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노선별 투자우선순위 분석 결과, 22개 노선 중 9위 차지
5·7·8위 사업 시행도 안 했는데... "9위부터 우선 시행한 까닭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토평동부터 호근동까지 총 4.2km 길이 구간에 도로폭 35m, 왕복 6차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1965년 결정된 도로계획으로, 약 55년이 흘렀지만 사업의 큰 틀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해당 기사에서는 편의를 위해 제주도가 우선 시행하기로 한 서홍동~동홍동의 1.5km 구간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라고 명시합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만약 당신이 사업가라면, 거액을 투자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할 것인가.
상식적인 사업가라면,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사업에 우선 투자를 시작할 테다. 적은 금액으로 높은 효과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일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투자대비 높은 효과가 있는 사업이 버젓이 있는데, 제주도는 투자우선순위가 낮은 사업부터 거액의 세금을 들여 투자하고 있다.
제주도가 2013년 5월 발간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기본계획(2011~2020)’ 자료를 살펴보자.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기본계획(2011~2020)’은 2011년 4월 개정된 ‘도로법 제22조’에 따라 10년 단위로 도로의 장기적인 정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연구 결과다.
이 보고서에는 제주의 도로교통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해 도로사업 투자계획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자료의 68페이지, 표7-4, ‘노선별 투자우선순위 분석’ 내용을 살펴보자.
위 표는 2012년 조사 당시의 경제성분석, 도로의 기능, 도로의 연계성, 교통수요, 도로사용자 편익 등을 종합해 고려한 결과치다.
보고서에서는 “가급적 도로망(Network)의 효율성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 도로정비계획의 수정 방향인 △단절 △리모델링 △타 계획과 연계 노선의 경우 최우선 순위로 배정했다고 한다.
또 투자우선순위에 대해 IRR(내부수익율)이 가장 높은 노선을 우선으로 선정하되, IRR이 없는 노선은 B/C(편익/비용)가 가장 높은 노선을 우선으로 선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위 표는 제주도가 각 도로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지표이자 장치인 셈이다.
표에서 맨 오른쪽에 표시된 순위가 높을수록 투자 가치가 높은 사업에 속한다. 반면, 순위가 낮으면 투자 가치도 낮다. 이를 보기 쉽게 순위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특별자치도 지방도 노선별 투자우선순위 1~9위> / 2013.5 발표 자료
1위> 신양우회도로(신양)
2위> 서성로 신설(가시-성읍)
3위> 비자림로 리모델링(대천-송당)
4위> 제안로 2차로 확장(광령-상가)
5위> 한창로 4차로 확장(한림-동광)
6위> 남조로 4차로 확장(의귀-조천)
7위> 제성로 확장(온평-수산)
8위> 제2산록도로 확장(금악-저지)
9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삼성여고-서귀포여중)
해당 분석은 2012년 제주 상황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는 투자우선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위부터 9위 중, 현재 완료된 사업은 총 3개다.
신양우회도로(1위), 서성로(2위), 제안로(4위) 관련 사업이 2020년 7월 21일 기준으로 사업이 완료됐다. 계획대로 도로가 개설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제주도는 도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위 분석 결과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순위 1위, 2위, 4위 사업이 우선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일부 구간만 공사가 완료된 사업은 2개. 비자림로 리모델링(3위)과 남조로(6위) 관련 사업이다. 끝으로 공사가 아예 진행되지 않은 경우는 한창로(5위), 제성로(7위), 제2산록도로(8위) 관련 사업으로 총 3개다.
이를 보기 쉽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즉,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9위)’보다 투자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이 존재하는데, 심지어 사업비도 1/3가량 적은 경우(제2산록도로 확장 사업)도 있는데. 순위가 높은 한창로, 제성로, 제2산록도로 관련 사업을 제치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우선 추진된 상황이다.
제주도는 왜 투자우선순위 9위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5위, 7위, 8위 사업보다 먼저 시행한 걸까.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도로사업을 하면서 100% 경제성 결과만 갖고는 하지 못한다”라며, “경제성이 1을 넘었다 해도 예산이 없으면 못 하고, 예산이 있으면 할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예산 상황에 따라 경제성 용역 결과와 무관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런데 그의 해명에는 오류가 존재한다.
그의 말대로, '예산 상황'에 따라 도로사업의 우선추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면?
결국 제주도가 진행한 '투자우선순위 분석' 연구는 '쓸데없는', '헛된 분석'이 되는 셈 아닌가.
어차피 예산 상황에 따라 바뀌는 투자우선순위라면, 애초에 세금을 들여 관련 조사(용역)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투자우선순위 분석 결과는 제주도가 도로사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분석과 심도있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오류가 또 있다. ‘예산 때문에 우선순위에 있는 사업을 시행하지 못했다’라는 가정이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한다.
투자우선순위 분석 결과가 나온 시점은 2013년 5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구간이 지방도 노선으로 인정받은 시점은 2013년 9월 3일. (제주자치도 공고 제2013-902)
즉 제주도는 투자우선순위 분석 결과가 나온 뒤, 4개월 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사업 의지'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고?
아니다. 이는 예산 투입 현황을 보면 더 잘 드러나 있다.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에 투입된 예산은 2014년 20억원으로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매년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40억원까지 꾸준한 모습이다.
또 예산 투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는 2014년부터 편입토지 보상을 추진했고, 2016년에는 총사업비 445억에 대한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무사히 마친다. 이어서 2017년 5월엔 6억3857만5000원 예산을 투입해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끝으로 지적할, 마지막 한 가지.
'도로'사업. 그것도 도심 지역을 관통하는 6차로 대규모 건설사업은 우리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예산' 상황이 가능한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할 게 아니다.
도로가 생기면, 그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이 들어선다. 건물이 마구 들어서면, 땅값이 오른다. 투기가 시작되거나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는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녹지 공간은 파괴되고, 지구의 기후변화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어림잡아 1200억원 이상,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또 우리 삶의 질과 미래세대가 살아갈 터전에 큰 영향을 미칠 ‘도시계획시설’, ‘도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서귀포시의 ‘교육벨트’를 관통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대규모 도로사업이다.
그런데 왜, 제주도는 투자우선순위가 높은 5·7·8위 사업은 미집행하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려는 걸까.
다음 기사에서는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