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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 1심 재판부는 왜?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 1심 재판부는 왜?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12.1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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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 입증책임 검사에게…확신할 수 있는 증명력 가진 증거라야”
“벗어날 기회 수차례 불구 어떤 시도도 못해…단 둘이 카페서 사진도”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지방법원이 지난 10월 19일 언니 결혼식 참석 차 제주를 찾은 필리핀 국적의 처제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형부(38)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어 재판부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지법에 따르면 피해자(20)는 올해 2월 18일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아버지 및 오빠와 제주도로 입국, 형부 A씨의 집에서 지내다 결혼식 사흘 전인 2월 15일 새벽 조카(언니의 딸) B양이 잠든 옆에서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A씨는 피해자와 성관계 가진 사실은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달리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자신이 폭행이나 항거를 억압해 강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 있고, 그 입증의 정도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게끔 하는 증거가 없는 이상,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간죄라 함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억압한 후 피해자를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바, 이 사건 기록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비춰 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포함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변소(주장)를 배척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데다, 무섭고 당황스러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며, 아버지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까닭에 무슨 일이 생길까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감안해도 161.8cm의 키와 67.5kg의 체중을 가진 피고인이 다른 위협이나 폭행 없이 단지 피해자의 팔을 잡고 위에서 몸으로 누르는 방법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피력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피고인이 B양을 재우거나 옷을 벗는 도중에 등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몸부림을 쳤다'거나 '겁이 나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누워 있었다'거나 또는 '이후 울다 잠이 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자신에게 닥친 절박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도 그와 같은 피해자의 모습에 피해자가 자신의 성관계를 거부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해 성관계로 나아갔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2월 15일 피고인과 단 둘이 차를 타고 결혼식에 사용할 답례품을 찾으러 갔다가 함께 인근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것은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2심 재판(항소심) 첫 기일은 오는 20일로 예정됐고 제주지방검찰청은 “1심 공판검사와 성폭력전담 검사를 투입해 (A씨의) 유죄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주여성친족성폭력사건에다른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형부에게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는데도 언니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받을 충격과 분노를 상상할 수 있었기에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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