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가득 품은 물영아리오름 분화구에 왜가리가…
빗물 가득 품은 물영아리오름 분화구에 왜가리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6.09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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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왓 이야기] ②물영아리 일대 식물상 모니터링 지킴이들
“숲은 그대로 두기만 해도 새들이 정원사 노릇을 한답니다”

<미디어제주>는 지난해 남원읍 습지 지역관리위원회와 ‘람사르 습지 가치 인식 제고 및 보전운동 협약’을 체결, 물영아리 오름 등 습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습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물왓 이야기’ 기획연재는 물영아리 오름을 품고 있는 수망리 주민들의 얘기와 숨은 사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9일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에 빗물이 가득차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지난 5월 29일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에 빗물이 가득차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 5월 29일. 이 날은 수망리 주민들이 물영아리 오름 일대의 식생을 모니터링하는 날이었다.

오전 9시 30분께 탐방로 입구에서 만난 모니터링단 일행은 모두 6명. 남원읍 습지지역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여미지식물원의 김명준 연구원이 전문가로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 했다.

탐방로 입구 주변에는 제주의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산수국이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상산, 누리장나무, 참식나무, 팥배나무 등 눈에 보이는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씩 다시 확인해보면서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청가시덩굴과 청미래덩굴이 비슷해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종이라는 김 위원의 설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29일 물영아리 오름 일대 식생 모니터링에 나선 모니터링단 일행의 모습. ⓒ 미디어제주
지난 5월 29일 물영아리 오름 일대 식생 모니터링에 나선 모니터링단 일행의 모습. ⓒ 미디어제주

주로 습지에 자라는 식물 중 하나로 제주 특산종인 솔비나무도 눈에 띈다.

봄철 새순을 따내 살짝 데쳐 먹기도 하는 양하는 오래 전부터 이 일대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다. 양하 뿐만 아니라 두릅도 있고, 새순을 삶아 먹기도 하는 합다리나무도 있다.

엄나무, 찔레 순 등 식용으로 활용 가능한 식물 얘기를 하던 중 벌써 몇 년째 모니터링에 함께 하고 있는 소명희씨가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제주에서 처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 오름에 대한 애착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인공 조림지인 삼나무 숲을 지나자 나도밤나무, 올벚나무, 가막살나무, 범노린재나무, 박쥐나무, 국수나무, 참식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펼쳐진다. 탐방로 주변 바닥에는 나도히초미, 홍지네고사리 등 양치식물들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분화구를 빙 둘러싼 능선이 가까워지면서 머귀나무,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등 낙엽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이처럼 다양한 식생이 관찰되는 데 대해 “새들이 나무 열매를 먹고 날아와서 배설하면 자연스럽게 그 씨앗이 자라게 된다”면서 “숲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새가 정원사 노릇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빗물이 가득 차있는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 건너편에서 포착된 왜가리 모습. ⓒ 미디어제주
빗물이 가득 차있는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 건너편에서 포착된 왜가리 모습. ⓒ 미디어제주

분화구가 가까워지자 개구리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치고 있는 살모사의 모습이 포착됐다.

빗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가득한 분화구 건너편에는 여름철새 왜가리가 늘씬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분화구 안에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습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습지 식물과 천적 관계인 먹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천연 생태 박물관’인 셈이다.

이렇게 매달 식생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계절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도 보이고, 어느 해에는 꽃이 많이 피었다가 이듬해에는 꽃이 부쩍 줄어드는 ‘해거리’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식생을 간직한 건강한 숲을 지켜가기 위한 모니터링 결과물은 해마다 보고서 형태로 발간되고 있다. 도내 첫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을 지켜내고자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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