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영어공교육, 숨돌릴 틈이라도...
갑작스런 시행지침에 '나 어떡해~'
영어공교육, 숨돌릴 틈이라도...
갑작스런 시행지침에 '나 어떡해~'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3.13 14: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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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어공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①새학기 '영어공교육 지침'에 혼선 가중

우선 중학교 12학급 이상, 고교 9학급 이상 학교에 외국어교육부 설치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것이 제주도교육청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수한 영어교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교사자격증소지자, 유학자, 영어관련 학과 졸업자 등으로 한국인 영어전용교사도 채용해 학교 현장에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새정부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에 따라 제주도내 학교들도 영어몰입교육을 확대 실시할 방침도 밝혔다. 수학, 과학 등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위해 몰입교육 지도교사 집중 연수 및 몰입교육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의 영어공교육 추진 방침은 다음과 같다. ▲초등 영어수업시수 단계별 확대 ▲중등 영어교과 평가방법 개선 ▲영어교사 맞춤연수 실시 강화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확대 ▲영어몰입교육 향후 확대 실시 ▲영어교육 현장 지원 확대 ▲실용 영어회화집 개발 보급 ▲초등 1, 2학년 영어교과서 제작 보급.

# 제주도교육청, 영어공교육 발빠르게 추진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영어공교육은 이전의 암기식 영어에서 실용영어로 전환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번 영어공교육 강화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조기에 수립한 영어공교육 강화정책 추진과정을 보면 지난 1월 29일 대학교수 3명, 현직교장 1명, 교육전문직 6명, 현직교사 3명으로 구성된 영어공교육 강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날 태스크포스팀이 1차 회의를 갖고, 지난 2월 1일 6개 영역별 연구주제 발표를 하는 2차 회의를 가졌다. 또 2월 4일에는 3차회의, 2월 9일에는 4차 회의가 진행됐다.

대외 여론수렴은 그 이후인 2월 9일부터 12일 사이 영어과교수, 학교장, 영어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듣고, 2월 12부터 14일사이에는 교육기관 의견수렴, 그 이후 2월 15일과 19일 각가 공청 협의회와 공개 협의회가 진행됐다.

태스크포스팀 구성에서 공개협의회까지 20여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비록 국제화시대 영어의 중요성은 공감할지라도 교육청이 지나치게 빠르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양성언 교육감은 재차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이에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담임교사가 직접 영어로 수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었다.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주 1시간에서 2010년에는 모든 영어 수업을 영어로 수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영어정책의 포부도 밝혔다.

#영어공교육 강화방침의 야심찬 포부...그러나, 왜 그렇게 서두르나?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의 이 영어공교육 강화대책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크게 2가지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 첫번째가 영어공교육 문제에 대해 일선학교에서 준비할 여유도 주지 않고 급박하게 계획돼 발표됐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이 과정에서 교육계와 학부모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추진에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저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많은 교사들이 맡고 있는데 고령에 다시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준비해서 하라는 것인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대해 양 교육감은 "교환수업을 통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교사문제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하지만 양 교육감의 이러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영어공교육 방침에 대한 구상과 계획이 일선 학교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급박하게 다가설 수밖에 없는 문제는 분명 노정돼 있다. 발표시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두번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의견수렴 절차 역시 그렇다. 영어공교육은 사실상 '상용화'에 준하는 문제이기에 제주사회의 삶의 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 교육당국의 확고한 입장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제주사회에 있어 광범위한 도민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공청회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교원단체와 일선학교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전교조 제주지부가 영어공교육 강화방침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표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 부분에 있어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2년간 초등영어연구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제시하면서 "화북초등학교, 서귀중앙초등학교, 김녕초등학교, 한라초등학교, 서호초등학교, 신제주초등학교를 시범 운영한 결과 영어수업을 당장 시작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하는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놀이교육'이라고 제시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빚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양 교육감도 "초등학교 1학년에 영어수업을 한다는 것인데, 철저하게 놀이교육으로 할 것이고 평가와는 관계도 없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의 입장은 1학년 영어수업이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정도일지 몰라도, 영어공교육 강화방침에서 나온 초등학생들에 대한 영어수업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특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앞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이 '영어'에 중심이 된다면, 앞으로 사교육 역시 그런 방향으로 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저학년일 경우 보통 미술학원이나 피아노학원, 보습학원 정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번 발표를 전해듣고는 앞으로 영어학원에도 등록해야 하지 않을까 많이 고민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어쨌든 교육청의 '가벼운 시도'와는 달리 일선교사와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큰 혼란으로 다가오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은 용인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양성언 교육감, 영어공교육 강화 '올인'

다시 얘기를 돌려 오는 4월부터 초등학교 1, 2학년들은 영어수업을 받게 된다. 양성언 교육감은 이번 영어공교육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영어공교육 강화정책을 통해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능력이 향상되고 나아가서 글로벌시대의 자질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양 교육감은 지난 5일 제주도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각 학교 교장 등 관계자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2008학년도 교육활동 중점시책 설명회를 갖고, 저는 이런 것(영어 공교육 정책)을 시도하면서 이리도 저리도 정말 어렵다는 학교가 있다면, 우리 교육청이 적극 지원하겠다"며 "인적, 물적, 재정적 지원을 다 하겠다"고 영어공교육 강화에 '올인'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2년간 진행한 초등 영어연구.시범학교 운영 결과에 대해 만족해 하면서 당장 추진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이는 평가결과 대부분 '부모가 적극 찬성하고 있음'과 '흥미유발 및 적극적 참여로 의사소통능력 신장에 도움'과 같은 긍정적 평가로 이뤄진데서 기인하고 있다. 양 교육감이 이번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에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양 교육감은 "각 학교 교장선생님들께서 교육청이 '영어몰입교육'을 한다고 하니까 '영어에만 몰입한다는 것이냐'고 생각하는데 수학을 영어로 하고, 과학을 영어로 하고, 음악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학교에서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변에서의 지나친 걱정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특목고에서 희망자에 한해서 하는 것이고, 각 학교들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희망하는 학교를 받아서 하자는 것"이라며 "여기에 굉장히 신경 쓰시는 분이 많은데 곧 몰입교육을 할 것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영어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는 우려에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4월 1일부터 영어수업이 시작되지만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기 때문에 놀이중심으로 음성영어로 시작할 것"이라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영어수업이 학교 재량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라서, 재량시간에는 컴퓨터 수업이나 인성교육을 했었는데 그런 것이 못하고 영어만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하고 있다"며 "따라서 1년 내내 재량시간에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도 병행하면서 하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적 촉박함, 의견수렴 과정의 미흡함 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제주도교육청의 영어교육 강화정책은 이제 시작됐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반쪽짜리 정책에 머물 것이다. 교육이 곧 미래이기 때문에 모든 제주도민은 제주도교육청의 교육정책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 다음 2편에서는 <영어공교육방침을 바라보는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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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8-03-13 16:55:51
좋은 글인데...너무 길어서 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