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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법원 ‘4.3 행불인 수형자’ 첫 재심 개시 결정
제주법원 ‘4.3 행불인 수형자’ 첫 재심 개시 결정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1.3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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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사부 “피고 모두 사망 판단 유족 청구 적법”
“지금 살아있다면 86~106세 잔혹한 시절이었다”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지방법원이 4.3 당시 군사재판에 회부돼 사망하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행불인 수형자' 유족들의 재심 청구를 수용했다. 제주에서 수형자 본인이 아닌 유족의 재심 청구권을 인정한 첫 사례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30일 1948~1949년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을 당하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이들의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피고는 행불인 수형자 고(故) 이학주씨, 고 문희식씨 등 10명이고 재심 청구인은 이들 행불인 수형자의 유족이다.

피고들은 4.3당시 군사재판 등을 받고 대전, 마포, 목포교도소 등으로 보내진 뒤 사라졌다. 사형선고 기록이 남아있거나 사망 통보가 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번 재심 청구 사건은 유족이 청구한 재심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청구권자로서 적법 여부가 쟁점이었다. '생존 수형인'의 재심 청구 사건은 피고가 생존하거나, 재심을 청구한 뒤 사망해 유족이 다시 재심을 청구해 청구권자에 대한 쟁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번 재심 청구 사건에 있어서 10명의 피고인이 재심 청구 당시(2019년 6월) 사망여부를 따질 때,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유족이 재심 청구가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관계자들이 3일 재심 청구서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 앞이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 미디어제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019년 6월 3일 재심 청구서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 앞이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 미디어제주

재판부는 "피고들이 지금 살아있다면 현재 적게는 86세부터 많게는 106세까지"라며 "지금은 생활수준이 나아졌지만 평균 수명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곳곳에서 수감자에 대한 집단총살 만행이 이뤄졌다"며 "'수구초심(首丘初心)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만일 피고들이 생존했다면 고향에 소식을 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호적등본 기재사항은 법적 추정력을 받는데 피고 10명 중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현재 살아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들이 배우자와 형제자매, 자녀가 한 (이번) 재심청구는 적법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군법회의에 따른 판결서가 존재하지 않지만 판결서 존재와 판결의 존재의 성립은 다르다"며 "재심 사유로 수사 당시 불법구금과 수사 과정에서 각종 고문이 행해진 것은 여러 사료에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행방불명된 이들에 대해서만 그러한 불법행위가 자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잔혹한 시절이었다. 각 재심을 개시한다"고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4.3행불인 수형자에 대한 재심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10명은 지난해 6월 3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올해 2월 393명의 행불인 수형자를 추가했다.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제외한 인원을 빼면 재심 청구 행불인 수형자는 342명이다. 법원이 이번에 행불인 수형자 유족의 재심 청구권을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재심 재판에서도 이번 결과가 인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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