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이 뜨고 있다. 지난 1993년 서울시립대학교의 서울학연구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제주도에도 물론 ‘제주학’을 연구해 온 이들이 있다. 제주학회와 제주학연구소라는 지역연구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학연구센터’라는 이름을 단 기구가 11일 출범한다.
제주학연구센터는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공약 실천 과제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단지 도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만 앞세운다면 제주학연구센터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영속적으로 운영돼야 할 기구를 단지 ‘공약’을 이유로 한다면 ‘제주학’이 정치의 들러리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주학연구센터는 정말 필요한가’라는 명제부터 풀어봐야 한다.
지역 학문은 왜 있어야 하나. 지역 연구는 중앙집권 중심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트랜드다. 지역학은 그 지역의 뿌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배제한 제주학연구센터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웃나라 일본인 경우 76개에 달하는 지역학 연구단체가 있다. 와세다대학은 연중 ‘오키나와학’ 강좌를 마련할 정도로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오키나와학은 ‘오키나와학 입문’을 시작으로, 신화·정치·음악·전쟁·방언 등 오키나와 지역의 모든 걸 망라한다. 여기엔 인문학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학은 그 지역의 자연과학도 담고 있는 등 해당 지역을 연구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학연구센터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제주학연구센터의 구심점은 어디에 두고, 각종 활동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야 한다.
11일 현판식을 가질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발전연구원 산하에 두는 걸로 돼 있다. 그렇다면 제주발전연구원이 구심점인가. 출발은 그렇더라도 제주학연구센터는 독립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연구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민간부문의 참여 없이는 지역학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센터 출범을 앞두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설문결과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직접 제주학을 연구하고, 제주학 연구를 하는 연구자와 연구단체를 지원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문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제주학연구센터가 제주학의 전반적인 진흥을 위한 구심 연구기관으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임에 분명하다.
걱정되는 점도 있다. 만들어 놓기만 하고 기능을 하지 못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라는 우려다. 앞서 지적했듯이 ‘공약’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우근민 도정 이후엔 답이 없어진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기능을 담보로 할 제주학연구센터가 지속적으로 살아가려면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노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어쨌든 제주학연구센터는 정치를 배제한 제주학문을 연구하는 순수한 기관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