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도, 나뭇잎도, 솔방울도 다 재미난 ‘장난감’이에요”
“돌멩이도, 나뭇잎도, 솔방울도 다 재미난 ‘장난감’이에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1.0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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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4> 어린이들의 놀이 실험

유아체험교육원 설립 부지, 회천분교 현장 찾은 아이들
자연 속에서 놀이감 찾아... '마음대로' 놀아보는 시간
그대로의 자연, 아이들에겐 ‘재미난 놀이터’로 다가와

잘 놀아야 한다. 논다는 건 창의적 생각의 가장 밑바탕에 있다. 놀이는 어쩌면 모든 사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제주는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 있는 놀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관련 기획 연재를 수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매년 기획보도물을 만들어 <놀아야 공부다>라는 두 권의 책으로도 만들어냈다. 미디어제주는 올해 역시 놀이와 관련된 기획보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만들어낸 책 제목인 ‘놀아야 공부다’를 올해 기획물의 제목으로 삼는다. ‘놀아야 공부다’는 “잘 노는 것이 공부를 비롯한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게 공부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칙칙폭폭! 기차가 출발합니다~!"
밧줄로 기차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예술, 모든 교육은 단순히 자연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의 소중함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그 소중함을 느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을 느끼기엔 너무 많은 개발이 이뤄졌고, 현대인은 자연보단 도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날의 행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대로 뛰어노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는 11월 9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관하는 ‘다 함께 만드는 놀이터, 친구야 놀자’ 행사 참여를 위해 구 회천분교 운동장에 30여 가족이 모였다. 당초 모집은 20가족이었는데, 신청자가 몰려 10여 가족이 더 참여했다고 한다.

구 회천분교 앞에 모인 아이들.

‘행사’라는 이름으로 열렸지만, 뚜렷한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은 ‘유아체험교육원 설립을 위한 현장 의견 청취’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이곳 회천분교 부지에 (가칭)유아체험교육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공간 실시설계에 적극 반영된다.

“친구들~ 오늘 친구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예요. 자연 그대로, 이곳에서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볼 건데요. 첫 시간은 ‘보물찾기’를 할 거예요. 1조는 돌멩이, 2조는 나뭇잎, 3조는 나뭇가지, 4조와 5조는 솔방울! 지금부터 찾아볼까요?”

지도 선생님이 말한다.

돌멩이와 나뭇잎, 나뭇가지, 솔방울이 ‘보물’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지루해 하면 어쩌지 우려하던 찰나. 아이들은 “와~” 하며 보물찾기에 나선다.

"나 여섯 개나 주웠어요!"
7살 양재원 어린이가 주운 솔방울을 들고 뿌듯해하는 모습.

“나 여섯 개 찾았는데! 여기 솔방울이요!”

솔방울을 한 아름 안고 자랑에 한창인 양재원 어린이. 직접 주운 솔방울이 재원에게는 퍽 소중하게 느껴졌나 보다. 보물찾기 시간이 끝날 때까지 솔방울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재원이다.

“우리 친구들이 찾은 보물은 자연에서만 찾을 수 있는 보물이에요. 자, 지금부터는 주운 보물로 함께 놀 거예요. 어떻게 놀까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은 말한다. “마음대로요~!”

자연 속에서 ‘마음대로’ 노는 시간. 빈 페트병, 신문지, 크레용, 색종이, 테이프, 줄, 돋보기 등 주어진 소품 중 각자가 원하는 것을 골라 놀면 된다.

어른들의 눈에는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이지만 아이들은 곧 각자만의 놀이를 창조한다.

한쪽에는 돋보기를 들고 빛을 모아 나뭇잎을 태우는 남자아이 무리가 있다. 반대편에는 두 명의 여자아이가 검은 색종이와 돋보기를 들고는 빛을 모은다.

