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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한승수 총리 평화포럼 기조연설
[전문]한승수 총리 평화포럼 기조연설
  • 미디어제주
  • 승인 2009.08.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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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동아시아의 상호이익증진과 공동번영 논의를 위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첫째, 2005년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는 전쟁의 부재로 제한되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영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적극적 평화를 추구합니다.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평화의 섬 제주를 기대합니다.
 
둘째, 제주는 현대 한반도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다양한 정상회의의 산실이었습니다. 1991년 한-소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일련의 정상회의는 올해 아시아 지역협력의 새 장을 열게 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상생과 공영의 동아시아지역 질서에 관한 공동비전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21세기 동아시아가 조우하는 국제환경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으며 우리는 상호의존과 협력의 세계에 살게 되었습니다. 인적 물적 교류가 급속히 증대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하고,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첫째,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위기 극복과정에서 더 이상 특정강대국의 힘만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고 G20와 같은 국제 공조의 틀이 요구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테러리즘, 기후 변화, 대량파괴무기의 확산과 같은 비전통안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전통안보위협은 국경과 지역에 제한되지 않는 초국가적 문제이므로 국제적 공조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러한 국제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 더 이상 국제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positive-sum game)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히 동아시아에 여전히 잔존하는 과거 냉전 유산인 적대감 해소가 시급합니다. 이를 통하여 상호협력, 조화, 공존을 위한 정책을 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70년대부터 동아시아 내에서 지역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제시되어왔습니다. ASEAN+3,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세안 지역 포럼 (ARF), 한중일 정상회담 등과 같은 노력이 좋은 예입니다. 아직은 견고한 안보협력구도가 정착된 단계는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노력들을 의미있게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후쿠오카에서 개최되었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유례없는 동아시아 삼국 정상의 회동이었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 역사에 획기적 이정표였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은 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했으며 이는 공고한 한중일 협력의 장을 열었음을 의미합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관한 비전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우리 모두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먼저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 요인입니다. 북한핵문제는 6자회담 당사국들의 노력을 통해서 해결하여야 하며 북한은 이에 부응하여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질서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또한 동아시아는 군비규모 및 군사력 확장 측면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긴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토 및 역사 갈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통제불가능한 군비 경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동아시아 국가는 다자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둘째, 동아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위한 핵심적인 협력의 동력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녹색성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성장에만 매진했던 20세기를 반추하면, 급속도의 성장은 이루었으나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였고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자원고갈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1세기는 환경친화적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고려하는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아래 개별국가는 환경과 경제발전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하였고 일본은 '녹색 경제와 사회를 위한 혁신(Innovation of Green Economy and Society)'을 천명했습니다. 중국 역시 '자원 절약 사회 구상(Resource Saving Society Initiative)'과 '국가 기후변화 프로그램 (National Climate Change Program)'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중∙일의 녹색성장은 본질적으로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3국이 서로 협력할 때 지속가능한 동아시아를 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올해 초 니케이 신문이 주최한 제15차 아시아 미래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서 녹색성장이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의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고 대화와 협력의 통로를 창설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환경과 성장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모색은 동아시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받아들여 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2009년 6월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급 위원회에서도 '녹색'과 '성장'은 함께 갈 수 있는 개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이에 기반한 '녹색성장 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셋째, 다자협력의 틀을 상호 이해와 공동의 번영을 위한 동아시아 공동체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창된 치앙마이 구상은 다자협력의 성공적 사례이며 한국정부는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동아시아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비추어 볼 때 동아시아의 다자협력은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며 동아시아의 비전은 전세계의 공영과 번영에 하나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수 십년 만에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사례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신화입니다. 이제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 특히 동아시아의 공동의 비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공헌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이 꿈꾸는 비전의 구체화를 위한 실천계획을 세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한국은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역내 다자안보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최우선의 선결과제 입니다.
 
북한의 도발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남북대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칙을 지키며 남북한의 협력적 관계를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헬싱키 프로세스를 모델로 한 제주 프로세스가 동아시아의 다자안보협력체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제주프로세스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역내국가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다자협력의 장이 될 것입니다.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서는 제주평화선언을 채택하면서 제주프로세스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이제 제5회 제주평화포럼을 통해서 동아시아 다자협력의 견고한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둘째, 한국은 지속 가능한 아시아라는 공동의 비전 아래 녹색성장을 위한 협력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부정책은 미래 성장을 위한 장기전 정책비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기 경기부양책을 포괄하는 녹색뉴딜(Green New Deal)을 의미합니다. 우리정부는 향후 4년간 50조를 투자하여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신성장 동력 17개 산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중 6개 프로젝트는 녹색산업기술 분야에 그리고 다른 6개 프로젝트는 최신기술 분야에 그리고 나머지 5개는 고부가가치 기술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은 사상 유례없는 시도입니다. 이 계획을 통해 다른 나라와 녹색성장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동아시아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기후 포럼에서 채택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서울 구상 (Seoul Initiative for Low Carbon Green Growth of East Asia)'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쉽 (East Asia Climate Partnership)을 출범시키며 향후 5년에 걸쳐 2억 달러의 기금 프로젝트를 통해 동아시아 기후관련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끝으로, 한국은 동아시아의 공동비전을 실현하는 행동 계획을 수립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포괄적인 동아시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는 한국 외교정책의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입니다.
 
우리 정부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기 위해 '성숙한 세계국가'(Global Korea)를 기치로 하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숙한 세계국가, 글로벌 코리아는 한국을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한 창조적이며 실용적인 외교정책입니다.
 
아시아 공동의 번영을 위해 우리정부는 '신아시아 구상(New Asia Initiative)'을 천명했으며, 이를 통해 2015년 까지 공적개발원조를 증액하여 아시아 개도국과 경제성장의 경험을 공유할 것입니다. 우리정부는 아시아 국가들과 포괄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코리아의 목표를 달성하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역설적 운영(Paradox managem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상호 이질적이며 때로는 상충되는 요소들을 하나의 조직에 투입하여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기법을 의미합니다. 평화롭고, 지속가능하며, 공영의 동아시아를 건설하는데 역설적 접근과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상충되는 가치들 즉, 환경의 지속가능성, 경제발전, 군사력과 인권등의 문제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포괄적 협력을 통한 역설적 운영은 안보, 경제, 환경을 아우르는 다자협력을 통해 시현될 수 있습니다.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며 글로벌 코리아 구상은 이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실천계획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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