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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교수 "영어강의? 나 안해!"
흐름의 거부인가? 그 이유는...
제주대 교수 "영어강의? 나 안해!"
흐름의 거부인가? 그 이유는...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3.10 17:3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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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학가 영어전용강의 열풍의 이면

각 대학이 지난 주 수강신청변경기간을 마치면서 이번주 부터 본격적인 강의에 돌입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대학가도 영어교육에 혈안이 돼 있다. 교육부에서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공약을 수없이 내놓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는 영어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학생들은 영어가 본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열풍은 더욱 대단하다. 영어가 취업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두꺼운 토익책을 매고 다니던 학생들은 "영어회화 공부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한 숨을 내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도 영어공교육 정책에 발맞춰 초등교육의 경우 몰입식 교육을 제시하면서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은 "담임 교사가 직접 영어로 가르치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우열반을 예전 상, 중, 하에서 상, 중상, 중하, 하 네 단계로 나눠 영어교육에 집중함에 따라 여러가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학의 영어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많은 대학들이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수업을 증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주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그 이유와 영어로 강의하는 현실태를 취재했다.

# 제주대 전체강좌 1900개 중 영어강의는 5개 뿐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전국의 각 대학들은 영어전용 강의 비율을 높이고 있고, 신규 임용 교원과 입학생에게 영어강의를 의무화하거나 영어강의를 하는 교원에게 평가업적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영어 강의는 '국제화'라는 명목아래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지표'로 사용돼 대학 서열을 가리는 데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대 학부생의 경우 약 1900개 강의가 있는데 그 중 5개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그 중에도 교수 2명이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므로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는 3개 강의 뿐 인 것이다.

현재 영어전용 강의 비율은 2007년 2학기 기준으로 고려대가 37.7%로 가장 높고 서울대가 10%로 예상보다 낮은 가운데 다른 주요 대학은 10∼20% 수준이다.

# 2006년 1학기, 14과목 -> 2007년 1학기, 9과목 -> 2008년 1학기 5과목

제주대에서 원어강의(영어를 포함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등)를 시작한 것은 2002년도부터다.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일본어 과목은 일본어로, 독일어 과목은 독일어로 강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개설 강의에 따른 교수 인센티브는 강의당 100만원 지원이었고, 개설강의는 9개 과목이었다. 2003년에는 지원액은 그래도 지원돼 25개 과목으로 급증했다.

2004년도에는 80만원으로 지원액이 줄었고, 개설강의는 29과목으로 가장 많이 증설됐다. 2005년도에는 67만8000원으로 줄었지만 증설 강의는 28개 과목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2006년도에는 신규의 경우 50만원을 지원하고 기존에 있던 강의는 지원액을 지급해 주지 않으면서 31개 과목이 증설됐지만 지원금을 받은 과목은 9개 과목 뿐이었다.

그 여파 때문이었는지 지난해에는 지원액을 신규는 70만원, 기존은 30만원으로 증액했음에도 불구하고 19과목으로 줄었다. 그리고 올해 1학기 5개 과목이 증설됐으며, 2학기에는 몇개 과목이 지원할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적을 가능성이 많다.

제주대 영문학과 이기석 교수는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 감소가 올해 영어전용과목 급감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어전용과목의 경우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드는 데 비해 지원이 열악하다"며 "영문학과 교수들도 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큼의 보상이 없다는 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어전용강의, 학생들 반대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제주대 학사관리과 고원복 계장은 "학생들이 영어전용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충분히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꼭 받아야 하는 전공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교수들이 학생들의 볼멘소리로 영어강의를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없이 지적돼 왔지만 영어로 강의를 했을 경우 일반 강의의 경우 전달해야할 것들에 대한 질적 저하 문제도 지적됐다.

제주대 중어중문학과에 다니는 홍모씨도 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영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영어로 수업을 하게 되면 현재로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대 독일학과에 다니는 이모씨도 "독일학과 공부는 못하고 요즘 도서관에서 토익책만 갖고 공부하고 있다"며 "아직 학생들의 영어전용강의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로 수업하면 누가 수업을 들을 수 있겠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제주대에서는 아직 영어전용강의에 대해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영어전용강의 경우 1학년 교양에는 없고, 2학년 전공강의부터 있기 때문에 1학년 때 영어전용강의 과정을 전혀 밟지 않은 학생들이 전공 공부도 어려운데 영어까지 해야 하니 막막하다는 것이다.

제주대 이기석 교수도 "학교에서는 영어 교육과목은 지원하지 않고, 영어 전공만 지원하고 있다"며 "교양과목의 영어전용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지원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고 꼬집었다.

# "영어전용-한국어 두 개 개설해야"

하지만 이런 영어 전용강의의 수혜를 보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제주대에 유학온 외국 학생들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제주대로 유학온 학생들은 영어전용강의가 더욱 많이 개설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어 강의보다 영어로 강의를 진행했을 때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적으로 상당히 적기 때문에 외국 학부생들만을 위한 영어강의나 원어강의는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2001년도에 기획부처장을 하면서 원어강의를 추진했던 제주대 일어일문학과 이창익 교수는 "당시 원어강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는데, 국제화에 발맞춰 가려는 대학이라면 영어전용강의 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학생 수가 적더라도 2, 3명만 있어도 개설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의를 한국어 강의와 영어 강의 두개 강의를 개설해서 일반전공과목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영어전용과목을 듣는 학생이 2명만 있더라도 수업이 될 수 있게 제도 개선만 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대의 경우 전공은 10명, 교양은 20명의 수강생이 있어야 강의 개설이 가능하다.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예산문제를 들고 개설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 확충을 위해 등록금을 올린다고 한다면 영어전용강의에 반대하는 학생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할 것이다.

#제주대, 국제화 걸맞는 교육정책 앞장서야

아직 제주대가 국제적인 대학으로 나아감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영어전용강의나 외국인을 위한 강의가 부족해 동네 대학으로 머물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제 대학으로 가기 위한 영어전용강의의 효율적 개설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교수들의 경우 영어로 강의하는 노력에 비해 인센티브가 적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창익 교수는 "금전적인 인센티브 보다도 시수를 원어강의의 경우 3시수에서 4.5시수로 늘려준다면 교수들이 환영할 것"이라며 "시수를 늘림으로써 시수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준비할 시간도 충분히 있고, 10시수 이상 강의할 경우 있는 추가 강의료에 대한 혜택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수업이나 교양수업을 완전히 영어로 진행할 수 있는 교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파악이 필요하다. 이기석 교수는 "영문학과의 경우 영어로 문학에 대해 말을 해야하기 때문에 타 학과에 비해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자연계열의 학과의 경우 오히려 어떤 실험이나 결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위 말을 해야하는 인문사회계열보다는 쉬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대에서 강의를 하는 모든 교수가 영어로 강의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야 함은 당연지사다.

아울러 학생들도 1학년 때부터 충분히 영어 수업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후 전공수업에서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순서적으로 옳은 일이라는 것이 모두의 입장이다.

영어전용수업을 수강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를 파악해 우선적으로 한 전공에 영어전용과 한국어 강의를 모두 개설하는 방법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제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그 방법상의 문제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정책을 펴내 모든 학생이 골고루 양질의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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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보다 시급한 것은 영어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국문학과나 특수학과는 할 수 없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학과의 경우, 영어교재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말하고 듣는 단계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읽기는 가능해야 할 것아닌가? 각 학과의 영어교재 비율을 정해서 의무화 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제주대 졸업생중에 영어 원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친구가 거의 없어 보여서 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