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 시집 「강정은 4.3이다」를 펴낸 김경훈 시인에 대해 동료 김수열 시인이 표현한 이야기다.
「눈물 밥 한숨 잉걸」,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 등 시집에서 제주4.3을 오랫동안 다뤄온 김경훈 시인이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에 이어 강정과 4.3의 연관성을 깊이 천착한 시집 「강정은 4.3이다」를 펴냈다.
시집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강정 상황에서 4.3을 떠올리고 있다는 점을 시인은 57편의 시로 형상화해냈다.
“구럼비여 일어서라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
온몸 묶이고 가두어졌어도 몸을 떨쳐 일어서라
눈물과 한숨 거두고 분노의 결기로 힘차게 일어서라
… (중략) …
이형상 목사 시절 당 오백 절 오백 불탔어도
이재수 항쟁 시절 민군들 도륙되었어도
세화리 해녀항쟁 폭압으로 짓눌렸어도
무자기축년 4.3시절 온 섬 떼죽음 되었어도
그러나 그리하여 다시 일어섰듯이
그렇게 구럼비여 일어서라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그리하여
다시 일어서라
… (후략) …”
“이 펜스를 걷어라
돌멩이 하나가 구럼비 되어 일어서고
꽃 한 송이가 거대한 덩굴로 물결치리니
이 펜스를 걷어라
너희 죽은 심장에 가 박히기 전에
너희가 박은 이 말뚝 너희 스스로 걷어라”
시집에 실린 두 편의 시 ‘구럼비여 일어서라’와 ‘이 펜스를 걷어라’의 구절에서 보듯이 그의 시어는 사뭇 선동적이고 도발적이다.
한국작가회의의 글발글발 평화릴레이가 임진각을 출발, 강정마을에 도착하던 날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열린 마무리 행사에서 낭송한 ‘이 펜스를 걷어라’에서 그의 외침은 어찌 들으면 섬찟하게 들리기도 한다.
시인은 “4.3의 정신은 자주독립 통일국가를 염원한 제주민중들의 열망에 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로 통일은 멀어지고 종속은 심화된다. 이제 부정의(不正義)의 ‘평화와 인권’ 담론은 그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단언한다.
그가 “평화가 깨지고 인권이 유린되는 가장 아픈 마을 강정에서, 실천적인 평화와 세계적인 연대로 해방과 통일, 평화와 사랑이 기적처럼 새 길을 만들고 있다”면서 강정의 정신이 바로 4.3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이며 놀이패 한라산 회원이기도 한 그는 9편의 시집 외에 마당극 대본집 「살짜기 옵서예」, 제주4.3 일본어 시집 「不服從の 漢羅山」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각>, 7000원.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