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경기는 공정 게임이다] <3>제주도는 오해를 불식시켜라
16일 김창열 화백 포함한 김창열미술관 심사위원 명단 9명 확정
16일 김창열 화백 포함한 김창열미술관 심사위원 명단 9명 확정
2차례에 걸쳐 설계경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자가 설계경기 문제를 다루게 된 건 (가칭)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이하 김창열미술관)을 두고 일고 있는 각종 의혹 때문이었다.
우선 눈에 드러나는 건 설계경기를 제주도 건축지적과에서 하는 관행을 깨고 문화정책과에서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지난 9월 설계경기를 공고할 때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접 당사자인 김창열 화백이 심사위원으로 된다는 소문들이었다.
2차례의 문제지적이 있자 좀 더 구체적인 지적이 제기됐다. 기자가 쓴 기사에 누군가 댓글을 달아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했다. 또 어떤 이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김창열 화백이 정한) ○○○가 설계경기에 참여해 작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댓글은 아주 구체적으로 쓰고 있다. 스페인의 건축가 그룹이 나오고, 설계 용역비가 2억5000만원이기에 수의계약을 할 수 없어 제주도내 설계사는 10%의 접수비만 받고 설계경기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댓글은 그 외에도 도립미술관 직제와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 댓글을 단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이번 김창열미술관은 A씨가 연결이 돼 있다고 했다. 전화를 건 이는 댓글을 단 이는 분명 아니었다. 그는 A씨와 관련된 사람이 이번 설계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 지역엔 파다하게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정작 설계경기에 참여한 제주지역의 건축사들은 기사를 접하고서야 그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중요한 건 진위 여부이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당사자들은 ‘아니다’고 잡아뗀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의 행동은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관행을 깨고 문화정책과에서 설계경기를 진행하는 것부터가 그랬다. 공고에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면서 김창열 화백만은 심사위원에 포함시킨다는 것이었다.
논란을 잠재우려면 김창열 화백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의 의혹은 불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김창열 화백을 무조건 심사위원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드시 김창열 화백이 심사위원에 포함된다고 얘기를 했다”며 김창열 화백을 심사위원에서 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 명단은 16일 오후에 발표된다. 김창열 화백을 포함하면 이번에 심사위원이 될 이들은 모두 9명이다.
기자가 제주도 관계자에 ‘어떻게 김창열 화백이 제주에 오게 됐느냐’고 묻자 “지난 4월 20일에 제안서가 들어왔다. 김창열 화백이 위치를 저지리 쪽으로 하고, 작품 200점에 대한 리스트까지 보내왔다. 그래서 최종 정책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미래에 제주도로서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5월 20일 협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자가 그 관계자에서 ‘김창열 화백과 세간에 알려진 이와의 교감인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하자 “그런 건 모르겠다. 그렇게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도 관계자는 “공정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양심을 걸고 한다. 깨끗하게 해야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공무원의 말을 믿고 싶다. 그의 말을 믿고 싶지만 김창열 화백이 심사위원에 들어간다면 제 아무리 깨끗한 심사를 했더라도 오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간에 떠도는 이의 작품이 선정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작품이 좋아서 선정됐다기보다는 김창열 화백이 찍어서 됐다는 오명만 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설계경기의 문제점만 더 확산될 게 아닌가. 덩달아 제주도 역시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뿐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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