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배움터 지킴이, 너 마저...누구를 믿어야 하나"
"배움터 지킴이, 너 마저...누구를 믿어야 하나"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3.31 08: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취재파일] 배움터지킴이 파문에, 교육당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지난 2월18일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한 '배움터지킴이'가 제주도내 98개교에 배치됐다.

배움터지킴이는 만 70세 이하 퇴직 교원, 공무원, 경찰관, 군인이거나 청소년상담가, 사회복지사, 상담전문가 등이면 '누구나' 신청해 할동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등하굣길 지도나 취약 시간대에 학교 안팎을 순찰하거나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맡아 한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10개교가 늘어난 98개교가 배움터지킴이를 배치시키기로 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홍보에 열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누구나' 배움터지킴이가 될 수 있었던 게 화근이 됐을까.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난 30일 한 배움터지킴이가 여중생을 성추행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은 휴일에 학교 밖에서 배움터지킴이(였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가 화를 당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사건을 접수한 뒤 배움터지킴이 신청자를 대상으로 신원조회를 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여태껏 배움터지킴이들은 전직 교원, 공무원, 경찰관 등으로 신원이 뚜렷하다는 판단하에 신원조회 등 별도의 검증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이 내건 조건은 만 70세 이하의 나이, 국가의 녹을 먹었던 경력, 투철한 봉사정신 뿐이었기 때문.

'누구나' 배움터지킴이를 하겠다고 각 학교에 지원을 하면 학교장이 자율에 따라 선발해 교육청에 추천하는 방식을 취해온 게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배움터지킴이는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 때문에 피해 여학생의 학교장도 당황하는 눈치라고 한다.

사건 발생의 또 다른 화근인 '학교 밖'에 대해 피해 여학생의 학교장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상담을 공개된 장소에서만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제주도교육청도 상담범위를 학교 안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각종 사건사고로 가뜩이나 흉흉한 요즘, 아들.딸 가진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그나마 쉬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배움터지킴이.

그 취지과 명칭에 걸맞게 학교인 '배움터'를 지키는 '지킴이' 선정과정에 교육당국과 각 학교장의 세밀함이 곁들여졌더라면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른 '착한' 배움터지킴이들이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배움터 지킴이 한명 때문에 제주도내 98개 학교에서 운영되는 배움이지킴이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그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시선은 예전과 달리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미꾸라지 한 마리로 인해 온 웅덩이가 흐려졌고, 소 떠난 외양간이 고쳐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배움터지킴이의 취지를 제대로 살렸으면 한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아무게 2010-03-31 09:31:47
학교폭력이 스쿨폴리스 제도가 도입될 만큼 심각하지 않다.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들의 교육권이 침해와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가능성이 높고 또한 배움터 지킴이 구성원 중 교사출신의 직위에 문제점과 경찰출신은 경위급이상으로 형사출신 등 대부분 실무자 위주로 선발이 되고 있으나 교육계에 있었던 교장이나 교감출신으로, 이분들이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로 오시면 현직교사에게 불리한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