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이터 계획 단계부터 참여해야”
“아이들이 놀이터 계획 단계부터 참여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1.08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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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2> 영국 런던의 놀이터④

세계 여러 나라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우리나라인 경우 다소 늦었다. 2015년에야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이 앞서 있다. <미디어제주>는 독일과 일본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엔 영국을 찾았다. 영국은 어떻게 놀이를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현장도 몇차례 둘러본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킬번그랜지공원에 있는 ‘킬번 플레이그라운드’

캠든 자치구 차원에서 놀이공원 만들기 추진

직접 놀아볼 아이들이 파트너로 당당히 참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놀이터는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내고,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 눈에 자주 보이는 정형화된 놀이터에서 ‘풍부한 경험’이나 ‘상상력 창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이 ‘잘 노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나라 뿐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솟아나고 있다.

유엔은 일찌감치 아이들의 놀이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엔은 지난 1989년 아동권리협약을 제정했으며, 200개에 가까운 나라들이 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협약 제31조를 들여다보면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돼 있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킬번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유엔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권리와 함께 어린이들이 잘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서 ‘놀이’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어찌 보면 놀이를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을 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유엔이 강조하는 그런 놀 권리를 제대로 확보를 하고 있을까. 놀고 싶지만 놀지 못하고, 놀려고 해도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설이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억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놀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오고 있다. 도시화의 가속에 따라 공간은 좁아지고, 좁은 공간에 어떤 놀이공간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그럼에도 영국이 우리보다는 어린이들의 놀이환경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영국은 공원도 크지만, 공원에 속한 놀이터 역시 단순하지 않다. 앞서 소개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의 ‘텀블링베이 플레이그라운드’나 왕립공원인 켄싱턴가든스에 있는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는 좀체 우리 곁에서 접하기 어려운 놀이터가 아니던가.

영국 런던의 수많은 놀이터 가운데 이번엔 캠든 자치구에 있는 ‘킬번 그랜지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이하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를 가본다. 캠든 자치구는 런던 중에서도 ‘이너런던’에 속해 있다. 중심부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캠든 자치구의 서북쪽 끝에 있는 킬번그랜지공원에 속해 있다. 공원엔 두 곳의 놀이공간이 있다. 아주 어린아이들, 즉 유치원에 다니기 전 단계의 아이들이 이용하는 놀이터가 있고, 유치원 이상의 어린이들이 노는 곳이 있다. 여기서 살필 놀이터는 좀 큰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2009년 만들어졌으며, ‘텀블링베이’를 설계한 이렉건축의 작품이다. 이 놀이공간이 만들어지고 나서 영국 런던의 20여곳 놀이터에 영향을 끼쳤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많이 보이는 즐거운 놀이터는 킬번 플레이그라운드의 역할이 높다고 봐야 한다. 2010년엔 ‘어린이만들기공간상’을 받았고, 2011년은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RIBA)도 받은 작품이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실내공간을 주변으로 서로 다른 놀이시설이 배치돼 있다. 미디어제주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실내공간을 주변으로 서로 다른 놀이시설이 배치돼 있다. ⓒ미디어제주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실내 공간을 축으로 남북으로 서로 다른 2개의 놀이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나무그늘이 있고, 잔디가 있고, 모래가 있다. 통나무를 활용해서 아주 빽빽한 공간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통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2층 구조의 통나무집은 그물망으로 오갈 수 있게 만들었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시설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이런 시설을 만드는 과정이 무척 중요한 놀이터이다. 캠든 자치구는 킬번지역에 놀이공간을 만들려고 추진을 했고, 이렉건축이 의뢰를 받아서 진행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파트너십이다. 건축가의 머리에서 디자인이 나온 게 아니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놀이터 공간을 촉진시킬 임무를 맡은 이들이 있다. 영국내에서 건축답사 및 공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빌딩 익스플로러터리’가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도 퍼실리테이터로 합류했다. 퍼실리테이터들은 놀이공간이 어떻게 창출되는지를 안내하고, 지역사회의 참여도 촉진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었다. 이후 영국 런던의 다른 놀이터에서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제주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었다. 이후 영국 런던의 다른 놀이터에서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제주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드는데는 촉진자들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참여자들이 있었다. 바로 킬번그랜지공원 동쪽에 있는 킹스게이트초등학교 학생들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 학교 5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파트너였다. 아울러 잭테일러스쿨의 학생들도 참여자로 나섰다.

아이들의 참여는 소유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은 예술가 등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놀이를 배우고, 그들이 뛰어놀 공간을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지에 대한 즐거운 이해를 하게 된다. 킬번 플레이그라운드가 가진 힘은 여기에 있다. 캠든 자치구가 그냥 밀어붙인 것도 아니고, 건축가의 의지대로 작품이 나온 것도 아니다. 직접 놀아볼 어린이들이 놀이를 구상하고, 놀이를 만들면서 ‘킬번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작품이 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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