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도 기획관리실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주도 금고 지정에 따른 협력사업비 예산 규모가 공개됐다.

박주희 의원(무소속)은 이날 도 금고의 협력사업비가 도의 예산에 잡히지도 않은 채 민간보조금 등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박원철 의원(민주통합당)도 “행정안전부가 세입에 편성해 쓰도록 하고 있음에도 관행처럼 사용해오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았느냐”면서 이 때문에 ‘지사 쌈짓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감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협력사업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미디어제주>가 지난 2007년부터 6년간 조성된 협력사업비 규모와 사용 내역에 대한 자료를 입수, 분석한 결과 이날 의원들이 지적한대로 아무런 통제장치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우선 6년간 총 협력사업비 규모는 94억7000만원이었다. 농협이 지난 2007~2008년 20억원, 2009~2010년 30억원, 2011~2012년 30억원 등 80억원의 협력사업비를 내놓았고 제주은행이 6년 동안 내놓은 협력사업비가 14억7000만원이었다.

이날 감사에서 두 의원은 지난 2010년 4월 감사위원회 지적에 이어 감사원에서도 같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우근민 도정 출범 이후 지난해부터 2년간 예산에 편성하지 않은 채 계속 집행됐다는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아직 사용되지 않은 협력사업비 집행계획을 제출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한 끝에 공영민 기획관리실장으로부터 “필요하다면 제출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미디어제주>가 우근민 도정 출범 이후 사용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행사 등에 쓰인 민간보조금이 상당액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종교 관련 행사와 자생단체들의 자체 행사에 지원된 금액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 지사 시절인 지난 2008년에는 ‘제주사랑상품권 직접 구매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무려 7억6900만원이 한꺼번에 집행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협력사업비 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지만 협력사업비 지출에 대한 기준이 없이 자의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 올 10월말 현재까지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운영위에서 부결된 지원 사업은 서귀포시 교육발전위원회 출연금 단 한 건 뿐이었다.

박주희 의원은 이날 행감에서 “협력사업비에서 지원된 민간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증빙자료를 첨부해 제출하라고 했더니 증빙자료 없이 집행내역만 보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쌈짓돈’ 지적에 대해 도 관계자가 극구 부인했지만, 말 그대로 투명하지 못하게 사용됐음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었다.

10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협력사업비가 예산에 편성되지도 않은 채 사용돼 왔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2년간 이같은 관행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도민사회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질 전망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석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