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깊은 산 속 공예 체험장, 누가 와서 하나요"
"깊은 산 속 공예 체험장, 누가 와서 하나요"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7.30 09:0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취재] '공예공방 체험장' 3억 낭비-부실 경영 논란, 진실은?
외딴 곳 조성돼 발길 뚝...시설 사용 않고 방치

제주의 독특한 자원을 활용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공예 체험을 제공하고, 공예품 판매를 통해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 들어선 '공예공방 체험장'.

제주특별자치도는 2008년 4월 관광진흥기금 3억원을 들여 공예공방시설, 체험학습장, 전시장 등을 갖춘 체험장 조성을 완료했다.

개관식 당시 도지사, 도청 관계자, 교수 등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지만, 지금은 발길이 끊긴 채 덩그러니 건물만 남아 있다.
 
한림공원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오름 중턱에 소재한 이 체험장은 관광객에게 다양한 공예체험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쉽게 눈에 띄지도, 쉽게 발이 닿기도 힘든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곳에 공예공방 체험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체험장 입구와 길목에 세워진 '공예체험 관광코스 토향'이라는 안내판 뿐.

안내판으로부터 이어진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 보니 그 곳에 체험장임을 짐작케 하는 하얀색 건물이 서 있었다.

건물 중 일부인 '전통문화 체험 학습장'에서 사람이 최근에 사용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듯한 공예품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토기를 굽는데 사용되는 대형 가마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지 전선이 뽑혀 있었고, 먼지가 눌러 앉아 있었다.

체험장 관리인 J씨는 하루에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몇명이나 되느냐고 묻자 "그냥 뭐..."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체험장은 개관과 함께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전통문화인성교육' 기관으로도 지정됐다.

학생들이 이 곳에 와 체험을 할 경우 제주도교육청이 학생 1명당 1만원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인데, 지금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발길도 끊긴 상태다.

제주도교육청에 확인해 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26명의 학생이 체험장을 이용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63명의 학생이 이용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마저도 체험장 인근에 위치한 한림고, 뷰티고, 신창초 학생들로 파악됐다.

# 일부 시설 이용 않고 방치...경실련 "2년 만에 음산한 창고로 변해"

공예품 전시장을 개설해 관람객 및 공예 관련 전문가에게 공예품의 발전상을 제시한다는 개관 취지 또한 퇴색되고 있었다.

현장 방문 당시 불이 꺼져 그 용도를 알 수 없던 전시장. 불을 켜고 나서야 제주공예 경진대회 입상작품 92점이 눈에 들어 왔다. 제주도내 유수의 공예가들이 경진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던 작품들이 그 곳에서 잠자고 있었다.

판매장으로 눈을 돌려 보니 그곳에서는 제주 특산 초콜렛이 판매되고 있었다. 공예품 판매장에서 초콜렛이 판매되는 것도 의아스러웠지만, 초콜렛마저도 유통기한이 2년 가량 지난 채 놓여 있었다.

관광객이 판매장을 찾아 물건을 사가느냐는 질문에도 관리인 J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공예품 전시장 옆 농촌아카데미체험장은 메주를 비롯해 간장, 고추장 등을 만들기 위한 체험장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메주나 간장, 고추장을 숙성시키고 냉장시키던 숙성실, 냉장실 모두 전원이 꺼져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각종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무실, 그 한 켠에 있던 팩스밀리 또한 전선이 뽑혀 있었다.

'석각.석부작체험코너'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던 한쪽 공간은 목재와 흙 등을 쌓아놓은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제주도가 공예산업 진흥이라는 포부를 품고 관광진흥기금 3억원을 들여 조성했던 체험장이 조성 2년 만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린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체험장의 실태를 가장 먼저 알린 한영조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시설물이 관리자 없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소중한 예산 3억원이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눈먼 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처장은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3억 들인 체험장이 음산한 창고로 변해가고 있다"며 "지원비가 잘못 쓰인 부분이 있을 경우 수사당국의 조사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공방 측 "뚜렷한 운영 실적 있어, 부실 운영 아니다"

공예공방 체험장의 대표로 있는 C씨의 말은 달랐다.

C씨는 "이 곳의 위치가 외진 것은 가마 등의 장비를 사용하는데 있어 시내보다는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위치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관광객과 학생들의 이용실적이 저조한데 대해서는 "지금은 방학중이라 학생들이 없지만 예약된 프로그램이 있다"며 "지금은 손님이 없을 시기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투입한 지원비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운영 3년 만에 흑자를 냈다"면서 "작년에 6000만원, 올해 상반기에 3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답했다.

반면 체험장 감독 위치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의 입장은 또 달랐다.

관광정책과에 요청한 자료에는 지난해 체험장의 수입은 1030만원으로 적시돼 있었다.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공예공방의 지난해 운영 실적 자료를 토대로 "제주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애월초등학교 학생 등 389명이 공방에서 전통문화인성교육을 받았고, 일반 관광객들이 농촌아카데미나 된장 만들기 등을 체험한 것도 800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체험장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며 수사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제주경실련, 그 주장에 맞서 뚜렷한 실적이 있다며 항변하고 있는 공예공방 측, 그리고 공예공방과는 상반된 실적을 내놓은 제주도 관광정책과.

셋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며, 과연 어느 쪽의 얘기가 맞는 것인지, 이에대한 진실규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판관 2010-08-12 17:21:55
도의원들은이런것을알고묵인하는것인지파헤처라

제주도민 2010-07-30 10:14:28
제주도 직원분들은 순진하신 것인지, 가서 확인을 안하시는 것인지 도데체 누구말을 믿어야 하나?
혹시 도관계자분들께서 C모씨하고 괸당지간이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