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도시’가 아닌, ‘도심’에 나무를 심어야
‘도시’가 아닌, ‘도심’에 나무를 심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9.22 07: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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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숲을 달라] <1> 나무가 필요한 이유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은 아주 얇은 책이지만 울림을 준다. 책에서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을 통해 나무가 주는 가치를 읽게 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이 숲을 만들고, 그 숲은 수자원을 회복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엔 우리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준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을 투영시켜, 인간은 자연과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는 공진화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책은 이처럼 나무를 강조하는데, 실제 우리의 삶은 어떨까. 내 곁의 나무를 제거하는데 기꺼이 동참하면서, 대신에 뜨거워지는 도심의 삶을 한탄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미디어제주>는 나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도심에 숲을 이루기를 갈망하는 기획을 선보인다. 모두 5차례 기획을 통해 도심에 왜 숲이 필요한지를 꺼내려 한다. [편집자 주]

 

편리 추구로 주변 나무 베기에 ‘혈안’

나무는 미세먼지 걸러 주는 등 효과

문제행동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해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인간은 나무 베기에 혈안이 돼 있다. 좀 더 편리를 추구한다며 곁에 있는 나무를 베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한다. 특히 좁은 도로를 더 넓게 만들고 싶은 욕망은 이웃한 자연을 친구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도로는 우리에게 ‘친화적인 삶의 도구’이며, 나무는 ‘불편한 친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불편한 친구’의 예는 넘친다. 제주특별자치도만 하더라도 ‘도시 숲’을 강조하면서도 그에 반하는 일을 숱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수년째 논란을 부르는 서귀포시 우회도로만 봐도 그렇다. 도로를 낸다면서 서귀포학생문화원 인근에 있는 수십 년 된 소나무 숲을 없앨 계획이다. 제주도가 내건 ‘도시 숲’에 반하는 대표적인 우리의 이율배반적 행위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귀포의 도심 숲. 서귀포시 우회도로를 빼면서 없앨 계획이다. 미디어제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귀포의 도심 숲. 서귀포시 우회도로를 빼면서 없앨 계획이다. 미디어제주

그뿐인가. 도로를 확장한다면서 뽑아내거나, 베버린 나무는 몇 그루나 될까. 세기도 힘들 정도로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통학로를 만들겠다면서 서귀포시 서홍동의 오랜 유산인 ‘흙담솔’의 소나무에 손대겠다는 교육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일련의 행위는 나무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행정행위에서 비롯된다. 제주도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넓혀보자. 우리가 베버린 나무는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있나? 최근 10년간 사라진 나무는 500억 그루가 넘는다. 10년마다 프랑스 크기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나무를 심는 속도보다, ‘불편한 친구’인 나무를 없애는 우리의 손놀림은 무척 빠르다. 어쩌면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장 필요한 친구를 없애고 있다. 함께 가야 할 친구를 무참히 학살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동조자들이다.

‘도심에 숲을 달라’는 기획은 우리 곁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 한다. 때문에 ‘도시(city)’가 아닌, ‘도심(downtown)’을 강조한다. 커다란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그렇지 않은 곳은 자연과 호흡하는 공간이 대다수이며, 사람이 사는 ‘도심’은 그와 반대이다. 그러기에 나무를 심더라도 도심에 심어야 하고, 나무를 수백 그루 심은 숲도 도심에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무는 왜 필요할까. 나무는 물을 우리에게 돌려주는 기본적인 행위 이외에도, 21세기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도 걸러 준다.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는 증발산을 통해 도심의 기온을 낮춰준다. 도심에 나무가 많아진다면, 그만큼의 에어컨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도심 숲에서 놀면, 고민하던 문제들이 사라진다. 숲을 만나면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들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나무는 인간들에게 마구마구 퍼준다. 이런 사랑스러운 존재를 ‘불편한 친구’로 여길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지난 2010년 국제 저널인 <종합환경과학 :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숲이나 공원, 정원 등의 녹지대를 바라본 것만으로도 뇌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서귀포시 서홍동의 흙담솔. 미디어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의 흙담솔. 미디어제주

나무는 세상을 향해 열린 존재이다.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도심에 있는 나무를 거추장스럽게 보곤 한다. 프랑스의 식물학자인 자크 타상은 그가 쓴 책 <나무처럼 생각하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자신에게 의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의지할 줄 안다. 반면 우리는 오히려 세상을 복종시키고 우리의 입맛에 맞추려고 한다. 이 얼마나 상반된 태도인가.”

우리는 ‘도시’가 아닌, 사람들이 사는 ‘도심’에 나무를 심을 줄 알아야 한다. 도심에 있는 나무들이 하나둘 모여 숲을 이룬다면, 그 숲을 살리려고 고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직선도로를 내야 하는데 눈에 거슬린다고 벨 게 아니라, ‘친화적인 삶의 도구’인 도로를 휘게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무는 ‘불편한 친구’가 아니라, 모든 걸 내주는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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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2023-09-22 09:39:58
나무를 무참히 학살하고, 도로를 넓힌다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정입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ㅇㅇ 2023-09-22 07:52:13
다른데 심으면 되지
계획된 도로가 더 급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