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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소의 그녀가, 오늘 '감동을 먹었다'
아름다운 미소의 그녀가, 오늘 '감동을 먹었다'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4.14 11: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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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12> '올해의 장애인상' 양영순씨의 '사랑의 미싱'
휠체어 의존해 옷 수선일을 하며, 수많은 봉사활동 전개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미소와 눈빛에서 느껴진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천사같은 미소와 호수같은 눈빛을 지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휠체어에 의존해 제주시 중앙지하상가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양영순씨(54). 2년전 그를 처음 인터뷰했던 기자의 첫마디였다.<미디어제주 2007년 12월22일자>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함께 매일같이 제주시 중앙지하상가를 오가며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던 그가 오는 20일 제29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큰 상'을 받게 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선정한 '2009년 올해의 장애인상'에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이 상은 1996년 제1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는 자랑스런 장애인을 발굴해 매해 시상하고 있다.

이번에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대통령 명의의 메달과 함께 상금 1000만원을 받게 됐다.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 화북동 분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펼쳐온 '이웃사랑'..."나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보세요"

17살때부터 수선일을 했다. 제주시 중앙로지하상가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며 '그 바닥'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수선집을 하면서 남몰래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던 양영순씨.

자그마치 40년 가까이 '사랑의 미싱'을 돌려 진정한 인간애를 실천해 왔다.

그가 펼쳐온 '사랑'과 '봉사'는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남편과 가족을 의지해 이동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들이 용기를 갖고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어려운 장애인 가정을 꾸준히 방문해 '재가'를 돕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자신이 가진 옷 수선기술을 동료 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가 하면, 장애인 견습직원을 채용해 독립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친가족 이상의 사랑을 베풀기도 했다.

화북분회장을 맡으면서부터는 지역 장애인을 위한 '1일 나들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김장 나눠주기, 무료 점심식사 제공, 정수기 지원, 각종 행사 후원금 협찬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억척같이 일을 하면서도 땀흘려 번 돈을 기꺼이 이웃을 위해 쓸 줄 아는 '마음의 부자'이기도 하다.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및 접근권 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기꺼이 나선다. '지체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횟수를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촉진대회와 중증장애인 이동봉사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수능시험일에는 장애인 교통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애인 권익 향상과 복지에 힘쓴 공로로 지난 2007년에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표창패를 받았다.

"저는 단지 저 같은 장애인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해 왔는데 본의 아니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뻐요. 1984년에 장애인협회에 들어왔는데 저보다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껴서 한 사람이라도 뭉쳐서 후세를 위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봉사했어요."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이 많음을 감사하며 살아요"

그가 이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부단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철학이 깊이 작용한 듯 했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이 많은 것에 감사하며 살면, 세상은 아주 살만해요."

그는 "항상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세요. 자신보다 잘난 사람 멋진 사람을 보다 보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불행하게 되죠."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에어로빅을 하고 쓰는 돈이 있다면, 저는 그런데 돈을 쓰지 않아요. 그 돈을 아끼면,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으니까요. 항상 내가 좋은 옷, 좋은 것에 사치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고 살자는 생각을 하죠."

#인도네시아 언론에도 등장한 '양영순 휠체어'

그는 해외에서 휠체어를 기증해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 사연에서도 에피소드가 있었다.
"2002년 인도네시아 여행 중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을 봤어요. 말이 휠체어지, 일반 의자에 끈으로 묶고, 그것을 휠체어 대용으로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발 받침대도 없이 끈으로 묶고..."

그 모습을 보고 남편도 딱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남편이 먼저 자신이 타고 다니는 휠체어를 주자고 제안했다. "남편이 먼저 제안하기에 저도 흥쾌히 오케이를 했죠. 나머지 여행 일정을 휠체어 없이 보낸다는게 조금은 막막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는대로 했죠."

휠체어를 받아든 그 인도네이사 장애인 분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몇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머지 일정동안은 남편이 저를 업고 여행을 했죠. 저희 둘다 같은 마음이었기에 결심을 한 것이죠. 그리고는 그날 가이드한테 엄청 혼났어요. 저희 때문에 여행일행이 조금씩 뒤쳐졌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제대로 된 휠체어를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그 분이 타고 다닐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이고 뿌듯했어요."

이 사연은 인도네시아 뉴스에도 보도가 됐다. 그 휠체어에는 한글로 크게 '양영순'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입만 열면 '남편 칭찬', 남편도 "아내가 자랑스러워요"

그는 요즘 배드민턴과 '퀼트'에 푹 빠져있다. "인생이 너무 재미있죠. 할 일도 너무 많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요. 그게 제가 행복한 이유죠. 내 손 놀림 하나 하나에 작품 하나가 완성되고, 너무 즐거운 일이에요."

그의 남편 사랑도 남다르다. 입만 열면 남편 칭찬.  "정말 특별한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이에요. 저를 항상 자랑스러워 해 주고, 자신이 하지 못한 것들을 제가 나서서 하니 상을 받을 때나, 이렇게 인터뷰를 할때나 저보다 더 기뻐하죠."

그도 그럴만 하다. 그가 수선일을 하는 중앙지하상가는 계단이 가파르다. 가끔씩 장애인용 리프트를 이용하지만, 대부분 남편 등에 업혀 계단을 이용한다. 일이 끝나면 함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3평 남짓한 수선집을 가득 메운 상패와 신문스크랩은 남편이 하나 하나 꾸며 놓은 것이다.

남편도 아내가 자랑스럽기는 마찬기지. "너무 자랑스럽죠. 대단한 사람이에요."

이번에 2009년 올해의 장한 장애인대상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무척 대견스러워 했다.

부부는 이번 장애인상 상금의 반을 제주도 지체장애인협회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매달 노인 두분과 소녀가장에게 생활비를 조금씩 후원하고 있다.

#"애야, 엄마는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야"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현명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하루는 엄청 울면서 집에 왔더라고요. 단짝 친구가 '너희 엄마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좀 심하게 놀렸나 봐요. 그래서 저는 아들에게 엄마는 장애를 갖고 있는게 맞다. 네가 부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인정을 해야한다. 장애는 숨길것도 아니고 나뿐 것도 아니다. 엄마는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다. 이렇게 말했죠."

그러면서 다음날 아들에게 그 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 '네가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야'라고 말해 줬죠. 지금도 그 애를 만나면 그 때 얘기를 하면서 웃곤 해요. 절대 장애는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죠. 누구나 알수 있는 것이고, 그것에 당당하면 돼요."

그는 항상 엄마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아들에게는 당당해지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

항상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양영순씨. 앞이 안보이는 사람은, 걷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걸을 수 있는데에 감사해야 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은 달린 수는 없지만 세상을 볼 수 있다는데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삶의 철학'을 더없이 묻어나온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 이상의 행복이 없어요."

그렇게 그는 자신보다도 남을 위해 일했고, 후배 지체장애인들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고 봉사해 왔다. 이번 '큰 상'의 영광은 그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오늘도 그는 미싱을 돌리고 있다. 더 힘든 사람,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것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양영순씨. 그에게서 '삶의 아름다움' 향기가 느껴진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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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eod 2009-04-23 09:36:56
두분이 사랑이 너무 아르다와요~~ ^-^

축하해요~~ 2009-04-20 13:15:17
늘 뵐때 마다 미소가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장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nam 2009-04-17 13:33:12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도 참 힘든 일인데요.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담아서 실천하는 노력을 할께요..
감사합니다...꾸벅~~

2009-04-15 07:13:33
두 분,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두 분,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