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窓]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선거구획정위 획정안 심의 보류를 보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으로 작품성이 아주 뛰어난 영화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표현한 첫 장면은 그야말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살점이 뜯기고, 피가 사방으로 튀는 그런 장면 묘사 자체가 전쟁이 어떤 것인지를 일깨운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솔직히 라이언이라는 단 한 명의 병사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라이언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또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언이라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여러 사람들의 목숨이 달아나도 되는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어제(18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일어난 일은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는 듯하다.
이날 행정자치위원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보류시켰다. 행정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할 사안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보류시킨 건 민주당 의원들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구남동만 선거구를 변경하느냐”며 반대의견을 냈고, 검토보고와 질의만을 하고 산회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그랬을까? 구남동은 예전엔 4선거구였다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새로운 획정안에는 5선거구로 포함된다. 여기에 포함된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이다. 초선의원인 김명만 의원으로 현재 제5선거구 지역의원이다.
그러고보니 행정자치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건 김명만 의원을 살리려는 의도로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이 정하고 있는 기구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에 명기된 기구이다. 제주특별법 역시 공직선거법을 준용, 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은 지체없이 따르도록 법에 명기가 돼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들은 각계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들은 모두 11명으로, 도의회에서 추천한 인물도 2명이 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에 불만을 갖는 건 도의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임은 물론, 법을 다루는 의원들이 ‘나는 법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억지로 비칠 뿐이다.
만일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릴 경우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오는 21일부터 진행되는 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에 차질이 빚어진다. 4·5선거구에 대한 조례개정이 되지 않으면 도의원 전체의 후보등록도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의원은 이 모든 문제를 안고 가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래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닮았다는 말이다. 선거는 전쟁터다. 폭탄이 터지고 살점이 뜯기고, 누구는 생명을 잃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준 열의는 김명만 초선 의원을 어려움에서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이런 불명예를 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도의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게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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