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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도 남자라는 이유로 참아야 한다면...
울고 싶어도 남자라는 이유로 참아야 한다면...
  • 이성복 객원필진
  • 승인 2009.09.0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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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오늘]<23> 특별한 나의 벗 술

나에게는 특별한 벗이 있다.
매력이 있지만 생김새를 논할 수도 없고 성격도 판가름 할 수 없다.

때론 나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며 내가 찾고 싶을 때면 언제든 어디든 함께할 수 있다. 내가 기쁠 때, 혹은 슬플 때는 물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꼭 빠질 수 없는 벗이다. 

그건 바로 ‘술’이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증을 갖고 살아간다. 

인간은 술을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마시게 됐을까?  전에 잠깐 잡지를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옛 문헌의 전설과 신화적인 내용에 인류보다 원숭이나 동물들이 먼저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과일나무 밑에 바위 틈이나 웅덩이에 무르익은 과일이 떨어져 쌓이고, 문드러져 과즙이 고이면, 자연에 존재하는 효모에 의하여 발효가 일어나 술이 빚어졌다고 한다.

주변을 지나던 동물들이 목을 축이느라 웅덩이에 고인 술을 마시게 되었단다.  가끔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아프리카에서도 코끼리나 멧돼지 등이 자연발생적으로 고인 술을 먹고 휘청거리고, 뒹구는 모습이 특종으로 다뤄지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술을 마셨던 동물들은 술맛을 잊지 못해 과일이 떨어져 자연적으로 술이 만들어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취해 휘청거린다고 한다.

술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동물들이 취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느 날, 개를 좋아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마시다 남은 맥주를 물인 줄 알고 맥주를 먹은 개가 정신을 못 차려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코를 박는 모습에 친구와 내가 한참 웃은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인간에 가까운 원숭이들은 우연히 마신 술맛에 반하게 되어 도토리를 모아다 씹어서 바위틈에 담아 술을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술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떼놓으려 해도 땔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온 같다.

나는 술을 그리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즐기는 편이다.

내가 술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전산교육을 받을 당시 선생님이 수술 차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2기 교육생친구들과 복지관을 빠져나와 맥주를 사들고 산천단 곰솔 휴게소에서 마신게 처음이다.

그날 친구들과 종이컵에 맥주를 가득 채우고는 답답한 공간에서의 해방을 자축하는 건배와 함께 한 번에 들이켰는데 갑자기 속에서 거부감을 일으켜 기침과 함께 구토를 하는 바람에 함께 했던 친구들은 모두 놀랐고 좋았던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사실 난 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특별히 내 볼 일 이외에는 바깥출입을 안 한 탓에 오죽하면 내 친구들이 “넌, 꼭 내가 전화로 불러야만 밖으로 나오냐?”

“마지못해 대답하지 말고, 네가 먼저 술 한 잔 하자고 전화하면 안 되냐?”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런 말들을 하며 나를 바깥으로 불러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처음에는 술을 많이 못하는 탓에 술자리에서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내 성격이 소극적이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많은 지장이 된다는 말에 내 스스로에게 술의 힘을 빌어 최면을 걸며 성격을 조금씩 바꾸려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많이 취해보기도 하였고 남들처럼 실수도 하였지만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나의 모습이 좋았단다.

그러나 술자리를 빌어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조금씩 소극적이던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끔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술 한 잔 하자고 전화하면 당황하여 “무슨 일 있냐?”고 묻기도 한다. “그냥 술 한 잔 생각나서 전화 했어.”하면 그때서야 수긍을 하며 나를 술친구로 인정하기도 한다.

난 요새 술을 마시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내가 술을 처음 접할 당시만 해도 주량이 석 잔 정도였으나 요새는 두 병까지는 먹는다. 처음 한 번이 어렵고 두렵지 한두 번 술자리에서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이 친구가 되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절제하며 즐기는 편이다.

인간사 희로애락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술이다. 생일이나 친구들 간의 친목모임에서 마시는 술은 즐거움을 배가 되게 한다.

즐거움이 더해지다 보면 자연스레 2차, 3차라는 관례를 만들어 더욱 더 마시게 된다. 슬픔이 있어 슬픔을 나눌 때도 술을 찾게 되고 과하면 자제력이 약해 질 때도 있다.

한 번은 나 자신이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 울고 싶어도 남자라는 이유로 참아야만 했던 감정을 술의 힘을 빌어 속이 후련할 정도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술이란 것도 절제하여 적당히 마신다면 누구에게나 참 좋은 벗이될 수 있다.

방금 친구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술 한 잔 하자고.  얼른 가서 딱 한잔만 마시고 와야지...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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