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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중립'을 연행해 간 MB정권
'가치중립'을 연행해 간 MB정권
  • 부종일
  • 승인 2009.07.24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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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가치중립'을 생산해 낸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이상 '우리' 대신 '타인'을 떠올리는데 익숙한 2009 한국사회는 개인화 관념이 널리 퍼진 사회다.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에도 여론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이런 흐름 속에 제주사회에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공권력을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강정마을회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전제가 있는 듯하다. 여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찬반양론의 구도를 만들어내고 제3자로 하여금 가치중립 지대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듯 정부는 강정마을에 공권력을 동원해 마을회장을 업무방해 및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해 갔다. 이는 '가치중립'지대에있는, 특히 타 지역에 있는 시민들 앞에서 찬반양론 중 한쪽의 의견을 '심판'함으로써 MB정부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식시키려는 시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용산참사에 대한 MB정권의 무대응에서 이같은 사실은 여실히 증명된다. 권위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찬반대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을 보자. 한나라당과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서까지 이기길 원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가치중립'의 표들을 잡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찬성에 서 있어도 반대에 서 있어도 '찬반양론'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것은 '가치중립'이기를 좋아하는 시민들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맞불정치'에 염증을 느낀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수언론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선 미디어법 통과후 보도된 내용을 보자. 조선일보는 <5공 신군부가 만든 방송체제 '29년만의 수술'>, 중앙일보는 <미디어법 통과 환영하지만 아직은..."방송진출 관심없다">, 동아일보는 <'신군부의 유물' 지상파 독과점 구조 29년 만에 허물어져>라고 보도했다.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일보가 동아일보 기사를 선별해 <미디어법, 미디어산업 발판으로>라고 보도했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보수언론은 미디어법 통과를 위한 논리를 접고 결과 위주로 차분한 어조로 보도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그동안 주장했던 찬성의 논리가 보수언론의 이익으로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을 막고, 군사독재시절을 경험하고 재벌에 대한 반감을 가진 가치중립층에게 '호감가는' 제목을 뽑아 동시에 보수언론이라는 딱지에 붙은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는 접근법을 택한 것이다.

대체로 '가치중립'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논리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하는데, 보수언론은 가치중립층을 필요에 따라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가치중립'은 정치인들의 싸움에 지친 시민들이 도피처 구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강정마을회장의 강제구인을 보며 소수 의견보다 가치중립 의견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부종일 시민기자>

#이 기고는 미디어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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