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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이지아와 만나고 싶다"
정우성 "이지아와 만나고 싶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6.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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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 시사회 현장의 정우성. 사진=남궁진웅 기자
19일 영화 <감시자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스크린 위에서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 진경 등 누구랄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 펼쳐졌다. 기자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지 시사회 뒤 이어진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여한 배우들의 표정은 밝았고 대화는 솔직했다.

특히 정우성이 그랬다.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이어 언론시사회에서 재치와 영화적 식견이 빛나는 발언으로 기자들의 귀를 쫑긋 서게 하더니,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자신이 맡은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독특한 해석을 내놓으며 주목시켰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감시자들>은 물론 신참내기 형사 하윤주(한효주)의 성장 드라마지만, 해석의 여지가 많고 그만큼 배우의 표현 가능성이 큰 제임스 역할이 참 좋더라고요. 영화 관계자 분들께 이 영화 너무 좋다, 제임스 역을 잘 캐스팅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이 크지 않은 역이지만 지명도 있는 배우가 맡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느니, 그냥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하는 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맡게 됐어요.”

정우성은 악역 제임스를 맡되 조건을 붙였단다. “제가 한다고 하니까 자꾸 제임스를 키우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건 안 된다, 그러면 영화의 기본이 흔들린다, 애초대로 감시반이 중심에 있고 제임스는 그들이 상대하는 범인으로 외곽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안 그러면 굳이 제가 출연한 이유가 무색해지잖아요.”

그렇다고 영화에서 제임스의 비중이 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우성이라는 거물급 배우가 많지 않은 노출로도 제임스의 존재감을 키운다.

“제임스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서도 좀 더 설명하는 장면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저는 제임스 분량이 자꾸 늘어나는 것도 원치 않았고, 또 제가 잘만 한다면 설명 신(scene)을 추가하지 않아도 관객 분들이 제임스의 캐릭터를 이해해 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는 도전일 수도 있지만 또 도전은 즐겁잖아요.”

정우성이 생각한, 영화에는 보이지 않는 제임스의 과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저는 제임스가 불우한 환경에서 악랄한 남자에 의해 건져져 혹독하고 잔인하게 킬러로 훈련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가능하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워서 완전범죄를 실행함으로써 경찰 등과 대적할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죠. 이유 없이 함부로 죽이지 않고, 불가피하게 죽이더라도 단시간에 한두 번의 동작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고요. 또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준비하죠, 함께하는 후배들의 몫까지도요.”

무엇을 물어보든 청산유수다. 그다지 말수가 많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말을 잘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걸 알게 된 것 같고요. 나에 대한 설명력이 느니 타인이나 어떤 대상에 대한 그것도 나아지는 것 같아요.”

진솔한 대답이었지만,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픈 생각에 소위 ‘던졌다’. 흔히 글을 잘 쓰는 비법이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지 않는가. 평소 책을 많이 읽는지, 여전히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 많아질 특별한 계기 일테면 사랑의 상처가 생각을 깊게 했는지 물었다. 여느 배우들이라면 다독, 다작 정도에서 비법 공개를 끝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달랐다.

“읽는 건 제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딱 맘에 오는 책은 끝까지 읽지만, 읽다가 아니다 싶은 건 그냥 던져 버려요. 그래서 뭘 제대로 많이 읽었다고는 못하겠고요.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쓰고 있습니다, 잘 준비해서 연출하고 싶으니까요. 사랑의 상처라…, 지아 씨 얘기가 듣고 싶으신 거죠?”

뜨끔. 잠시의 숨고르기 뒤 얘기는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남녀가 사귀다 헤어지면 그걸로 딱 끝이잖아요. 저는 사실 그게 굉장히 아쉬워요. 그 어느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이런 저런 조언도 해줄 수 있는. 헤어져도 그냥 누구보다 가깝고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너, 저 여자 조심해’ ‘너, 저 남자 너랑 안 어울려’ 이런 연애 조언까지 해 주면서요. 불가능한 걸까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지아 씨랑은 너무 급작스럽게, 주위 환경에 의해 끝이 났어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요. 이런 저런 보도들이 나오면서 연락이 안 됐어요. 많은 분들이 저한테 피해자라고 하시는데, 사랑에 피해자가 어디 있어요. 지아 씨는 재미있는, 좋은 사람이에요. 대화가 참 잘 돼요. 친구처럼 다시 만나는 게 어렵다면, 적어도 밥 한 번은 먹고 싶어요. 그런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그래서 언제 연락해도 되나, 좀 살피고 있어요. 이제 해도 될까요?”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쿨(cool)하면서도 따뜻한 남자 정우성의 냉혹한 범죄자 연기가 사뭇 더 크게 보이는 대목이었다.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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