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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 왜 서둘렀을까? 새로운 주자 뜨나?
불출마 선언, 왜 서둘렀을까? 새로운 주자 뜨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2.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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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김태환 지사 불출마 선언 배경과 전망

김태환 제주지사가 17일 전격적으로 6월2일 실시되는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불출마 선언'을 했다.

설 연휴를 전후해 지방정가에서는 김 지사가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 시점과 관련해서는 3월쯤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 제주도청 공보관실을 통해 오전 10시 현안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

특별한 현안발표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것을 두고 '불출마 선언' 발표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김 지사 사무실 주변에서는 일부 지지자들과 간부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오전 10시, 김 지사는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10시15분쯤 김 지사는 아무말 없이 집무실에서 나와 도청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어 오전 10시20분 양조훈 환경부지사가 대신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배포했다. 김 지사 명의로 된 이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선택'.

김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저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도 한때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장고를 했던 김 지사가 이번에는 실제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인한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

그가 밝힌 공식 불출마 사유는 현직 도지사로서 특별자치도 당면현안에 집중을 해야지, 선거출마를 통해 논란을 거듭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직 도지사가 출마를 함에 따른 많은 갈등이 있어왔는데,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도 한 이유다.

김 지사는 "저의 불출마는 오늘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4년전 도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을 때 이미 결정한 것으로, 몸을 바쳐 일로서 도민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4년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인기를 위한 정책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직 제주의 발전만을 생각했다"며 "저의 선택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오늘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지금 제주도가 너무도 중요한 시기에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10년 20년 뒤쳐질 수도 있고, 한가롭게 선거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특별자치도가 추진해온 수많은 정책들은 말 그대로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제가 다시 선거에 출마한다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할 것이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출마를 하면) 도정이 흔들릴 것이다. 도정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도민에게 돌아간다"며 "지금까지 제주도는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인해 많은 갈등을 겪어 왔고, 그런 갈등은 제주사회에 큰 부담이 돼 왔다. 도정에 짐이 되었다.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역할을 제가 하려고 한다. 도정은 철저한 선거중립으로 갈등해소의 중심에 서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남은 기간 동안 특별자치도의 완성에 몸을 바칠 것"이라며 "당당하게 도민 여러분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의 길을 열어 나가겠으며, 특별자치도 탄생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출마선언 시기 앞당긴 진짜 이유는? '공직 후배' 배려 위함?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발표용 이유이고, 실제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생각도 있을 것이라는게 김 지사 주변의 해석이다.

무엇보다 설 연휴가 끝난 후 급작스럽게 일정을 앞당겨 불출마 선언을 한데에는 '포스트 도지사'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는 지방정가에서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발표시기는 빨라야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쯤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자들이 사퇴해야 하는 기한이 3월 4일인 점을 고려해,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일찌감치 발표를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자신이 불출마 하더라도 공직에 있는 또다른 인물이 고민하고 출마결심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추론이다.

#강택상 시장-박영부 시장의 향후 거취는?

이러한 불출마 선언 시기 조정은 현 지방선거 판도에서 새로운 인물의 추가 출마 가능성을 높게 암시하는 대목이다.

항간에서는 현직에 있는 공무원 중 강택상 제주시장과 박영부 서귀포시장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우남 국회의원의 출마설도 점차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자 사퇴기한인 3월4일 이전에 결심을 해야 한다. 앞으로 2주간의 시점이 지방선거 판도에 있어 새로운 변수 등장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출마 선언 빨리 하려다 '레임덕' 등 우려해 조금 늦춘 것"

그러나 김 지사는 이날 낮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불출마 선언 시점을 지금으로 잡은 이유는 당초 앞당기려던 계획에서 조금 늦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둘러 발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뤄서 발표했다는 얘기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불출마 결심은 진작 했었고, 당초 예비후보 등록일(2월2일)에 하려고 했다가 미뤘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찬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불출마 선언에 대한) 발표는 오늘 했지만, 진작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발표를 안하고 있었다"며 "도정 현안이 많다보니 자칫 레임덕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고 현안추진에 차질이 우려돼 발표를 미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당초 에비후보 등록일 시점에 맞춰 하려고 했었으나 부득이하게 오늘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도지사 재임 6년 동안 한없이 일해봤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옳은 길이라 생각되는 쪽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며 "이제 특별자치도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4단계 제도개선의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통과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데, 남은 임기 중 특별법 통과에 노력에 특별자치도가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크게 요동치는 선거판도. 앞으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지방정가는 다시 긴장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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