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종착점 향해 가는 걸까? 또다른 시작일까?
종착점 향해 가는 걸까? 또다른 시작일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19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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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강정마을 해군기지 조건부 수용 결정, '새국면'의 전망
'돌파구' 찾은 도정 '갈등해결' 기대감, 시민단체는 '고민에 고민'

수년간 제주사회의 치열한 논란과 갈등을 불러왔던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17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체 주민투표를 통한 '대안적 제안'을 기점으로 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한 마을 내에서 찬성과 반대입장으로 나눠 불목해 왔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주민투표 형식을 빌어 단일안을 제시한 것이다. 찬성이나 반대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재검토를 할 수 있는 제안 내용을 채택한 것은 매우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표결과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이지 않았다. 물론 제안 내용에 찬성하는 입장이 648명의 투표 중 75.9%인 492표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반대입장은 144표로 집계됐다.

새로운 대안적 제안이 채택된 것이다.

제안내용은 크게 5가지로 입지재선정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시 진행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 하에 제2의 입지가 없을 경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강정마을을 제외하고 그동안 해군기지 후보 지역으로 거론돼 온 곳을 대상으로 입지 타당성을 조사하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줄 것을 제주도와 도의회에 요청한다.

강정 마을 이외의 곳에 대한 입지 재검토가 이뤄진다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와 안덕면 화순리가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분위기, 그러나 산적한 과제 '산 넘어 산'

그러나 이번 강정마을의 대안적 제안은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의 과제 혹은 우려되는 점 또한 적지 않다.

어쩌면 '산 넘어 산' 식의 또다른 문제에 봉착할 개연성도 있다.

그 첫번째가 제2의 입지 선정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력 후보지로 빈번하게 거론되는 안덕면 화순리의 경우 해당마을 대책위원회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하루 전 "해군기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제2의 입지 재검토에 화순이 거론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는데 나섰다.

위미리의 경우 아직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해녀들을 중심으로 해 격렬한 반대투쟁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주민 동의를 받기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2의 입지 선정이 여의치 않게 됐을 경우 종국에는 강정마을이 조건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또다른 갈등의 촉발될 소지 또한 있다.

두번째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이 제안 내용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사업추진 주체인 해군과 국방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다.

당장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이 5가지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이의 진행에 나서겠다고 선언할지 여부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용남 제주특별자치도 해군기지 갈등문제 해결 추진단장은 18일 "제안서가 정식으로 제출되어 오면 검토한 후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군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해군은 제주도정의 입장이 정리되면 공식입장을 내놓겠다며 당장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본 공사에 착수한다는 기존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행정법원이 토지수용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협의매수된 사유지에 대해 지난 11일 토지등기를 마치면서 분명한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다.

제주도가 제안서에 대한 화답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해군의 수용여부가 남아있다.

이러한 당장의 과제 외에 거시적 측면의 해군기지 논란의 과정을 봤을 때, 과연 이번 대안적 제안 채택이 화해국면으로 가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민선 5기 도정의 '기대'...시민단체의 '고민'

이번 강정마을의 주민투표 결과는 산산이 부서진 마을공동체를 다시 회복하고 새로운 타협점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선택을 바라보는 시각은 민선 5기 도정과 시민단체 간에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갈등 봉합'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던 민선 5기 도정은 이번 주민들의 선택이 갈등문제를 풀어나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협의 여지가 많아졌고, 해군기지 자체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해군기지를 인정함 속에서 방법적인 측면의 제안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고민'에 빠져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관망하고 있다.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군사기지가 평화의 섬 제주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반대해 왔는데, 강정마을의 이번 결정으로 '같은 길'에서 '두갈래 길'로 나뉘어지게 됐다.

결국,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점이 달라진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금명간 제주도정과 해군측의 입장이 나오면 단체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강정마을의 새로운 선택은 일련의 해군기지 논란 선상에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선 5기 도정이 기대하는 것처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제2 입지 선정과정 혹은 조건부 수용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이 빚어질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해군기지 논란이 이제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제2라운드의 시작인가?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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