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안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랍니다”
“놀이터의 안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2.16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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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8>영국의 놀이정책③

세계 여러 나라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우리나라인 경우 다소 늦었다. 2015년에야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이 앞서 있다. <미디어제주>는 독일과 일본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엔 영국을 찾았다. 영국은 어떻게 놀이를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현장도 몇차례 둘러본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이렉건축사사무소 수잔느 투치 대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 놀이시설 설계 당선

아이들이 놀이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안전보다 자연을 학습하는 곳이 바로 놀이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은 런던 동부지역의 새로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편에서 밝혔듯이 런던레거시개발공사(LLDC)가 주죽이 돼 올림픽공원 일대를 ‘올림피코폴리스’라는 새로운 도시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 도시는 올림픽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도심의 기능을 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 있다. 거기서 뺄 수 없는 건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다.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규모 놀이공원을 둔 게 아니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어쩌면 단순한 놀이터 개념이지만 설계경기를 거쳐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창출했다.

놀이터 설계공모는 올림픽공원의 북쪽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낙점을 받은 곳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이렉건축사사무소’였다. 이렉건축의 대표를 직접 만나서 놀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공간으로서의 놀이터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영국 런던에 자리잡고 있는 이렉건축의 수잔느 투치 대표가 놀이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영국 런던에 자리잡고 있는 이렉건축의 수잔느 투치 대표가 놀이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렉건축은 공동대표 체제이다. 독일 출신의 수잔느 투치, 오스트리아 출신인 바바라 카우키 등 두 여성이 이렉건축을 이끌고 있다. 이렉건축은 런던 동부에 있다. 사무소를 찾았을 때는 투치 대표만 만날 수 있었다. 카우키 대표는 의뢰인을 만나러 나간 상태여서 아쉽게도 투치 대표와의 인터뷰만 성사됐다.

투치 대표는 영국과 독일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우선 각인시켰다. 그는 독일 남부의 헤르브레히팅겐에서 자랐다. 투치 대표의 기억 속엔 만들어진 놀이터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논 기억이 선하다. 그러나 영국에서 본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다.

“요즘 아이들은 움직임이 줄어들고 있어요. 제가 자랄 때는 자연에서 뛰어놀았고, 그게 익숙하고 당연했어요. 영국은 그런 환경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고 뛰어들었어요.”

그래서 외쳤다. 확실하게 해보자며 “슈어 스타트(Sure Start)”를 외쳤다. ‘슈어 스타트’는 투치 대표와 카우키 대표가 의기투합한 첫 프로젝트였다. 지난 2004년이었다. 이때는 ‘이렉건축’이라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실천하자는 의지가 강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이 담긴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거기서 놀도록 해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아이들은 나무에 대한 느낌도 몰랐어요. 자연은 당연한 것인데, 당연한 것들을 모르고 있었죠. 그걸 깨닫게 만들려 했어요. 그러나 클라이언트들의 반대도 있었죠.”

반대란 무엇일까. 자연에서 놀게 하는데 어떤 반대였을까. 의뢰인들은 나무로 놀이터를 만들게 되면 부숴진다고 예상을 했다. 장난치는 아이들로 인해 놀이터는 견디지 못한다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의뢰인들의 예상은 무너졌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렉건축은 다른 건축사사무소와 달리 놀이공간에 집중을 한다. 그 이유도 들어봤다.

“제 관심 분야가 아이들과 지역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쪽 네트워크를 알게 되고, 관련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죠.”

그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그런 공간을 꿈꾼다. 올림픽공원의 프로젝트도 그런 쪽에 중점을 뒀다. 단순히 노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배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디자인을 할 때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죠. 아이들의 아이디어도 놀이터에 포함됩니다. 아이들의 의견과 함께 해당 지역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자리도 만들어요.”

이렉건축은 모험놀이터를 많이 만들어왔다. 될 수 있으면 자연을 최대한 담으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올림픽공원의 놀이공원은 어떻게 맡게 됐을까.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프로젝트를 맡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동안 경력도 있었고요. 더 중요한 건 해당 지역은 애초에 자연풍광이 돋보이는 지역이었어요. 이렉건축의 철학이 자연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우리랑 잘 맞았죠. 그 지역 자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만들 듯이 풀어간 점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 같아요.”

이렉건축은 ‘어드벤처’라는 이름을 단 놀이터를 곧잘 설계한다. 놀이터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을 하는 점 역시 알고 싶었다.

이렉건축의 수잔느 투치 대표가 자신들이 설계한 놀이터를 보여주면서 놀이터에서 안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렉건축의 수잔느 투치 대표가 자신들이 설계한 놀이터를 보여주면서 놀이터에서 안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렉건축의 투치 대표와 건축사사무소 직원들. 미디어제주
이렉건축의 투치 대표와 건축사사무소 직원들. ⓒ미디어제주

“안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랍니다. 놀이터에 위험 요소가 있으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발달합니다. 위험요소는 조금은 있어야 합니다. 안전보다는 자연에 대한 학습을 하는 곳이 놀이터입니다. 놀이터에서 자연을 배우고, 탐험을 배우고, 그건 재미로 연결이 됩니다.”

그는 단순히 놀이시설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건축가이기에 좀 더 깊게 바라본다.

그러나 여전히 인공적인 놀이기구가 존재한다. 그걸 깨려고 지역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아서 담는다. 그러다 보면 그 지역만의 특별한 놀이터가 만들어진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마다 특별한 아이디어를 심는 겁니다. 주변에서 나오는 재질을 직접 만지게 하는 등 모든 지역적 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죠. 아울러 놀이는 이미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놀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직접 놀이를 만들어야 아이들은 더 행복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런 놀이터를 유도하는 게 쉬운 건 아니죠. 있는 놀이기구를 주로 사용하기에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늘 고민이죠.”

놀이터를 설계하는 이들은 ‘만들어진 이야기’나 ‘만들어진 놀이시설’을 꾸미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연을 담은 놀이터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도록 하고,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창출하게 하는 이들이 바로 놀이터를 설계하는 이들이다. 이렉건축이 설계한 놀이터는 그런 곳들이다. 다음 편부터는 영국 런던의 놀이터를 직접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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