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죽었는지 조차 모르는 우리 부모님...
살아 생전 만나 볼 수나 있을까"
"죽었는지 조차 모르는 우리 부모님...
살아 생전 만나 볼 수나 있을까"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9.2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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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5도민연합회, 29일 제7회 제주망향제 개최
이북 고향에 가족들을 두고 떠나온 지도 언 60여년.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이들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이고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29일 오전 11시 제주 애향묘지내 이북5도 묘역에서는 6.25전쟁 때 제주로 피난을 와 지금껏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향민과 새터민들이 모여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망향제를 지냈다.

2~3일이면 되겠지 하고 올랐던 피난 길의 여정이 57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겨버렸다. 제주지구 이북5도민연합회가 주최하고 제주지구 이북도민청년연합회가 주관하는 제7회 망향제에 참가한 실향민 1세대들은 너무 늙어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세대는 아닐지라도 후세에서는 통일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아니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간절히 염원해본다.

"2~3일이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오른 피난 길, 이제 60년이 지났습니다. 어린 소년은 이제 80세의 노령이 됐습니다. 평화통일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보지만 그날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우리 세대에서 안되면 2세, 3세 손자세대에서는 꼭 통일이 돼서 조상님들을 찾아갈 날이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뿌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뿌리를 찾아 고향을 찾아가겠다는 전정택 제주지구 이북도민연합회장의 추모사에 자리를 함께 했던 실향민들은 숙연해졌다.

헌화와 분향을 하고 제주를 올리는 실향민 대부분은 백발의 노인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부모형제를 살아생 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소원이었다.

#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제일 생각나. 북한은 잘 먹지도 못한다는데..."

"부모, 형제 모두 북한에 두고 15살 때 혼자 제주로 피난을 왔지.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인민군에 소집돼서 군대생활을 해야 할 판이었거든. 어린 친구들 한 열 댓 명하고 배 타고 연평도를 거쳐서 제주까지 온 게 지금이야."

황해도 옹진군이 고향이라는 임창영 할아버지(72)는 홀홀단신으로 제주에 와서 학교도 다니고 가정도 꾸리며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자나 깨나 떠오르는 고향생각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임 할아버지는 "맛있는 음식 먹을 때가 이북 가족들이 생각난다"며 "거긴은 먹을 것도 잘 못 먹고 있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향 땅에 부모형제를 두고 제주에 온 사연은 김만월 할아버지(80)도 마찬가지다.

"3남 2년 중 내가 막내야. 22살 때 던가 혼자 피난을 온 거지. 지금 부모형제들이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지 뭐. 10월에 남북정상이 만난다는데 우리 실향민들 고향가게 만들어 주면 좋겠수다."

# "넋이라도 고향 땅 밟고 있겠지?"

남편의 고향이 평안북도 정주라는 김태년 할머니는 "우리 남편은 이미 10년 전에 돌아가셨다"며 "살아 있는 내내 고향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듣는 내가 더 안타깝고, TV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 나오면 내 얘기 같아 눈물만 줄 줄 흘린다"면서 "그렇게 그리던 고향, 넋이라도 고향에 가고 있을지..." 하고 눈물을 훔쳤다.

이날 조부모와 부모님과 자리를 함께한 실향민 3세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추석 명절에 맞춰 제주에 왔다가 망향제까지 왔다는 방주용씨(21.홍익대 게임디자인학과 1)는 "할아버지 고향이 이북이어서 북한 얘기를 곧잘 듣곤 했다"며 "어려서 그런지 할아버지의 아픔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하루 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망향제는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김영훈 제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말, 추모사, 분향 및 헌화 등의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한편 제7회 망향제에서는 태풍 피해민들을 위한 성금모금도 이뤄졌다.

전정택 제주지구 이북도민연합회장은 "56년 57년 전 6.25 동란으로 우리가 이 땅에 피난왔을 때 제주는 4.3후유증으로 삶이 말이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음식도 나눠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복된 땅이었다"며 "그러나 지난 16일 태풍 '나리'로 많은 재주도민들이 피해를 ㅤㅇㅣㅄ었는데 제주가 우리에게 베풀었던 것에 1만분의 1일이라도 보답하는 뜻에서 성금모금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제주에 살아가고 있는 실향민들은,제주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과 이웃의 '정'을 생각하면서 망향의 한을 달래소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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