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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기념관을 도심에 세우려는 이유는?
김만덕기념관을 도심에 세우려는 이유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1.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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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김만덕 200주기에 부쳐 “후세에 물려줄 제대로 된 사업을”

사라봉 모충사 내에 있는 김만덕 묘비.
올해는 거상 김만덕(1739~1812) 200주기가 된다. 김만덕은 나눔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그 나눔은 단순한 나눔이 아닌 기업인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5만원권 지폐의 인물로 넣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김만덕은 제주 출신을 떠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로, 국제적인 인물로 부상시키기에도 손색이 없다.

특히 올해는 숫자 ‘200’이라는 의미를 지닌 해다. 김만덕은 음력 1022일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올해 양력으로 환산하면 125일이 된다.

김만덕 200주기는 숫자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상징성이 크기에 올해를 기점으로 김만덕의 정신을 이을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김만덕을 제대로 조명하려면 김만덕의 정신을 살려낼 실체가 뚜렷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그런 실제작인 작업으로 객주터 재현과 김만덕기념관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건 객주의 필요성과 김만덕기념관의 위치다.

김만덕기념관은 지난해 6월 마무리된 용역 보고서엔 사라봉공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면적 2808에 지하 1, 지상 2층로 계획을 잡고 있다. 용역 보고서가 사라봉공원을 지목한 건 현재 만덕관의 위치성과 사라봉공원이 가지고 있는 주변 여건 때문이다. 이 곳에 김만덕기념관이 들어설 경우 공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교육적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탐라문화광장이 뜨면서 김만덕기념관을 산지천 일대를 중심으로 한 탐라문화광장에 넣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탐라문화광장이 넓지 않다며 주변의 소문을 일축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건입동 일대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곳과 관광객 수급이 용이한 곳에 김만덕기념관을 둘 계획이다면서 사라봉공원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만덕기념관은 올해 국비 18억원을 투입하는 등 오는 2014년까지 14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그런데 굳이 애초 용역 보고서에 제시한 사라봉공원을 제치고 도심으로 들어가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도심으로 들어가게 되면 부지 매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테고, 김만덕기념관의 공원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제주도의 의도는 김만덕기념관을 탐라문화광장, 추진중인 객주터 등을 연계하려는 듯하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김만덕기념관이 탐라문화광장과 객주터에 이웃하고 있어야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추진하는 객주터는 김만덕 생존 당시 입지가 맞을까. 고증되지 않은 곳에 객주터를 정비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만덕기념관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을 향해서 던지는 공간이 아니다. 김만덕의 정신을 살리고, 그 정신을 후손에게도 전해주기 위해 지어져야 하는 역사적인 당위성이 있다. 지금 현재 관광객 유입만을 생각하다가는 후일에 기념관을 옮기는 논의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덧붙이고 싶은 건 장기적으로 김만덕 묘지 성역화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만덕은 묘비만 있고, 묘지는 없다. 현재 사라봉에 있는 김만덕기념탑 콘크리트밑에 묻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이 추진하는 일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일만 해서는 안된다. 그 일이 어떤 효과가 있고, 후대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도지사의 말 한 마디에 이리저리 해서도 안된다. 자칫 엉뚱한 김만덕 논의가 된다면 콘크리트 바닥에 묻혀 있는 김만덕이 웃을 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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