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주도는 무얼 먹고 살아가야 하나. 대답을 쉽게 내놓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제주도는 예전부터 그래왔고, 미래를 보더라도 ‘관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러기에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이쯤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벌이는 일을 들여다보자. 관광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현재진행형인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에서 읽게 된다. 어디를 가든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모든 행사의 시작은 휴대폰을 드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시키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주도는 왜 이렇게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목을 맬까.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이 제주미래를 담보할 적임자이기에 그렇다. 관광없이는 제주도의 생존도 불가하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엊그제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 후보 산업군’을 보면 고개가 가우뚱해진다. 3개년 사업인 광역경제권은 물산업과 마이스(MICE)를 주축으로 해왔으나 물산업은 아예 빠지고, ‘마이스’를 축으로 한 관광도 ‘마이케어’(MICARE)라는 이상한 옷을 입었다.

물산업은 탈락했으니, ‘마이케어’로 좁혀서 논의를 해보자. ‘마이케어’는 마이스(MICE· Meeting, Incentive tours, Convention, Exhibition)에서 전시(Exhibition)를 제외하고, 여기에 의료 서비스(health CARE)를 융합해 만들어진 용어다. 궁금증이 발동돼 ‘마이케어’라는 용어를 뒤졌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인 셈이다. 사실 일반인들은 ‘마이스’가 뭔지도 모른다. ‘마이스’를 인지시키는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혀 다른 용어인 ‘마이케어’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마이케어’가 제주도의 생명산업의 하나인 관광을 타깃으로 했다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으나, ‘마이케어’엔 관광 분야가 보이질 않는다. 제주도가 작성한 ‘마이케어 산업 생태계’ 표를 바라보면 관광은 없고 의료만 있다. ‘마이케어’라는 이름엔 ‘마이스’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의료 서비스의 종속 개념으로 전락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그토록 바라고 있는 이 때,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목표를 내걸고 있는 시점에 왜 마이스를 버렸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앞서 얘기했듯 제주도는 관광이 주된 산업이다. 제주도에서 내놓은 ‘마이케어’는 관광의 넓은 스펙트럼 가운데 아주 일부분인 ‘건강’에만 집착하고 있다.

‘마이스’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제주에서의 국제회의 유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마이스’를 가볍게 바라볼 게 아니다. 이쯤에서 관광의 질적인 성장을 견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

물론 광역경제권 선도전력산업은 지식경제부 소관이다. 관광은 지식경제부 소관이 아니어서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광이 광역경제권 사업에 들어간 건 ‘마이스’로 포장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주도가 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으로 결정한 바람이나 의료는 이미 다른 경제권에서 해오고 있다는 점도 잊고 있는 듯하다. 바람은 호남권에서, 의료는 강원권에서 하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 사업을 ‘따라하기’만 할 것인가. 진정으로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앞으로 10년 아니, 100년후 제주도민들은 어떤 산업으로 먹고 살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도정을 바라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