"기다리는 자에게 불이 강림하시리..."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나뭇잎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
"돋보기가 너무 작아서 불이 잘 안 붙어요~ㅠㅠ"
두 아이가 검은 색종이에 불을 붙이려, 돋보기로 빛을 모으고 있다.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우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커다란 돋보기를 가진 아이는 비교적 불을 쉽게 피운다. 작은 돋보기를 가진 아이는 오래 기다린다. 아이는 놀이를 하며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슬슬 연기가 나려 하는데, 친구의 그림자가 햇빛을 가린다. 짜증을 낼 법도 하지만 “빛을 가리면 불이 안 붙어”라고 점잖게 친구에게 타이른다. 친구가 비켜주자, 또 다른 친구의 그림자가 다시 빛을 가리게 된다. 아이는 친구에게 비키라고 말하는 대신, 스스로 나뭇잎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도전한다. 아이는 놀이를 하며 ‘내가 불편하더라도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마술을 보여줄게요!"
고연주 학부모의 자녀, 김하율 어린이가 나무를 세워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이, 키즈카페에 가는 것보다 좋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아이들의 창의력이 좋더라고요. 우리 어른들이 어릴 적 했던 놀이를 그대로 하기도 하고요. 알려준 적도 없는데, 참 신기하죠.” / 고연주 학부모 (삼화지구 주민)

회천분교 인근, 삼화지구 주민인 고연주 학부모는 7살 자녀와 행사장을 방문했다. 아이와 제주의 자연을 보고, 느끼려 노력하는 편이라는 그는 도교육청의 ‘유아체험교육원’ 사업에서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제주다운 놀이터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자연을 훼손하기보다는 그대로 보전하고, 인위적인 조형물보다는 회천분교 건물을 이용하는 방향으로요.” / 고연주 학부모 (삼화지구 주민)

부수고, 새로 짓는 제주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다.

"나... 알고 보니 고무줄 놀이 천재!?"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줄을 넘다보니 어느새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동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근무 중인 서영미 학부모는 5살, 3살 자녀와 행사장을 찾았다. ‘교사’의 입장이 아닌,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자연 속 놀이터’를 체험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요즘에는 정형화된 놀이감들이 많죠. 이런 것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어요. 반면, 자연 속 놀이감을 만질 기회는 잘 없잖아요. 이게 참 아쉬워요. 아이들은 자연에 있는 놀이감을 가지고 놀 때, 더 흥미로워하고, 놀이에도 더 몰입하는 것 같거든요.” / 서영미 학부모 (동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여기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자!"
서영미 학부모의 두 자녀가 크레용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노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난 특징이 하나 있다. 놀이가 계속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흙으로 두꺼비집을 만들던 아이는 흙 속에서 돌을 발견하고, ‘돌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한다. 나뭇가지로 칼싸움을 하던 아이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돋보기로 빛을 모아 불을 피운다. 바닥에 낙서하던 아이는 부러진 크레용을 모아 돌로 잘게 부숴, 소꿉놀이를 한다.

“정형화된 놀이감과 자연 놀이감을 비교했을 때. 자연 놀이감의 놀이 형태가 훨씬 변화무쌍해요. 아이들에게 ‘어디 가서 놀까?’ 물었을 때, ‘키즈카페’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요.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고, 솔방울을 줍고, 잔디를 밟는 놀이에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디 갈까?’ 물었을 때. ‘오름이요!’라고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유아체험교육원이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요.” / 서영미 학부모 (동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제주는 어쩌면 그 어느 지역보다 축복받은 곳이다. 제주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 살더라도,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접할 수 있다.

새롭게 탄생할 ‘유아체험교육원’은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될까.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장난감을 찾고, 때론 조금 위험한 장난도 치며, 자연스레 ‘놀이 학습’을 하게 되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오늘 정말 행복하다, 그치?"
보물찾기 상품으로 받은 문구세트를 보며, 기뻐하는 아이들.
"형아 하는거, 나도 할래요"
어린 동생이 두 형이 하는 놀이를 그대로 따라하려 한다.
"이거 어디서 주웠게~요?"
자신의 키 만큼이나 기다란 나뭇가지를 주워 온 아이.
"헤헷... 헤헤헷!"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
"이거 바닥에 세우고 싶은데, 도와줄 사람~?"
나뭇가지를 바닥에 세워 커다란 원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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