엎을 수도 있다. 그 때 도의원들은 당당해진다. 왜냐고? 그들은 그렇게 한 선례가 있다고 얘기하면 그만이다.
선례는 좋은 것은 남기되, 나쁜 것은 따르면 안된다. 지방의 법률인 조례를 다루는 의원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런 도의원들이 법에서 정하는 기구의 결정을 뒤엎을 자격은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법을 뒤엎는 도의원들을 뽑은 유권자들이 잘못이고, 선거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다시 강조한다. 도의원들이여! 제발 법을 지켜달라. 이번 본회의 때 제대로 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길 밖에 없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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