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금백조로 확장은 제2공항을 위한 제주환경 파괴의 서막
비자림로, 금백조로 확장은 제2공항을 위한 제주환경 파괴의 서막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8.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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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왜, 제주는 오늘도 도로 공사 중일까?

제주도는 전국에서 도로 포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에는 이처럼 많은 도로가 있어서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오지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프라로서의 도로 확충은 이미 끝난지 오래되었고 차량 정체도 되지 않고 있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인데 계속적으로 도로가 신설되고 확포장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필요하지 않은 도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미래에는 교통량이 많을 것이라는 가수요를 전제로 해서 끊임없이 도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왜 그럴까? 결국, 필요에 의한 도로가 아니라 토목 공사 그 자체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정부 조직 중에서도 국토교통부 등 토목 관련 조직은 공룡과 같은 몸집이 된지 오래이다. 그뿐이겠는가. 이와 연관된 토목산업과 그 연관 사업은 대한민국 산업구조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지어야만 조직이 유지할 수 있듯이 토목 관련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늘 공사판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MB때의 4대강도 결국 현대 등 토목 관련 회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잖은가. 국토를 난도질하고 강물을 똥물로 만들면서까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더 노골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로 신설과 확장은 지가 상승과 비례관계이기 때문에 마을 단위에서의 도로 신설 요구나 확포장 요구는 늘 큰 민원이다. 이를 위해 도정과 도의원들이 예산확보에 나서게 되고 또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지역 건설업체가 엮인다. 이런 토목 카르텔이 지난 수십 년간 지역경제를 쥐락펴락 해왔던 것이다. 이러다보니 토건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도정은 매해 돈을 풀어 겨울철에는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등 필요 없는 토목 공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도 그 연장선상 중의 하나이다. 다만, 여기에 더 하나 묶인 것이 바로 제주제2공항(이하 제2공항)이다.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는 제주시~제2공항 연계도로인 번영로~대천동사거리~비자림로~금백조로 14.7km 구간의 확장 사업 중 일부(2.9km)에 해당한다. 물론,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제2공항이 확정되든 안 되든 진행될 공사였다.

제주도정에게는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떠나 수천억 원의 도로 공사 예산을 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것은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제2공항은 현재 제2공항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로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항 연계도로 건설부터 먼저 시작한 것이다.

비자림로는 한라산국립공원구역 인근인 5.16도로에서부터 세계 최대 비자나무 군락인 비자림까지 연결된 도로이다. 지난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바 있는 도로로서 양쪽에 자리한 삼나무길이 아름다운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공사는 비자림로 전체 구간 중,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입구까지 약 2.9km 구간에 대해 지난 8월 2일부터 도로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하루에 100여 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내고 있는데 벌목작업만 6개월이 걸리고,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400여 그루에 달한다. 이에 대해 공사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공사로 인한 주변 환경과 경관의 훼손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전국적인 논란이 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며칠 안 돼 서명자가 3만 명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에서도 수천 개의 댓글로 단숨에 상위 링크에 오르내렸다.

지역언론뿐만아니라 중앙 지상파 방송사들과 신문들도 경쟁적으로 직접 현장 취재를 오고 있다. 사실상, 제주도가 전국적인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정은 공사를 일단 중지했다. 하지만 여론의 눈치를 살펴가면서 언제든 공사를 재개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비자림로 확장사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비자림로 확장사업은 제주제2공항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이번 도로확포장 공사는 지난 4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1단계 구(舊)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5개 구간 중 제주시~제2공항 연계도로 14.7km 구간의 확장 사업 중 일부(2.9km)를 시작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자림로 확장이 끝나게 되면 금백조로 확장 공사가 바로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금백조로는 백가지의 약초가 자란다는 백약이오름 부근에서 성산읍 수산2리 입구까지, 아름다운 오름 군락과 수산곶자왈 그리고 광활한 초원지대인 수산평(수산벵듸)을 관통하는 도로이다. 더욱이 도로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수산굴이 있고 대형동굴인 벌라릿굴은 도로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을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곳도 비자림로처럼 차량이 정체되는 곳이 아니지만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전제 아래 확장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금백조로 구간 주변 일대는 제주도 중산간 지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며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제주도내에서 오름 군락이 가장 밀집되고 오름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으로서 화산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다른 중산간지대에 비해 오름과 초원이 잘 보존돼 많은 관광객들이 트레킹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며 제주의 풍광을 만끽하는 곳이기도 하다.

금백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백약이오름의 용암이 만들어낸 수산곶자왈이 자리 잡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수산곶자왈도 일부 잠식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수산 2리 부근 도로 밑에는 벌라릿굴이라는 대형동굴이 자리 잡고 있어서 공사 시 붕괴위험이 우려된다. 또한 이곳 일대는 수산평(수산벵듸)가 자리 잡고 있다. 벵듸는 오름과 곶자왈처럼 제주어로만 존재하는 제주의 고유 생태계로서 초지가 발달한 들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면적이 남한의 2%도 채 안되지만 초지 면적이 전국 초지 면적의 약 46%에 달하는 것은 제주도 중산간의 벵듸 지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산벵듸는 몽골(원나라)이 일본과 남송 정벌을 위해 1276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있는 곳이다. 광활한 초원과 함께 가축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습지가 풍부하여 말을 기르기에는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원나라가 패망한 이후에도 이때의 목축 전통은 계속 이어져,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으로 그리고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으로 형태가 변화해 왔다. 즉, 수산평은 우리나라 목축문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초원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 금백조로 확장공사가 시작된다면 이곳의 일부를 잠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도로 개발이 결국, 이 지대를 난개발로 끌고 갈 첨병이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더 큰 문제가 대두된다. 비자림로나 금백조로 확장공사는 제주제2공항 확정을 전제로 만들고 있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주제2공항이 확정되고 도로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지대는 온통 리조트와 골프장으로 뒤덮힌 평화로 중산간지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다.

제주제2공항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사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가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사업이다. 원희룡지사도 사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주제2공항 계획의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처럼 제주제2공항을 기정사실로 해놓고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며 도로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희룡지사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가 논란이 일자 이곳을 생태도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2공항 연계도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뿐만이 아니라 금백조로 확장 등 제2공항 연계도로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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