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1:35 (화)
“1237억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생기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1237억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생기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9.06 12: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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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필요한가 시민 토론회’ 개최

서귀포 동홍동 교육벨트 관통하는 왕복 6차로 건설에 1237억원
미디어제주 국장 김형훈 “도시우회도로 생기면 녹지는 사라져”
서귀포 녹색당 노민규 “행복의 ‘본질’ 잊지 말고 정책 펼쳐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는 왜 몰랐을까. 세금 1237억원을 들여 거대한 6차로 도로를 만든다는데,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태풍 ‘링링’이 북상하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주춤하던 5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일주동로에 위치한 ‘참여와통일로가는서귀포시민연대’에서 중요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의 이름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필요한가 시민 토론회’.

직관적인 이름처럼,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논해보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한살림 서귀포마을모임, 서귀포 녹색당,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서귀포 시민연대가 뜻을 모아 만든 연대 단체, ‘서귀포우회도로백지화를바라는시민들’의 주최로 이뤄졌다.

토론자로는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과 노민규 서귀포 녹색당원이 나섰다.

본격적인 토론회의 내용을 소개하기 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무엇인지 알릴 필요가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란, 1965년 구상된 사업이다. 토평동에서 호근동까지 4.2km 구간에 폭 35m, 왕복 6차로 도로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는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 토평동에서 동홍동을 지나 호근로까지 약 4.2km 구간에 왕복 6차로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1965년 결정된 사업인데, 2019년인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 까닭은 무었일까.

바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동홍동 지역의 ‘교육벨트’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가장 문제시되는 구간. 서귀포학생문화원 바로 앞을 지나, 소나무숲을 베어야 하는 구간이다.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한 곳은 도시우회도로가 생기면 사라질 구간이다. 서귀포시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의 바로 앞에 왕복 6차로 도로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역은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는 점이다. 서귀포도서관에는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이 있어 어린이들이 단체 견학을 오기도 하고,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을 찾아 방문하곤 한다.

또 학생문화원과 도서관 바로 뒤편에는 서귀포고등학교가 있고, 그 주변으로는 서귀중앙여중, 서귀북초등학교, 동홍초등학교, 서귀포여자중학교 등 학교들이 밀집해 있다. 이 중에서 도로가 학교 바로 앞을 지나게 될 경우는 서귀포여자중학교, 서귀북초등학교, 동홍초등학교 등이다.

문제는 또 있다. 수십 년 된 소나무들이 있는 도심 속 소나무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먼저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

김형훈 국장은 전 세계 도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열섬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날이 뜨거워지는 도심에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섬 현상이란,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도심 부분만 기온이 높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가 베이고, 빌딩이 들어선 도시 중 상당수가 매년 여름이면 이 ‘열섬 현상’으로 찜통 같은 더위를 겪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김 국장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 지역 1년 평균 열대야 일수는 약 34.1일”이라며 매년 제주 도심 지역 사람들은 한 달 이상 찜통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제주 지역 1년 평균 열대야 일수를 공개했다. 1980년대 제주 지역 평균 열대야 일수는 12.4일. 30여 년 사이 열대야 일수가 21.7일이나 늘어난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주 지역 평균 열대야 일수 변화 추이.

그러면서 김 국장은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나무 심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1996년부터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나무 심는 데 투자하고 있다.

대구는 1996년 1차 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약 3982억원을 들여 3464만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2021년까지 예산까지 더하면 7757억원이 나무 심는 데 들어간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김 국장은 자신이 얼마 전 다녀온 서울의 여의도 풍경을 소개했다.

여의도의 어느 도로 풍경. 빌딩 숲 옆으로 가로수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여의도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곳으로, 서울의 중심부, 즉 도심이라 할 수 있다. 증권사, 언론사, 대기업 빌딩이 밀집해 있어 차량 통행량이 매우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여의도에는 가로수가 매우 많다. 차도의 폭 만큼이나 넓은 인도를 감싸는 모양으로 가로수가 심어져, 여름이면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를 걸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의 도심은 어떨까.

