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窓] 도남동 주민들이 낸 보도자료와 그걸 반기는 이상한 도의원들
가끔 혼란을 주는 일들이 있다. 참 민감한 사안이지만 선거 문제가 나오면 사람들은 달라진다. 제 편이 아닌데 제 편을 드는 게 선거판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14일 갑자기 날라든 보도자료는 뭔가 의혹을 품기 참 좋게 만든다. 제314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나온 보도자료인데다, 이는 법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정치꾼에 휘둘리는 선거구 조정, 우린 정치꾼이 아닌 참된 일꾼을 원한다’이다. 보도자료 제공은 ‘도남동(마을회,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으로 돼 있다.
보도자료의 요지는 “제4, 5선거구만 재조정을 하고, 그것도 지방선거에 다다른 시기에 추진했느냐”는 추궁이다.
요지를 들여다보면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도남동에 속한 구남동을 4선거구에서 5선거구로 조정했다. 이는 구남동 개발에 따른 인구증가와 5.16을 잇는 대도로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도남동 주민의 이름으로 내놓은 보도자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과를 마음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예전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것이다. 즉 구남동을 예전처럼 4선거구로 하라는 요구이다.
이런 주민들의 요구는 합당한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조정 결과는 법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 6항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원회로부터 선거구획정업무에 필요한 자료의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체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제주특별법 제43조는 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관한 사항이다. 제43조 2항은 ‘공직선거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규정은 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준용한다’고 돼 있다. 이는 곧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과는 아무런 이유없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갑자기 도남동 주민들이 보도자료를 낸 이유는 뭘까.
현재 도의회 내외부에서는 5선거구의 민주당 의원을 살리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과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한다.
다음주부터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선거구획정과 관련된 조례안 개정이 다뤄진다. 도의원들이 조례안을 개정하지 않으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은 없던 걸로 된다. 도의원들은 그러기에는 부담이 많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역풍은 곧바로 도의원들에게 화살로 되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날 도남동 주민발로 내놓은 보도자료는 개운치 않다. 도의원들을 도와주려는 느낌이 풍기는 건 기자 개인의 의견만은 아닐테다. 아니, 이날 보도자료를 낸 도남동 주민들이 되레 정치꾼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제주도의회는 법을 다루는 곳이다. 도의원들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한 ‘법’을 무시하지 말고, ‘법대로’ 해야 한다. 주민들을 부추겨 혼란을 주는 일일랑 하지 말았으면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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