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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의 '딜레마', "그래도 '선봉장' 해야 한다?"
영리병원의 '딜레마', "그래도 '선봉장' 해야 한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5.09 11:5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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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정부 서비스선진화방안과 '우물 속 논쟁'

정부가 8일 발표한 서비스선진화방안은 의료분야의 영리병원 도입을 빠른 시일내 제도화하겠다는 사전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이 누누히 강조해 왔던 제주만의 '선점효과'나 '투자메리트'라는 의미는 그 명분이 크게 퇴색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선진화방안에서 확인한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의료분야의 영리병원 도입이나 외국교육기관의 운영방안 등을 놓고 볼 때, 어느 것 하나 '제주만을 위한 것'은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제주만의 메리트'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도, 정작 제주 내에서는 '우물속 논쟁'만 해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 내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을 얘기할 때마다, 대단히 '특별한' 것처럼 강조해 왔으나, 정부의 시각은 극명한 차이를 갖고 있었다. 정부에서 '배려'나 '특별한 혜택'을 주고자 하는 의지는 그리 강해보지 않는다.

한번 제주에서 시험적으로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전국적 시행에 들어가자는 '시험적 무대'의 성격이 강했다.

#영리병원 도입의 '전국화', 제주가 선봉에 선다?

서비스선진화 방안에서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영리병원' 문제에 있어서는 이제 그 흐름을 냉철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 여부를 11월 이전에 결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내에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설치해 연구용역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11월 이전에 마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용역을 통한 검증작업을 거친다는 '11월 결정' 방침을 들고 나선 것은 이미 영리병원 도입을 전제로 한 사전포석으로 볼 수 있다. '용역'이라는 절차를 추가한 것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요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벌써부터 표출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비영리법인(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만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주도에 한해 외국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된 상태다.

영리기관에서만 발행 가능한 '채권'을 허용했다는 점을 볼 때, 영리법인을 곧바로 도입할 때 생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의 제도 골격은 유지하되 규제를 일정부분 완화하는 형식을 빌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영리병원 문제는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하반기 정국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민사회를 '우물 속 논쟁'으로 몰고 가려나?

문제는 제주다.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해 대대적인 '도민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는 제주도당국은 적지않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만의 선점효과' 혹은 '투자유치의 유일한 길'인 것마냥 여론조성을 해왔던 제주도당국은 이번 정부의 서비스선진화방안에 대해 또 어떻게 해석할지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의 '시험대' 성격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은 '제주만의 선점효과'라는 명분을 강하게 내세웠고, 마치 영리병원만이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는 길인 것처럼 도민여론을 조성해 왔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11월 결정' 방침이 제시된 마당에서, 명칭까지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이름으로 도민여론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제주도당국은 이후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차피 11월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란 방침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이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선봉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도민사회를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인듯 싶다.

전국적 문제로 부각돼,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 영리병원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이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점에서 유독 제주도당국만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오해'라며 홍보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자칫 도민사회를 '우물 속 논쟁'으로 몰고 가는 것에 다름없다.

#"영리학교는 제주 시범운영 결과따라 결정"

영리병원 문제와 더불어, 교육분야에 있어 국제학교와 '과실송금' 문제는 제주만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보다 절실히 깨닫게 해주고 있다.

서비스선진화방안의 교육 분야의 핵심내용은 우수한 외국 교육기관 유치에 맞춰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을 현행 재학생의 30%, 5년 뒤 10%에서 한시적으로 정원의 3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입학인원 부족으로 개교를 연기할 것으로 보였던 국내 최초 국제학교인 송도국제학교의 9월 개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교육기관이 잉여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말하는 '과실송금'도 허용된다. 정부는 외국 대학이 본국 회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연말에 마련하기로 했다.

외국 대학 설립기준도 완화된다. 외국대학 교사(校舍)에 대한 학생 수 최소 기준을 대학원의 경우 100명으로 잡아 대학의 설립과 공동시설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영리학교법인 허용문제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영리법인이 설립하는 국제학교의 시범운영 평가결과에 따라 정책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내국인 입학비율 문제나 과실송금 문제는 분명 제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영리법인 학교 역시 제주가 분명 하나의 시험무대에 들어가는 것임을 정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영리학교 운영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에도 허용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적 제도개선은 이젠 그만! '질'과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

이처럼 영리병원 문제나 국제학교 문제에 있어 정부가 제주만의 메리트를 확실히 인정해준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이제 제주도당국의 냉철한 정책적 검토가 분명히 요구된다.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분명히 결정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하는 영리병원 문제를 제주도당국이 막대한 행정력을 투입하며 '선봉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운영의 '실효성' 내지 '효용성' 면에서 설득력이 극히 부족하다.

제주가 진정 추구해야 할 국제자유도시 혹은 특별자치도의 모델은 무엇인지, 또 그 방향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이것 저것 우선 제주로 이양받고 보자는 식의 '양적' 제도 개선이나 권한 이양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 듯 싶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그에따른 '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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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변경 2009-05-12 23:10:03
왜 김태환도정만 아직도 투자머시기병원이라고 헛갈리게 만드나
어차피 정부가 11월 결정할 것인데 제주도민 현혹하며 갈등 또 부추기는 어리석은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제주시민 2009-05-11 12:04:17
윤철수 대표기자님 논조는 분석에 근거한 팩트다.
대다수 인터넷신문은 친도정이거나 반대로 안티도정 성격이 짙지만 윤 대표기자님 기사는 진실탐구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간혹 친도정 기사도 나오지만 사실을 중시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에서 가장 차별화된 기사를 계속 읽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마디 2009-05-10 20:51:15
아직도 분위기 파악못하는 김도정만 헛다리짚고 살아보겠다고 하고 있다.

한반도주민 2009-05-10 08:32:57
인구 55만의 지역에 1개의 도와 4개 시군이 무슨 필요냐며 통합했지만 결국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이 미흡한 한국식 자치제도 하에서 그나마 견제기능을 수행한 도와 시군간 견제가 사라져(제주도의 경우 시장, 군수는 잠재적 도지사후보군이었으니 제주도지사를 견제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한 셈이다) 도지사의 전횡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하고 예산을 미끼로 중앙정부가 효과적 정책실험할 수 있는 지역이 되버림.

한반도주민 2009-05-10 08:28:32
인구 55만의 지역에 1개의 도와 4개 시군이 무슨 필요냐며 통합했지만 결국 정책을 집행하는데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이 미흡한 한국식 자치제도 하에서 유일한 견제장치였던 도와 시군간 견제가 없어져(제주도의 경우 시장, 군수는 잠재적 도지사후보군이었으니 제주도지사는 견제기능을 수행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한 셈이다) 도지사가 전횡을 일삼는 체제를 만들고 중앙정부의 가장 효과적 정책실험지역이 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