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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영결식보다 생활체육대회 유치가 더 중요했나?”
“망자의 영결식보다 생활체육대회 유치가 더 중요했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11.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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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우 지사 새누리당 국회의원과의 골프 회동, 졸속 해명 도민들에 큰 상처

제주도가 우근민 지사의 지난 16일 골프회동과 관련, 2개월 전부터 예정된 전국 생활체육회장단과의 공식 행사였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근민 지사가 지난 16일 새누리당 중진 의원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과 관련,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이 우 지사를 겨냥해 “도백으로서의 처신을 포기한 사건”이라고 맹비난한 데 이어 신구범 전 지사도 “도민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그 가치를 폄하한다면 이미 도지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등의 비판 논평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는 당일 16일 오후 당일 골프 회동이 2개월 전부터 이미 약속된 공식행사였다는 해명 자료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도가 발표한 해명 자료를 보면, 우 지사의 골프 회동이 사적인 일정이 아니라 공식적인 행사였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항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해명 자료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종목별 전국생활체육대회 제주 유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 지사가 공식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전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제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마치 자신이 새누리당의 ‘실세’ 의원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을 빌미로, 언론에서 트집을 잡고 있다는 뜻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해명 자료에서도 밝혔듯이, 2017년 세계생활체육연맹총회(TAFISA)는 이미 제주 유치가 확정된 상태다. 총회 홍보와 참여 지원이라는 이날의 골프 회동의 취지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다 “전국생활체육대회 제주 유치를 위해 제주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공식행사였다”는 해명은 싸늘해진 도민사회 여론을 되돌리기엔 너무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도지사가 골프 회동을 취소했다면 앞으로 종목별 생활체육대회 유치에 차질이 빚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생활체육 동호인들이나 종목별 경기단체 관계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백번 양보해서 회동 취소로 인해 일부 종목의 대회 유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치자. 또 하필 함께 라운딩을 한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이 새누리당 중진 국회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새누리당 입당 자격심사와 맞물려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도의 이같은 해명은 이날 골프 회동으로 인해 상처 입고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도민들의 한가닥 자존심마저 짓밟아버리고 있다.

우 지사 자신이 직접 공무원들에게 “직을 걸라”며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작업에 총동원령을 내린 일이 아닌가.

바로 그 고사목 제거 작업에 투입됐다가 유명을 달리한 망자와 싸늘한 도민 여론을 생각한다면, “일방적인 비판 여론 조성”을 운운하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으로서의 도를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정치인들이 태풍 또는 가뭄 피해 등으로 국민들이 시름을 겪고 있을 때 골프채를 잡았다가 구설수에 오른 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 않은가.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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