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1심 공판검사‧성폭력전담 투입 유죄선고 최선”…오는 20일 2심 첫 기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이주여성 친족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제주법원에 피해자 입장에서의 판결을 촉구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앞서 지난 10월 19일 언니 결혼식 참석차 제주를 찾은 필리핀 국적의 처제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주여성친족성폭력사건에다른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대위에는 전국 38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언니 결혼식을 사흘 앞둔 지난 2월 15일 새벽 형부에게 1차 강제추행을 당했고 잠에서 깨나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방으로 끌려 들어가 2차 강간을 당했다”며 “하지만 지난 10월 19일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대응하지 않아 가해자가 오인하도록 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사건 발생 시기를 보면 피해자가 언니 결혼식에 초청받아 왔고 결혼식을 3일 앞둔 때였다”며 “다른 방에는 친아버지와 오빠까지 함께 지내는 상황에서 비명이 가져올 파장이 무엇일지 가늠할 수 있었기에 두려움과 충격에 빠진 피해자는 어떤 행동도 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건 당일 가해자는 아내에게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호텔방까지 잡아주고 혼자서 돌아왔고 아내는 남편이 혼자 귀가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도착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해자는 언니의 딸과 함께 거실에 잠들어 있었으나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고 있는 거실이 아닌 안방에서 잘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고, 피해자는 자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피해자가 형부에세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는데도 언니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받을 충격과 분노를 상상할 수 있었기에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받은 충격은 너무도 컸기에 결국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은 피해자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입증하라며 모든 책임을 묻고 있는 현 상황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이에 따라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봐야 한다”며 “이번 항소심에서는 이주여성이 겪은 친족성폭력의 피해라는 사실에 기반해 보다 엄중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성폭력 피해의 입증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이 부당하며 한국 법이 가해자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혜숙 공동대표 “재판부는 적극적 합의 여부 가해자에게 물어야”
이주여성 “피해 당해도 한국서 살아가야…법은 보호해주지 못 해”
이날 회견에 참석한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한 것”이라며 “결혼을 사흘 앞 둔 언니가 걱정돼 저항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저항하지 못한 것이 동의는 아니다”며 “재판부는 적극적인 합의 여부를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혜숙 공동대표는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며 “피해자의 소리에 귀를 닫고 가해자의 소리를 듣다보니 대한민국이 성폭력 1등 국가라는 오명을 듣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성폭력 여성 치유의 첫 걸음은 이런 피해자 보호에 직무유기하는 재판부에 대한 저항부터 시작”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재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견에는 결혼이주여성도 참석해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한국에서의 삶은 이주여성에게 커다란 산과 같다”며 “피해를 당해도 이주여성은 한국에서 살아가야 한다. 한국의 법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해준다. (그래서) 슬프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우리는 마음에 안 들면 버려지는 물건이 아니고 감정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며 “폭력에서 지켜주고 보호해 달라. 이주여성이 힘을 내도록,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도와달라”고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A씨를 기소한 제주지방검찰청은 “1심 공판검사와 성폭력전담 검사를 투입하여 유죄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피해자의 언니는 지난 4월 이혼을 신청해 11월 14일 최종 이혼 선고됐고 이번 사건에 대한 2심 재판(항소심) 첫 기일은 오는 20일로 예정됐다.
한편 공대위에는 국제가정문화원, (사)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서귀포이주민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아시아의창, 아시아의친구들,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연합회,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이주공동행동,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민센터친구, 이주민지원공익센터감동, 이주와인권연구소,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보호시설협의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제주마음소리미술심리상담센터,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주여민회, 제주여성농민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이주민센터, 제주이주여성쉼터쉴만한물가, 제주지역인권단체연석회의, 천주교제주교구이주사목센터나오미,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