김 국장은 제주시청과 법원이 위치한 이도2동의 거리를 예로 들었다.

법원에서 제주시청으로 가는 길. 왕복 6차로 도로 옆으로 인도가 있지만, 나무 한 그루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 사진은 법원에서 제주시청으로 가는 길, 맥도날드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곳은 여름이면 걷기가 힘들 정도로 아스팔트 열기가 올라오는 곳이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과 나무 그늘 아래를 걷는 것의 온도 차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 같다.

김 국장은 “세계에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의 경우, 대부분 가로수가 발달이 되어있고 나무도 크다. 도로 크기도 줄여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인도를 넓혀주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서 차량 위주가 아니라, 사람 위주의 도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차량 위주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진행 중인 사업을 대신할 방안 하나를 제시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현재 약 92%에 대한 토지보상이 이뤄진 상태다. 남은 8%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가진 서귀포시학생문화원 앞 토지 등에 대한 것인데,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지상 차도’가 아닌, ‘지하 차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김 국장은 이러한 현실을 거론하며, “이미 상당 부분 토지 매입이 완료되었으니, 보상된 토지를 이용해 ‘도심 숲’을 조성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꺼냈다. 제1숲, 제2숲 등 곳곳마다 크고 작은 숲을 조성해 지역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도민과 관광객까지 자연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꾸미자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분명 도로 개설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을 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곳은, 도심에 나무가 가득한 곳입니다. 이러한 곳이 사람이 살맛 나는 곳이고, 여름철 열섬현상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에요. 지구상에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도시는 계속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환경문제, 교통문제, 쓰레기문제도 따라올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도심에 자연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도심 속 곳곳에 숲이 존재하는 서귀포시. 아마 10년, 20년 뒤에 부동산 가치 또한 엄청나게 상승하리라 생각됩니다.”

부동산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주민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좀더 멀리 보았을 때, 6차로 도로보다 도심 숲을 조성하는 것이야 말로 땅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자리의 모습.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홍동 인근에서 50여 년을 거주했다는 한 시민, 현봉주씨의 발언이 있었다.

현씨에 의하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생겨날 위치는 지역민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100명 중, 한두 명이 이용할까 말까 하는 그런 도로”다.

단, 그는 가끔 이곳을 지날 때 불편함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길이 매우 비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씨는 6차로 도로가 아닌, “차대 차가 왕복할 수 있는 것까지만 도로를 넓히면 될 것”이라며, “6차로 도로는 전혀 필요치도 않은 건데 왜 이 도로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사업을 축소해 진행하면 될 거라는 뜻이다.

그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도로 사정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 서귀포시에 6차로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 있다면, 먼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토건사업’이라고 표현하며, “인근 거주 주민들이 차량 통행 시 불편함이 없도록 조금만 도로를 넓혀주면 좋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귀포 녹색당 노민규씨.

서귀포 녹색당 노민규씨는 이날 자리를 이렇게 정리했다.

“도로를 건설하고, 건물을 올리고, 발전하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행복은 그런 것으로 오지 않는다. 인간의 행복에 있어 ‘본질’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정책을 펴야 한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해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막을 내린 토론회. 이날 자리에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관계자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현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교육청 소유의 토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이들의 안전과 환경 파괴를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행정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를 지켜만 보기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도로개설사업을 진행하다는데.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도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고 나서야 사업 내용을 알았다고 말하는 서귀포 시민도 있었다.

거액 세금을 들여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도민 의견 수렴’일 것이다.

행정은 도민의 의견을 경청하려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제대로 경청할 의지는 있는가.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처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100억원을 들여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며 발표한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 도민 사회 공감대 형성에 실패해 현재 잠정 중단 상태인 것처럼.

이같은 행정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주도는 이날의 토론회와 같은 도민 의견 수렴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1237억원짜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생기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도로가 생긴다면 행복해질 이는 과연 누구일까.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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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9-09-07 15:48:23
어이없는 40년전부터 도시구획이 정해진곳을 하루30-40명 이용하는 도서관타령?
아침저녁 광장에 교통혼잡 모르나?
진짜 도서관 이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