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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케이블카, TF팀 결론은 참고용일 뿐?
한라산 케이블카, TF팀 결론은 참고용일 뿐?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3.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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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도, TF팀 '부정적 의견' 불구, 의견수렴 절차 갖기로
道 "토론회 등 공감대 형성 후 최종 방침 결정하겠다"

한라산 케이블카(로프웨이) 설치에 대한 타당성 검토 TF팀(위원장 정대연 제주대 교수)이 5일 현재 영실노선의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성 문제를 야기시킬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한라산 영실노선의 케이블카 설치는 '불가'하는 결론이다.

그러나 제주도당국은 이러한 TF팀의 검토결과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개최해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환경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 추이 등을 지켜본 후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TF팀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은 이 결론을 존중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채 다시 도민의견을 수렴해 방침한다는 것이다.

결국 당초 TF팀의 결론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에서 크게 물러서, '참고용'으로 삼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TF팀의 정대연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2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7월 이후 검토하고 연구돼 온 한라산 케이블카 타당성에 대한 종합 검토의견을 발표했다.

#한라산케이블카 사실상 '불가'...경제적 타당성도 의문

3개 분과위로 나눠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TF팀은 "영실노선은 생태적인 영향과 경관훼손의 부정적 영향이 크고, 경제적 수익성 여부 결과만으로는 그 영향력을 평가하기는 곤란하며,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위한 대안이 요구되는 상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현재 개정 중인 관련 법규정이 완화되어 한라산 로프웨이 설치가 적법하다고 할지라도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보전을 위해 TF팀에서 제시한 수준의 검토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도민적 합의가 고려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TF팀의 그간의 활동이 그 동안 도민사회의 찬반 논쟁으로 이어져 온 한라산 로프웨이 설치논쟁을 해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필요한 경우 도민사회의 공론화를 위해 TF팀이 참여하는 설명회도 진행될 수 있으며, 이 논의를 시작으로 해서 한라산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성 측면, "영실노선은 부정적 영향이 커 재고돼야"

검토결과 환경성 분과에서는 전체적으로 환경성 문제가 큰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검토대상인 영실노선 시점부 권역의 시설들로 인해 천연림 훼손이 큰 환경적 영향 요인으로 판단되며, 중간 지주설치와 종점부 시설로 인해 한라산 아고산대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하는 선작지왓의 큰 훼손논란과 오름 및 아고산대 식생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관변화 분석에서도 한라산 정상 및 선작지왓의 근거리 경관훼손이 클 것으로 보이며, 1100도로에서 바라보는 중거리 경관 또한 지주 구조물의 노출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분과위는 "한라산 로프웨이는 환경보호시설보다 이용시설로써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이외의 한라산의 보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검토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한라산의 가치를 반영한 환경관리 기여도와 탐방문화의 다양성 및 탐방기회 확대, 자연적 가치의 홍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환경성 측면의 검토결과 2000년 타당성 조사보고서에서 최적 노선으로 제안한 영실노선의 로프웨이 설치는 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한라산의 시설계획 검토시 이 논의에서 제시한 수준의 환경적 검토내용과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적극 반영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한라산 케이블카 경제적 타당성 판단 곤란"

경제성 측면에서는 2000년 제시됐던 조사보고서의 경제성 분석 데이터는 현 시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삭도 이용객 수 및 초기 시설투자비용 등이 객관적으로 재추정돼야 하고, 영실노선의 정류장, 주차장, 진입로 확.포장 등의 추가비용 고려와 환경관련비용(경관훼손비용, 기회비용, 복구비용, 자연보존비용 등)의 객관적 추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즉, 당시 제시된 경제성 분석결과를 현 시점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경제적 타당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순현재가치(NPV)분석에서는 초기의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손익분기점(BEP)분석은 초반년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성 분석에 참여한 민기 제주대 교수는 "하지만 민감도 분석결과에 적용하는 데이터 값에 따라 그 결과 또한 유동적이어서 향후 경제적 타당성 분석시에는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경제성 측면의 검토결과 현재로서는 영실노선의 로프웨이 설치는 경제적으로 그 영향력을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된다고 경제분과위는 밝혔다.

민 교수는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곧 IUCN의 권고사항을 직접적으로 위반하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자연환경 훼손방지대책이 우선적으로 수립돼야 하며, 법제도가 완화됐다 하더라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는 도민적 합의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목적으로 하는 시설설치보다는 한라산 가치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사회성 분석에서는 한라산이 지니고 있는 생태적 가치나 문화적 상징성, 다양한 보호구역 지정취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접근성 등을 고려한다면,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설치보다는 제주발전의 다양성과 공공성 증진 등에 초점을 맞춰 한라산 가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함을 제시했다.

한라산의 생태와 경관에 영향을 극소화하는 전제로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논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정보의 공개와 시민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성 분과위는 "사회성 측면의 검토결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라산국립공원지구 내 로프웨이 설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제주도 '최종방침' 결정 유보...지방선거 후 또 한차례 논란 예상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TF팀의 이러한 종합의견에도 불구하고 최종 방침 표명을 유보했다. 제주도는 TF팀의 의견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당초 TF팀 구성시 계획했던 다양한 그룹의 도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와 설명회 등을 개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제주도에서는 도민의견과 공감대 여부를 함께 고려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6월 당시 타당성 검토가 이뤄질 당시에는 TF팀에서 결론을 내자 김태환 지사가 곧바로 '논의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제주도당국의 이러한 입장은 사실상 TF팀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해 최종방침을 결정할 의사가 있는지를 의문시하게 한다.

토론회 등을 갖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 수십년간 도민논란이 있어온 사항을 다시 원점에서 논란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결국 TF팀은 영실노선 '불가'라는 명쾌한 결론을 내렸지만, 제주도당국은 최소한 영실노선의 설치불가 입장에 대한 결론마저 유보시키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따라 한라산케이블카 문제는 지방선거 후 다시 또 한차례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미디어제주>

[한라산케이블카 TF팀 보고서] 환경성분과위원회

[한라산케이블카 TF팀 보고서] 경제성분과위원회

[한라산케이블카 TF팀 보고서] 사회성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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