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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마라톤 질의, 결론은 '묻지마 통과'
7시간 마라톤 질의, 결론은 '묻지마 통과'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14 15: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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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행자위, '4단계 핵심과제' 동의안 처리
일부 의원 보좌관제 신설 등 '의회몫' 챙기기 발언 눈총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법인 병원)과 관광객 전용카지노 등이 포함된 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 동의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이제 21일 본회의 의결절차만을 남겨놓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동훈)은 14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제4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에 대한 동의안'을 장시간 심의한 끝에 5대 핵심안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가결 처리했다.

다만, 5대 핵심과제 외에 '감사위원회 기능강화' 사안을 추가하도록 동의안을 수정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수정의결'의 모양새를 취했다.

감사위원회 기능강화는 감사위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수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감사직 공무원 직렬을 신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시종 반대의견 표명했던 의원님들 어디 가셨나?

하지만 이날 행자위의 동의안 처리는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문제점을 실컷 제기한 후, 정작 처리할 때에는 5대 과제를 통으로 묶어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이어서, '질의 따로, 행동 따로'라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날 동의안 처리과정에서는 종전 복지안전위 때와는 다르게, 그동안 도민사회 많은 논란이 있었던 투자개방형 병원이나 관광객 전용카지노에 대해 '소수의견'을 통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의원들 조차 없어 '묻지마' 통과를 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질의과정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의원들조차 결국에 가서는 동의안 처리에 함께하는 '이중적 플레이'를 보인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 의회에 거세게 항의

오후 6시가 넘어 동의안이 처리되자, 의회 내에 있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회 소속 한 공무원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격한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일보직전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늘로 의회는 도정과 비겁하게 타협했다. 이건 완전 '야합의 의회'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면서 의회를 강하게 성토했다.

#도정 핵심현안 질의응답 자리에서 '의회몫' 질문 눈총

그런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에 걸쳐 이뤄진 이날 심의에서 오후 3시40분쯤 한차례 정회하기 전까지 질의응답에서는 대부분 5대 핵심과제에 대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에는 전날 심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책자문위원' 증원, '보좌관제' 신설 등 '의회 몫' 챙기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샀다.

지난 13일 심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도민 현안은 둘째치고, 도의회 정책자문위원 확충이나 보좌관제 신설 등을 제도개선 사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억지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벌였다.

#고충홍 의원 "영리병원 전국화 없을 것이란 발언 근거 뭔가?"

고충홍 의원은 영리병원 허용문제와 관련해, "11월이면 정부의 용역 결과가 나오는데, 제주도는 전국화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현만식 국장의 그 발언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고 의원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들어오면 고급 의료진이 들어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인구가 적은 제주에 고급 의료인이 오겠는가. 상당히 막연하다. 과정에서 대정부 절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니 들여오고 보자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만식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제주지역 아니면 경제특구에 한해서 허용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라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국장은 이 병원이 도입되면 실익이 높다는 근거와 관련해서도, "경제적 효과분석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와 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제주의 의료산업이 실익이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완화 만큼 제주 입장에서는 승수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창식 의원 "주어진 떡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이어진 질의에서 강창식 의원은 "투자개방형병원은 사실은 특별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보건복지부 장관만 승인하면 제주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특례법 192조 개정할 필요도 없다. 조례로 다 정하게 됐다. 단, 조례제정 전에 복지부 장관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있기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 조례로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합작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 조례에는 지분 50%이상이 외국인이 투자해야 하고, 3천만 달러 이상 투자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로 본다는 것이 있는데, 법 개정을 안해도 될 것을 왜 이렇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주어진 떡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새로운 떡 달라는 것이냐"면서 "삼성, 아산 큰 병원 있는데 포화 상태인데 제주까지 영리병원으로 오겠나. 의료보험 적용하지 않으며 영리병원이며 수가가 높아진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현 국장은 "특별법 192조에 의료기관 개설 특례가 있다. 법이 개정돼야 조례로 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개정하려하는 것은 국내 출자 주식회사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 병원의 지분은 특례조항을 둔 것"이라고 답했다.

#현우범 의원 "포기했던 영리병원, 왜 다시 추진하나"

현우범 의원은 "지난해 여론조사에 반대가 많아서 김 지사가 영리병원을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현 의원은 이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에 따른 효과가 무엇인지를 묻고, "외국인영리병원은 이미 허용이 됐다. 그런데  법적인 허용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개설을 안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현 국장은 답변을 통해 "당시 김 지사는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중지하되, 도민공감대가 형성되면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재추진에 대한 여론도 만만치 않아 6개월간 홍보를 거쳤고, 실제 언론사 여론조사를 통해 찬성여론이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고봉식 의원 "개별과제들은 왜 동의를 받지 않느냐"

고봉식 의원은 "제도개선과 관련해 핵심과제들만 도의회 동의를 받고 있는데, 개별과제들 중에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도의회 동의를 필요가 있다"면서 "당초엔 도의회 동의를 받겠다고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오옥만 의원 "핵심과제 4개 안건 왜 통합적으로 제출했나?"

오옥만 의원은 이번 핵심과제 5개 사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맞게 개별적 안건으로 제출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묶어 제출된 것에 대해 질타했다.

오 의원은 "투자개방형 병원의 도입 취지가 투자유치인데, 그러면 이 사안은 주무부서가 국제자유도시추진본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창희 경영기획실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 부분에 있어 지난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이 사안은 복지안전위원회 소관이라며 심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날 제주도당국의 답변은 도의회가 이번 임시회에서 문화관광위가 별도 심의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절차적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훈 위원장 "국장님들 답변 '마인드'가 부족한 듯 하다"

오후 5시쯤, 질의응답을 마치면서 장동훈 위원장은 국장들의 답변에 다소 불만을 느낀 듯,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국장님들의 답변 정말 훌륭하다"고 한편으로 치켜세우면서도, "그러나 의원들이 묻는 질문에 대해 그 방향성을 짚어주며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짜여진 얘기들만 해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핵심과제 TF팀을 운영하면서 워크숍을 개최하고도 최소한의 기록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건 완전 '밀실'운영 아니냐"면서 "그러면서 도의회에 동의를 받으려고 하는 자세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런 마인드로 앞으로 핵심과제가 관철될지가 심히 의심스럽다"면서 "알맹이 빠진 과제 갖고 진을 빼지 말고, 진정 도민을 위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 동의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현행 특별법 9조1항에서는 '재적 도의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2차 본회의에서는 재적의원 41명 중 28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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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미달 심판 2009-07-15 11:40:31
위에 보이는 의원들이 전부인가요?

개님이나 소님이나 도의원 하니 2009-07-14 20:01:07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