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현 한국은행제주본부 청사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제주를 방문한 김중수 한국은행총재와 김병립 제주시장이 간담자리에서 오간 ‘청사매입 관련 발언’을 놓고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제주시는 ‘긍정 검토’, 한은제주본부는 ‘구체적 논의 없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립 시장은 13일 오전 간부회의에서"지난 11일 제주를 방문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간담에서 제주본부 건물 매입과 관련해 제주시가 매입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시가 매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나가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한국은행제주본부는 즉각 해명보도 자료를 내는 ‘화들짝’ 반응을 보였다.

한은제주본부는 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의 ‘김중수 한은 총재와 김병립 제주시장간 현 한국은행 제주본부 행사 매각관련 긍정적 의견 교환’ 관련 보도에 대해 “간담회에서는 한은 제주본부 행사 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한은제주본부는 “11일 김중수 총재와 제주 주요기관 인사들과의 만찬간담회 목적은 지역경제 현안과 한은 제주본부의 역할에 대한 의견 교환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기자가 확인한 결과, 김 시장은“제주시는 현 한은제주본부 청사가 필요하다. 제주시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대금도 분할 납부방법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김 총재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총재는 “매매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관계규정에 따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김 시장은 전했다.

그러나 해명 보도자료를 낸 한은제주본부 관계자는“확인결과 매각관련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청사 매입․매각에 한 단계 진전한 게 아니냐”

한은제주본부 청사 매입 또는 매각을 놓고 결국 두 기관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지만 일단은 ‘한 단계 진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설(說)수준’에 머물렀던 ‘제주시의 한은제주본부 청사 매입건’이 두 기관의 수장 선에서 거론된 자체가 구체화 단계로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그렇다.

현 상황에서 두 기관은 청사 매입 또는 매각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제주시는 부족한 사무실 확보를 위해 매입해야하고, 한은제주본부는 청사 이전을 앞두고 매각해야하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본청 건물은 국가지정등록문화재로 지정돼 함부로 손댈 수 없고, 현재 민원실 건물이 낡아 C등급으로 판정받았지만 마땅히 쓸 공간이 없다”며“사무실 확보차원에서도 한은제주본부 청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청사 신축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시청 앞에 위치한 한은 제주본부 청사 부지와 건물 매입 계획을 수립,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관계자는“한은제주본부 청사를 사들인다면 1개국 정도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은 제주본부 청사는 제주시청 정문 앞 3763㎡(약 1140평)터에 지상 4층 연면적 3514㎡ 규모로 1971년에 지었다.

한은제주본부는 청사를 지은 지 40년이 지나 건물이 낡았고 업무 공간이 좁아 지난 2009 년 12월 시민복지타운(도남동 669-1번지)에 청사 신축을 착공, 올 연말까지 준공해 내년 4월까지 이전할 방침이다.

이 같은 처지에 놓인 두 기관은 지난 2월에도 실무책임자 선에서 청사 터와 건물 매입에 따른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두 기관 수장의 만남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현재 한은 제주본부 터의 공시지가는 114억원, 청사건물 예정가액은 7억8000여 만원 등 모
두 122억여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게 되면 감정가액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 시장은 “앞으로 모든 절차를 밟아 청사 매입에 나서겠다"고 적극적인 뜻을 밝혔다.

한은제주본부는 “청사매각은 본점 중앙재산관리실에서 공개입찰방식을 통해 이뤄진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김총재와 김시장과 간담의 결과가 앞으로 한은제주본부 청사 매각․매입에 어떤 쪽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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