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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감성’, 그리고 ‘욕망’의 도시 제주 속살을 만나다
‘역사’와 ‘감성’, 그리고 ‘욕망’의 도시 제주 속살을 만나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6.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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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대안연구공동체 ‘영화속 도시건축 이야기’ 마지막날 기행

관덕정 뒤쪽에 있는 옛 돌담길.

2013년 6월, 제주는 역사의 도시와 감성의 도시, 그리고 욕망의 도시 중 어디쯤에 있을까.

<미디어제주>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함께 마련한 ‘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인문학 강좌가 15일 하루 현장 답사를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현장 답사는 제주시 관덕정과 올해 초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옛 제주시 청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주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이 아직 남아있기도 하지만,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는 옛 제주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관덕정 뒤쪽의 옛 돌담길과 기와집, 그리고 제주 최초의 극장인 옛 현대극장 건물 등을 돌아보는 동안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옛 골목길과 오랜 건축물에 담긴 자신의 추억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엄마가 다니는 직장이 근처에 있어서 자주 다니던 곳인데 오늘 여러 가지 신기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옛날 MBC 방송국이 있던 건물, 그리고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애용되던 다방 이야기도 재미있었구요. 특히 도심 한가운데 초가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신기했어요”

4주 강의를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김한솔 학생(신성여고 2)은 미래의 건축학도라고 소개된 뒤로 강사인 김태일 교수 뿐만 아니라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이날 최고 인기 스타였다.

한솔이 뿐만 아니라 이날 기행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제주의 옛 기억들을 카메라에, 그리고 자신의 뇌리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주 최초의 극장인 옛 제주극장(뒤에 현대극장) 건물을 기행팀이 돌아보고 있다.

제주시 옛 남문 길에서 '숨은 그림 찾기' 처럼 기행팀 일행이 찾아간 도심 속 옛 초가의 모습.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상미씨(46)도 이날 돌아본 곳 중에 ‘역사의 도시’ 테마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덕정 뒤쪽의 옛 돌담 길을 걷는 동안 김씨는 “오늘 돌아보는 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성산읍 난산리에 있는 들살이 학교 일을 하고 있는 김정이씨(46)는 제주만의 아름다운 풍광을 더 이상 파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잡지에 소개된 서울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 문화 사례 관련 자료를 내밀어 보이면서 건축물을 통해 ‘공동체 복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미래의 도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 기행팀이 ‘감성의 도시’ 테마로 찾은 곳은 함덕 서우봉 해안, 그리고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양쪽으로 보이는 바닷가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화북삼양지구 일대의 모습.

함덕 서우봉 해안에서 김태일 교수가 맨발로 땅의 촉감을 느껴볼 것을 제안하면서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김태일 교수가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섭지코지 방향을 가리키며 제주 풍광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있다.

김태일 교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탐방로를 늘리는 방법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행 팀이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영화 <건축학 개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 ‘서연의 집’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맹순씨는 “새로운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역사가 없는 고장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옛 추억과 역사가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운 고장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행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카페 '서연의 집'을 찾은 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기행 팀 일행들.

카페 '서연의 집'에서 바라본 바닷가. 멀리 지귀도의 모습도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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