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태풍 '나리' 제주 강타, 피해 왜 컸나
태풍 '나리' 제주 강타, 피해 왜 컸나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9.17 10: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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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강수량 420mm, 제주 기상관측 사상 처음
제주 한천 등 4대 하천 범람...고지대까지 침수돼

태풍 '나리'가 휩쓸고 간 제주지역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로 곳곳은 패이고, 가로수와 신호등은 쓰러져 도로와 주택을 덮치는가 하면, 수 많은 차량들은 급류에 휩쓸려 뒤엉켜 성한 곳이 없었다.

제주기상관측 사상 제주지역에는 가장 많은 비를 뿌리면서 제주 섬 전체를 물에 잠기게 하는 등 이번 태풍 '나리'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동안 숱한 태풍이 제주에서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번처럼 제주에 큰 피해를 입힌 사례는 드물었다. 심지어 이번 태풍을 겪은 도민들은 하나같이 '이런 적은 없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인명피해만도 수십명에 이르고 물적피해 등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제주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힌 것일까.

#하루 강수량 420mm 제주 기상관측 사상 처음 

먼저 태풍 '나리'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를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mm 가량이다. 그러나 이번 제주에 내린 하루 강수량만도 최고 556mm를 기록했다. 전례 없는 폭우가 이번 가장 큰 피해를 야기했다는 시각이다.

제주 한라산 성판악에 최고 556㎜를 비롯해 제주시 420㎜, 서귀포시 323㎜ 등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 것이다. 이는 1923년 기상관측 이래 1일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또 이날 오전부터 초속 40미터의 강풍과 강한 비가 내리면서 한치 앞을 내달볼 수 없는 상황이 4시간 이상 계속됐다. 이로인해 제주 420mm를 비롯해 오등동 482mm, 성판악 556mm, 서귀포 256mm, 성산 177mm, 한림 296mm, 남원 246mm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라산 때문에 특정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산악효과가 발생, 비가 많이 내렸다"며 "산악효과는 공기덩어리가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공기 자체가 냉각, 포화돼 수증기로 바뀌는 현상으로 2㎞ 높이의 한라산이 태풍을 가로막아 집중호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한천 등 4대 하천 범람...하천 복개가 화 키워

이번 태풍 피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또 하나는 하천 복개.

하천 범람 피해가 컸던 한천과 산지천, 병문천 등은 모두 복개 부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복개로 인해 생긴 교각들이 물 흐름을 막아 범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제주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천과 병문천 등 제주시 중심부를 흐르는 4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제주시 용담동 한천교 일대가 이번 태풍으로 끝내 범람했다. 거센 물살에 손 쓸틈도 없이 떠내려온 차량 수십 대가 엉키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또 제주시 병문천 주변 삼도1동을 비롯해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적십자회관 주변에서 제주경찰서 주변까지 완전히 침수되는 등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연결이 끊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의 복개천이 범람해 추석대목을 앞두고 준비한 물품이 모두 휩쓸리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시장상인 등은 하나의 물건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았지만, 급류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이날 폭우로 인해 시장상인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천 범람과 주택침수에 따른 인명피해가 컸다. 모두 6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또 어선 17척이 침몰하고, 4척이 파손되는 등 어선피해도 21척에 이르렀다. 여기에 일반선박 6척이 파손되기도 했다.

#무분별한 도로개발 '엎친 데 덮친 격'

제주 전역은 이번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동안 침수피해가 잇따랐던 일부 지역이 아니라 이번 태풍 나리는 제주도 전역을 엄습했다. 

9월 초 내린 집중호우로 제주 동부지역에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제주 저지대 뿐만 아니라 고지대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번 막대한 피해의 주된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무분별한 도로개설을 이번 재난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제주 곳곳에 개설된 일주도로 우회도로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물줄기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도로의 낮은 곳으로 몰려 한꺼번에 넘친 물이 급류를 이뤄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목소리도 매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 지형을 고려해 도로 주변 배수로를 다시 설치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태풍 '나리'는 제주에 유례없는 상처를 남겼다. 제주도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복구작업과 피해조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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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07-09-19 09:08:51
해야 됩니다. 아라동, 이도지구, 화북, 삼양. 거기 또 우우죽순 개발하면
아랫동네 이번 피해보다 더 큰 피해가 날겁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에 거스리지 않고 개발해 낼지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냥 드립다 밀어부치지 말고.

피해복구... 2007-09-19 03:38:15
왜 하천복개로 인한 피해에 대한 얘기가 없나요. 글고 이런 무지몽매한 난개발을 주도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