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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철가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철가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12.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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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홍동 주민센터 신용석 주무관

동홍동 주민센터 신용석 주무관
어렸을 때 중국집은 시내에도 흔치 않았다. 생일날이나 크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고급 음식점'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외식산업이 발달하면서 여타 음식점들이나 레스토랑들이 생기가 시작했다. 중국집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였다. 바로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였다.

철가방. 중국집 배달의 묘미는 바로 철가방이다. 배달오토바이 소리, 초인종 소리, 마지막으로 백미(白眉)인 철가방이 철컹하며 열리는 경쾌한 소리. 이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설렘이다.

신문지를 깔고 중국음식을 먹는다. 자장면이면 혀로 핥아서 먹었고, 짬뽕이면 후추만 남기고 모든 국물을 흡입한다. 남은 음식이라고는 가끔 유난히 매웠던 양파 몇 조각쯤이었다. 그렇게 대강 설거지가 된 그릇은 몇 시간 후 다시금 철가방에 들어간다.

그런데 요즘은 철가방을 보기 힘들다. 그 많던 철가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유는 과거와 달리 그릇 수거 후 남겨지는 음식물 쓰레기들 덕분(?)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집의 철가방들은 파란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대부분 바뀌었다. 예전과는 달리 음식물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나와 곡예배달사의 철가방만으로는 흐르는 국물과 남겨진 건더기를 보듬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량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483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5조원에 달한다. 마침 제주도 음식물을 남기는 만큼 부담하는 “음식물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귀포의 경우에는 종량제 시행 이전과 비교하여 매달 평균 20%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철가방이 다시 등장하긴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순간에 음식물쓰레기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집 “배달의 민족”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철가방들이 매해 조금씩이라도 늘어가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매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483톤에서 앞 숫자 하나를 지운 통계를 봤으면 좋겠다. 도민 분들께서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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