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야 미안하다…얼마나 무서웠니 정말 미안하다”
“민호야 미안하다…얼마나 무서웠니 정말 미안하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11.23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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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23일 추모 문화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곳곳서 ‘촛불’…故 이민호군 지인들 “믿어지지 않는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에서 내걸린 '추모 메모'.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에서 내걸린 '추모 메모'.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를 당해 끝내 사망한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 고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문화제가 23일 오후 6시부터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진행됐다.

이 날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날이기도 하지만 숨진 고 이민호 군의 생일이기도 한 날이다.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 문화제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손에 촛불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고 이민호 군을 추모했다.

추모 문화제가 열린 어울림마당 주변에서는 추모의 글과 메모 쓰기, 고 이군을 추모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미디어제주

현장에서 만난 고 이군의 지인들은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군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김윤석 군은 "2학기 실습 전에 만나서 평범하게 얘기를 나눴었다.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신모(20)씨는 "민호를 친구들 소개로 알게 됐는데, 먼저 가서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생전에 실습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여선 회장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는 것 기가 막히고 슬퍼”

정영조 단장 해당 업체‧학교‧도교육청‧제주특별자치도 등 규탄

이날 추모제는 추모사, 추모공연, 추모 자유발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추모사는 김여선 참교육학부모회장이 맡아 "민호야 미안하다. 얼마나 무서웠니. 정말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선생님께 현장실습 추천을 받아 나가서 돈을 벌고 부모님께 힘이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데 그 것을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 기가 막히고 슬프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너의 죽음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천박한 인식을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너의 죽음 앞에서야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영조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왼쪽)과 김여선 참교육학부모회장.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영조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왼쪽)과 김여선 참교육학부모회장. ⓒ 미디어제주

두 번째 추모사는 정영조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이 했다.

정영조 단장은 고 이군이 근무했던 업체 (주)제이크리에이션 측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 단장은 "업체 대표라는 사람은 장례식 절차를 하려고 할 때 공장을 일단 돌리고 유가족과, 대책위와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생명보다 자신의 돈과 이익이 우선인 사람"이라며 "현재 분향소에 분향도 안 했고 유가족에게 사과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가 나면 기계가 자동적으로 멈추는게 기본인데 (사고가 난) 그 기게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그 업체에서 근무하던 사람의 증언을 들었는데 그 기계는 작년에 2시간에 한 번꼴로 고장났었다고 했다"며 "그런 기계를 쓰면서도 고등학생을 데려다 쓰고, 사고가 나도 발뺌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정 단장은 제주도교육청에 대해서도 "형편없는 기관"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지 14일이 지났다. 2017년에도 400명의 학생들이 공장에 있는데 어떤 위험이 있는지 조치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 이군과 현장실습때 함께했던 학생들은 얼마나 괴롭겠나. 그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한마디도 없다. 정말 형편없는 교육청"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고 이군이 다닌 서귀포산업과학고에 대해서도 "잘못에 대한 사과문 하나 없다. 학생이 죽었는데도 무한책임을 갖겠다는 자세가 없다. 형편없는 교육기관이다. 실망스럽고, 교육청 밑에서 보호 받으려하는 그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며 "제자가 죽었는데 용감하게 용서를 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단장은 참석자들과 함께 고 이군이 근무한 업체와 다녔던 학교, 제주도교육청,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규탄했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고민성 “어떤 사람의 죽음도 물음표로 남아선 안 돼”

이상현 “특성화고 실습생 이야기 듣고 대책 세워야”

황용원 “시민들 눈 부릅뜨고 제2‧3의 이민호 막아야”

자유발언자로 나선 3명도 모두 고 이군을 추모하며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날 수능을 치렀다는 고민성군은 "그 어떤 사람의 죽음도 물음표로 남으면 안 된다"며 "2014년 세월도호 그렇고 어른들의 매커니즘으로 전말이 밝혀지지 않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고군은 "이 사건의 적폐는 청산돼야 하고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은 자들은 낱낱이 공개해 정당한 심판을 해야 한다"며 "사회는 더 나아져야 하고 어떤 죽음도 물음표로 남아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추모제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온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고인의 생일인 오늘에야 왔다.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은 고인의 사고와 사망 소식을 접하고 지난 월요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오늘부터는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에서 자유 발언자로 나선 고민성(왼쪽부터), 이상현, 황용원씨. ⓒ 미디어제주
23일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에서 자유 발언자로 나선 고민성(왼쪽부터), 이상현, 황용원씨. ⓒ 미디어제주

이 추진위원장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밝혀지고 있는 내용, 안전대책 미비하고 실습생에게 일을 전담하는 것. 그런데도 책임지지 않고 고인의 탓으로 죽음을 몰아가려는 업체는 정말 사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어른들이 해야 할 것은 당사자인 특성화고 실습생들 이야기를 먼저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탁상머리 대책은 필요없다"며 "억울하게 운명을 달리한 고인을 추모하고, 저 역시 이 현실을 바꿔나가는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선 황용원씨는 "어제(22일) 장례식장에서 이군의 부모님을 만났는데 CCTV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을 보면 실습생 친구가 계속 뛰어다닌다. 왜냐하면 친구는 기계에 깔려있고, 이 친구는 어떻게 할지 몰라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온다"며 "그런데 직원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그 업체 대표가 CJ 출신이라고 한다. 업체 대표는 정말 사죄하고 무한 책임을 져서 이 사태를 수습해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씨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월호) 유골이 발견됐는데 숨겼다고 사죄했다. 4년 동안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없이 주범들은 승진하는 상황에 왔다"며 "적폐청산을 말하는데,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제2, 제3의 이민호군을 막아야 한다. 함께 행동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가 23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제주시청 정류장에 붙은 추모 글을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가 23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추모 글을 붙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가 23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제주시청 정류장에 붙은 추모 글을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에 대한 추모 문화제가 23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제주시청 정류장에 붙은 추모 글을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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