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제주선관위, 사전투표함 인수·인계 과정에 구멍..."이래도 되나"
제주선관위, 사전투표함 인수·인계 과정에 구멍..."이래도 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06 15: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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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선관위, CCTV 없는 사무실에 사전투표함·우편투표용지 보관
필수 참관 2인 정당추천위원 없이 인수 이뤄져... "지침 위반 논란"
감시 차 방문한 시민들, 항의 빗발쳐... "선관위 지침 어겨선 안 돼"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실에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용지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제주선관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을 어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용지(이하 ‘투표용지’)가 지정된 보관실이 아닌, 사무실에 방치되는 사태가 더해져 시민들이 항의에 나섰다. 지정된 보관 방법을 어긴 채, CCTV 없는 사무실에 투표용지가 보관돼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월 6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경, <미디어제주>는 제주선관위를 찾았다. 그리고 1층 사무국장실에 덩그러니 놓인 투표용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투표용지는 CCTV가 설치된 선관위 내부의 안전한 장소(이하 ‘보관실’)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오전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우도 지역의 사전투표함, 그리고 우편투표용지는 보관실이 아닌 사무국장실에 보관되고 있었다. 제주선관위 측에 따르면 이들 투표용지는 오후 6시경 사무국장실 바로 옆에 위치한 보관실로 이동될 예정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투표용지 작성, 송부, 보관과정' 내용 중 일부.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마감 후, 사전투표용지가 담긴 사전투표함은 CCTV가 설치된 선관위 내부의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이는 투표 마감일인 오는 9일, 투표 마감 시간까지 지켜져야 한다.

이 같은 지침이 있음에도 제주선관위는 CCTV가 없는 일반 사무실(사무국장실)에 투표용지를 보관 중인 상황. 이에 감시 차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제주선관위가 이렇게 투표용지를 허술하게 관리할 줄 몰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A씨는 “보관실로 가기 전, 투표용지를 대기시켜야 한다면 적어도 대기실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 B씨는 “사전투표함이 보관실로 들어가는 과정을 시민들은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일반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보관실로 가고 있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이 분명히 있는데 제주선관위의 아량으로 이렇게(사무국장실에 보관을)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주선관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선관위 사무국장은 이날 “외부에 대한 감시장치(CCTV 등)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접수 과정에서 제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라며 시민 비판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제주선관위 사무국장은 “이 과정을 생각하는 것이 보관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금 접수 단계로 생각을 하셔야죠”라며 투표용지를 외부에서 제주선관위로 접수시키는 과정이 다소 길어졌을 뿐, 절차에 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제주선관위에 도착한 우편투표용지가 지정된 보관실이 아닌, 사무국장실로 향하는 모습. 우편투표용지 인수·인계 시 정당추천위원들의 참관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이동 중인 모습이다. 사진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은 현장을 감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방문한 시민이다. 
(사진=미디어제주)

그렇다면 투표용지를 굳이, ‘보관실’이 아닌 ‘사무국장실’에 보관한 이유는 뭘까? 곧장 ‘보관실’로 직행했다면 시민들의 이 같은 비판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제주선관위 측은 ‘국민의힘 측 정당추천위원의 사정으로 보관실 입실 일정이 미뤄졌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매번 그분들이 하루에 3~4번씩 본업이 있으신 분들인데 매번 여기에 매달려서 3~4번 오실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전투표함이 관내 선관위에 인수·인계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정당추천위원의 참관이 있어야 한다. 정당추천위원이 사전투표용지 조작을 방지할 감시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제주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1명의 정당추천위원을 위촉했다. 이들 2명은 투표용지가 보관실로 입실하는 과정을 참관한다. 이때 2명 모두가 참석해야만 보관실로 투표용지를 반입할 수 있다.

제주선관위 보관실 입구 모습. 2명의 정당추천위원의 서명이 적힌 특수봉인지로 입구를 봉하고 있다. 투표용지 보관을 위해서는 정당추천위원의 참관 하에 이 봉인지를 뜯고, 투표용지를 보관실에 넣은 뒤, 다시 특수봉인지로 봉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사진=미디어제주)

하지만 제주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측 정당추천위원의 참관이 어려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투표용지가 보관실로 직행하지 못했고, 해당 위원이 방문 가능한 시간까지 투표용지를 사무국장실에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 현지 사정상 섬 지역 사전투표함의 도착 일정이 지연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날 오전에는 우도의 사전투표함이 도착했고, 같은날 오후 4시에는 추자도의 사전투표함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처럼 투표용지가 배달되는 시점이 각자 달라, 이들을 한번에 모아 보관실에 넣으려 했다는 것이 제주선관위 측 해명이다.

다만, <미디어제주>가 취재에 나서고,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상황은 바뀐 것으로 알려진다. 오후 2시 기준, 정당추천위원들은 제주선관위를 찾았고, 사무국장실에 보관 중이던 투표용지는 무사히 보관실로 이동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비판은 여전하다. 투표용지가 보관실로 향하기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을 어긴 정황이 발견됐고, 이 자체로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관련해 시민 C씨는 “정당추천위원을 여러 명 두어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제주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시민 D씨는 "오늘(6일) 오전, 우편투표용지가 도착한 후 (제주선관위 건물의)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1시간 가량 있다가 내려왔는데, 4층에는 CCTV가 없어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선관위 직원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며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투표용지가 어떻게 반입되고, 보관되는 지 전 과정을 CCTV로 기록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6일 오후 3시 40분 기준, 이들 시민들은 제주선관위에 대한 불신으로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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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2022-03-07 00:51:07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랄땐 언제고 투표지 취급을 저렇게... 이건 민주국가라고 할 수도 없군요. 끔찍하네요. 좋은 취재 하셨습니다. 미디어제주 감사합니다

신형철 2022-03-06 23:23:03
봉인지는 뗏다붙였다 가능한 용지를 쓰나보죠..포스트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