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내가 도지사라면 ‘카사 델 아구아’를 남겨두라고 하겠어”
“내가 도지사라면 ‘카사 델 아구아’를 남겨두라고 하겠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9.2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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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로부터 레고레타의 중요성을 듣다

한국 건축계에서 쓴소리도 마다 않는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 그는 한국 건축계의 거장인 김중업·김수근 등과 아울러 건축분야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사람들을 위한 인간다운 건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그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해 한마디를 던졌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철거된다는 말을 들은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부수지 맙시다. 남기는 것이 올바른 일입니다. 귀중한 것을 귀중한 것으로 아는 것이 진정한 문화인입니다. 부디 남겨 둡시다. 멕시코 대사가 청하는 것을 보세요. 그도 이 건축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법원에서 판결될 사항을 훨씬 뛰어 넘는 것입니다.”(김광현 교수 페이스북에서 발췌)

서울대 김광현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건축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에 <미디어제주>가 그와의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대뜸 이런다.

논지가 뭐 필요해. 법이 필요 있나? 무허가라 할지라도 레고레타가 집을 지어줬으면 고맙다고 해서 남겨둬야지.”

그의 논조는 명확했다. 그는 철거의 논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놔둔 상태에서 이를 활용할까에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던졌다.

봐주면 되잖아. 마음만 먹으면 될 일을. 보존을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데 부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사람이 하는 일들이야. 불법이라고 부수면 (있는 건물들도) 다 부숴야겠네. 남겨둬야 하는 이유가 있잖아요. 나중을 위해서 놔두면 안되나. 10년 유예를 해도 되고 말이지.”

김광현 교수는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라는 인물이 아무런 뜻도 없이 건축 행위를 하는 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레고레타의 작품을 얻기가 힘들다며 보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멕시코 대사가 애원을 하잖아. 대사가 말하는 건 국가가 말하는 것이지. 국가가 보존을 해달라면 성의를 표시하면 될 것 아닌가. 애를 키우는데 법대로 합니까. 봐주는 것도 있지. 그런 점에서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 건 올바르지 않아요.”

기자는 그와의 통화에서 제주도를 비롯한 행정이 철거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안선 100m내에 위치하는 점과 가설건축물이라는 점, 여기에다 불법건축물을 용인해주면 또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처를 할 수 없다는 행정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사례가 없기에 남겨둬야 한다. 다음에 이런 유형의 건물을 위해서 제주도가 앞장서서 남겨둬야 한다면서 “(제주도가) 사례를 강조하는 건 일반적이고 평준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건 행정이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고 질책했다.

그는 이어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아울러 섭지코지의 안도 다다오보다 레고레타라는 인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안도 다다오 것은 좋고, 레고레타 작품에 대해서는 왜 그래? 서울에도 대전에도 아무 곳에도 없는 건물이야. 제주만 가진 것을 왜 부수려 하나. 남기면 효자 노릇을 할 것인데, 아니 그 땅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을 확신해. 내가 도지사라면 남겨두라고 하겠어. 오히려 지어주라고 해야 할 판인데.”

김광현 교수는 현재 서울대에서 의장연구실을 이끌며 숱한 건축 인재들을 배출해오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미디어를 통해 제대로 전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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