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공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어도...잊을 수 없는 땀방울
공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어도...잊을 수 없는 땀방울
  • 박경환 객원필진
  • 승인 2008.12.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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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환의 교육이야기](6)중증장애인 위한 보치아 경기의 활력소

오늘날 일상 생활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스포츠’라는 용어가 있다. TV, 신문, 라디오 등 모든 대중매체에서 다룰 정도로 스포츠는 우리 생활에 친숙하게 다가와 있다. 그리고 요즘은 누구나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들도 신체적 움직임을 통하여 사회적 활력소를 갖고자 장애인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스포츠 종목 중 비장애인에게는 생소한 경기종목인 ‘보치아’를 소개하고 싶다.

휠체어 농구, 시각장애 축구라는 경기종목을 들으면 기존의 스포츠를 장애유형에 맞게 변형하여 만들었다는 느낌과 자세한 경기규정은 모르지만 대략 어떤 종목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보치아라는 종목은 낯설고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무슨 경기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보치아 경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6개의 파란색 공과 6개의 빨간색 공을 가지고 각 선수가 매 회(엔드)마다 공을 굴리거나 발로 차서 하얀색 표적구에 가까이 던지는 경기로, 가장 가까운 공에 대하여 1점을 부가하고 개인․단체별로 4회 또는 6회를 한 다음 점수를 합산하여 많은 득점을 획득한 팀이 승리하는 경기이다.

이번 제13회 북경 장애인 올림픽(파랄림픽 Paralympics) 보치아 개인전과 혼성 2인조 경기에서 2관왕을 차지하고 금메달을 깨물며 기뻐하던 중증 뇌병변장애 박건우(인천은광학교 고등부 재학중) 선수가 생각이 난다.

이 선수는 손 또는 발로도 공을 던질 수 없어서 공을 굴리는데 필요한 보조용구 홈통과 마우스피스를 이용하여 공을 굴리는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만나기도 했지만 올해 여름 서귀포시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 체육관에서 한 달여간 전지훈련을 왔을 때 몸은 불편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그의 땀방울은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처음 보치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도 벌써 13년이 되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특수학교에서는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학생을 중심으로 체육을 지도하였는데 지체장애와 정서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포함되면서 신체적 활동이 어려운 중증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그때 공 하나를 제대로 잡지도 굴릴 수도 없는 중증 장애학생들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으로 보치아는 나에게는 이룰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때 학생들도 자신의 어려운 신체적 조건 속에서 다른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기종목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들은 행복해 하였고 나름대로 집중력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였다.

이런 중증 장애학생들도 지도하면 충분히 신체활동이 가능하다는 나의 생각은 일반 스포츠 경기를 장애수준에 맞게 규칙을 변형․적용할 수 있었고, 다른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 보치아는 생소하다는 이유로 장비구입 문제와 관심 부족 등으로 저변 확대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요즘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뇌병변장애, 지적장애, 노인 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도내에서도 여러 단체가 주관이 되어 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치아를 언뜻 보면 무척 쉽고 간단한 경기로 생각하여 “별 것 아니네” “경기방법도 간단하고 시시하겠네”라고 말하는 비장애인들에게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표현으로 “보치아를 직접 해 본 적 있어요?” “직접 해 본 경험이 없으면 말을 하지말어.” 라고 말하고 싶다. 뇌병변장애인이 한 개의 공을 정확한 방향과 거리에 이르도록 던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장애인체육을 지도하는 한 사람으로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스포츠에 관심있는 분에게 반드시 보치아를 배워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어느 누구든 경기를 하면서 직접 공을 던져본다면 이 종목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얼마나 짜릿한 경기인지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서귀포온성학교는 지난 2006년에 서귀포시에 설립된 특수요람원입니다. 1992년부터 특수체육교사로 활동해오던 박경환 교사는 바로 이곳 온성학교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학교로 직접올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그들과 체육교육활동을 하고,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장애인들과 체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곳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겪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현재 틈틈이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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